[취재수첩] '할렐루야대회를 복음화하자'
[취재수첩] '할렐루야대회를 복음화하자'
  • 전현진
  • 승인 2013.07.16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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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할렐루야 2013 대뉴욕복음화대회'가 7월 14일 막을 내렸다. 대회가 열린 사흘 동안 퀸즈 칼리지 주변에는 교회와 참석자들의 차량이 그득했다. 날마다 뉴욕의 손꼽히는 대형교회들은 앞 다퉈 찬양대를 세웠다.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실력을 겨루듯 표정마다 긴장이 서려 있었다.

순서를 맡은 목사들은 저마다 차례를 기다리며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만 기다린 듯 차려 입은 옷 사이로 뿌듯함이 풍겼다. 뉴욕을 대표하는 한인 연합 행사에서 순서를 맡게 된 '영광'을 누리는 듯 그들의 기도는 힘차고 장엄했다.

사례 없이 뉴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왔다는 강사는 유머를 곁들인 설교를 힘 있게 전했다. '잔돈 고르지 말고 은혜 따라 헌금하라'는 강사의 조언대로 관중들은 지갑을 열었다. 곳곳에 자리한 방송사 카메라는 행사장 구석구석을 비췄다. 화면에 잡힌 청중들은 때론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들고 기도하자는 강사를 따라 간절히 빌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행사장을 나서며 감상을 나눴다. 어떤 이는 감동을, 어떤 이는 도전을 받았다. 누군가는 실망을, 누군가는 비판을 남겼다. 새로운 내일 품고 집으로 향하는 이도 있었다. 아픈 곳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복을 빌며 헌금도 했다. 옆 사람과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34회 동안 이어온 할렐루야대회는 한결같이 시작해 한결같이 막을 내렸다. 강사가 바뀐 것을 빼면 늘 여전하다. 대회 조직표를 채운 이름도 위치만 바뀐 채 오랜 기간 그대로다. 교회의 다툼을 전도의 사명으로 극복하자 출발했다. 하지만 그 다툼도 여전하다.
   
 
 

▲ 뉴욕교협 회장 김종훈 목사(왼쪽)가 할렐루야대회 강사 양병희 목사(오른쪽)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반복되는 그 시간이 맺은 열매는 무엇일까. 오늘의 뉴욕이 그 열매는 아닐까. 교회의 다툼도 그대로, 복음이 필요한 이들도 그대로. 낙태와 동성애, 가난과 차별의 골은 깊어졌다. 34년을 변함없이 고수한 할렐루야대회가 지나온 뉴욕, 오늘도 버겁다.

심령을 새롭게 하자 외쳤지만 대회는 구태를 답습했다. '할렐루야대회를 위한 할렐루야대회'가 되어버렸다. 복음 전파라는 사명으로 출발한 대회에 불신자들은 등을 돌렸다. 어느새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렸다.

400여 한인 교회가 있다는 뉴욕에서 할렐루야대회는 '연합'을 자랑스레 외쳤다. 그 연합을 들여다보면 한자리씩 차지하고 나선 이들만 보일뿐이다. 그들만의 잔치가 된 대회를 다른 교회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사흘 동안 멋진 공연을 준비하는 듯. 진정성 없이 외친 복음화가 뉴욕에 남긴 상처가 크다. 그 상처는 고스란히 교회에서, 사회에서 지쳐버린 성도들과 빛과 소금을 잃은 세상의 몫으로 남는다. 복음 없이 행사만 남은 할렐루야대회. '뉴욕을 복음화하자' 대신 새로운 구호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할렐루야대회를 복음화하자'고.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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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2013-07-18 00:42:57
"할렐루야 대회를 복음화하자"
제목과 기사 내용이 한마디로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 대회를 통하여
은혜받는 평신도들은 있을겁니다.
반면에 전현진 기자님이 올린 내용들에 대해서도 교협 관계자들이
한번쯤은 생각해야 된다고 동감합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교회에서 복음은 이미 빛을 바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으로 포장된 인간들의 욕심이 교회를 허물기 시작한지 오래된 이 시대에
어떤 무엇을 더 기대할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