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기준, 영화로 만나다 (2)
하나님의 기준, 영화로 만나다 (2)
  • 전현진
  • 승인 2013.12.11 0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뷰] 뉴욕크리스천영상제 최우수작품상 'Four'

익숙한 소음이 고막을 때린다. 사슬에 묶인 듯 무겁게 걷는다. 익숙한 눈물에 밤을 지새운다. 방향을 잃은 발걸음은 길 위에 멈춘다.

익숙하지만 무감각한 삶의 모습들. 기준 잃은 삶과 '하나님의 기준'을 담아낸 영화 'Four'는 네 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12월 7일 폐막한 '제8회 뉴욕크리스천영상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영화 'Four'를 감독한 방지민 씨(뉴욕장로교회)는 "세상과 다른 하나님의 기준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화, 영혼을 쉼을 부르는 평안의 노래 영화는 여주인공의 불쾌한 아침에서 시작한다. 연신 창문을 때리는 소음에 잠을 못 이룬 그녀는 지난 밤 내린 커피로 남은 잠을 쫓아내려 한다. 잠시 마음을 달래볼까 나온 거리. 그곳엔 이미 내가 아닌 것들로 가득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자동차가 뱉어내는 기계음,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인의 대화가 소음이 되어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쉬지 않고 울려댄 거리의 소음에 머리는 지끈거린다.

집으로 다시 들어와 보지만, 윗집에서 울리는 음악이 소음처럼 불청객으로 집 안을 가득 매우고 있다. 날카롭게 한마디 던지고 왔지만 속이 풀리지 않는다. 차분히 책을 읽으려 하지만 라디오도 말썽이다. 신경질적으로 주파수를 돌리다 나오는 음악. 귀에 익은 찬송가가 울린다. 이 찬양 소리는 소음으로 지친 마음을 달랜다.

영화 'Four'의 첫 단편 '평화'(Peace)는 평안할 수 없는 일상에 '평안을 너에게 주노라'는 믿음의 외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잠시도 잠잠하지 않는 세상은 마음을 흔든다. 가만히 들리는 찬양 속 음성만이 영혼을 쉬게 한다.

무거운 죄의 짐, 고난으로 승리하는 진리

   
  ('Four'영상 갈무리)  
 

 

   
  ('Four' 영상 갈무리)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을 춤으로 표현한 두 번째 단편 '진리'(Truth)는 댄서의 힘겨운 몸짓으로 시작한다. 고난의 길을 일부러 선택한 예수의 삶처럼, 댄서는 어두운 공원 깊이 일부러 돌아 춤을 춘다. 죄라는 사슬에 매인 인간의 고통을 지고 무거운 몸짓은 마침내 지쳐 쓰러진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댄서의 춤은, 대사에 메시지를 담는 방식과는 달리, 오히려 굳게 닫은 입으로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몸짓을 닮았다. 어두운 조명은 고난을 마친 뒤 오히려 밝아진다. 예수의 고난이 담은 역설처럼, 고통이 끝난 뒤 토슈즈를 신은 댄서의 도약은 오히려 한층 가볍다.

이별에서 배운 하나님의 사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며 이별을 쓴 시인처럼, 헤어짐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지난 시간들이 허무해졌다는 현실을 거부하듯, 이제는 잡히지 않는 옛 연인의 손마디를 애써 기억한다. 기억은 눈물을 남긴다. 화장 위로 남는 눈물 자국은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별의 깨닫는 것은 아프다. 너무도 흔한 세상의 사랑일지라도 이별은 누구에게나 고통을 남긴다.

사랑을 잃은 여주인공의 눈물에서 세 번째 단편은 시작한다. 눈물이 불러들인 것은 사랑의 기억이다. 연인과 지나던 하찮은 풍경들이 특별하게 떠오른다. 사랑으로 색칠한 풍경들은 밝게 빛나지만, 그것들이 떠올리게 하는 건 '이별했다'는 현실이다. 현실을 자각 할수록 '잘못한 일들'만 떠올린다. '좀 더 잘할 걸'하는 후회들. 나는 너무 힘든데, 다른 사랑으로 채워져 가는 옛사랑을 떠올린다. 오래 참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낸 옛 기억은 마음을 다잡으려 꺼내든 말씀, 고린도전서의 '사랑 장'에 다시 무너진다.

   
  ('Four' 영상 갈무리)  
 

'왜 나는 다른 사랑을 했을까'하며 자책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그래도 감사합니다"라는 울음 섞인 독백으로 영화는 끝난다.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것이리라. 아픈 수업을 치렀지만, '그래도'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으리라. 세상이 주는 사랑과 하나님이 주는 사랑이 비교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순례자의 여정

   
  ('Four' 영상 갈무리)  
 

경쾌한 발걸음으로 공원을 가르는 여행자. 그의 손에는 들린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은 '3 Caelestis Street'를 향하고 있다. 라틴어로 '천국의'(Heavenly)라는 뜻을 가진 이 길(Caelestis)은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숫자 3과 함께 하나님의 도성 입구 앞에 뻗어 있다.

하나님의 왕국을 향해 걷는 이 여행자는 중세의 순례자처럼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우리 시대에 순례의 전통은 희미해졌지만, 언제나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네비게이션은 성경을 상징하듯 천국의 길로만 여행자를 인도한다.

<캡쳐 4> 눈앞에 보이는 곧은 길,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우회로. 인간은 언제나 그렇듯 현실의 편하고 빠른 길로 향한다. 그렇게 따라간 발걸음은 짙은 녹음의 공원을 지나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어두운 골목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하세요?" 불쑥 날아든 물음은 길 잃은 여행자에게 한 줄기 빛과 함께 찾아온다. 영화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는 예수처럼 천로역정을 떠나는 순례자의 뒤에서 끊임없이 동행해왔다. 길 잃고 주저앉은 자리에 나타난 그는 여행자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너를 기다려왔다"며 순례자를 위로한다.

   
  ('Four' 영상 갈무리)  
 

평안을 찾으려 애쓰는 우리, 죄와 불안함에 짓눌린 우리, 인간의 사랑에 목 놓아 우는 우리, 내 판단을 쫓아 길을 잃는 우리. 그렇게 평범한 우리네 인간은 늘 지친 모습으로 진리를 찾아 헤맨다. 기준 없는 세상 속에서 분명한 기준이 필요한 셈이다.

네 가지 성경 구절로 만든 네 편의 단편. 세상과는 다른 하나님의 기준. 그 안에서 평안하라고 주문하는 영화 'Four'는 그 끝에서 길 잃은 크리스천들이 매 순간마다 곱씹을 만한 메시지를 남긴다. "주는 우리 영혼의 평화 되시고 삶의 진리 되시며 한량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인도하시고 동행하신다."

전현진 기자 /
jin23@www.newsnjoy.u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