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꾼 개꿈 이야기
오늘 새벽에 꾼 개꿈 이야기
  • 김종희
  • 승인 2009.06.09 12: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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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한국 [뉴스앤조이]로 복귀를 앞두고…교회 개혁 운동은 축복된 운동

오늘 새벽에 꿈을 꿨습니다. 한마디로 개꿈입니다. 쥐 떼가 나타났냐고요? 그럼 그건 쥐꿈이겠군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꿈 내용이 하도 생생해서 오후까지도 그 내용을 기억합니다. 고약한 기분도 덩달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한국 <뉴스앤조이>로 복귀했습니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서 직원들과 대화하던 중에 방인성 목사님이 귀엣말로 제게 뭐라 속삭입니다. 직원 중 몇 사람이 저에 대해 안 좋은 자료를 갖고 있답니다. 무슨 얘기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죠. 10년 전에 <뉴스앤조이>를 시작할 때 <뉴스앤조이>에 대한 노래를 만든 적이 있고(꿈에서), 작사 작곡을 제가 직접 했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월간지에 실린 어느 시인의 시를 마치 제가 창작한 것처럼 속여 왔다는 겁니다.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 악보와 시 원본을 일부 직원들이 가지고 있다가 저를 공격할 때 쓰려고 한다는 것이고, 그 잡지가 <월간 조선>이랍니다.

복기(復棋)를 하려고 끙끙대도 꿈속인데 제대로 되겠습니까. 가만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짓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순간 고민했습니다. '시를 베낀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 노래는 개인적인 것이지 공적인 것은 아니다' 하는 식의 궁색한 변명 거리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다가 '야, 이렇게 정직하지 못한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남을 비판하는 일을 하냐,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때 아내가 아이들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꿈이구나' 하고 안도했습니다. 이제는 비몽사몽 중에 오락가락하면서 '내가 정말 남의 것을 내 것처럼 속여서 노래를 만든 적이 있나' 생각해보았으나, 얼른 정신이 차려지지 않으니 답도 빨리 안 나오더군요. 이럴 때는 속히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마치 가위 눌린 것처럼 머리와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불 속에서 혼자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세수하고 방에 들어온 큰애가 "어휴, 아빠 냄새" 하고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잠이 확 깼습니다.

10년 전에 그런 노래를 만든 적이 없었으니, 남의 것을 베낀 적도 덩달아 없어졌습니다. 근데 '이것들이 정말 내 뒤를 캐고 있는 건 아냐?' 하는 의심은 없어지지 않더군요.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서, 정말 남들에게 약점 잡힐 만한 짓을 한 건 없는지 부지런히 되돌아보았습니다. 인간적인 약점과 허물이야 태산처럼 쌓아 올릴 수 있겠지만, MB 치하의 검찰에게 빌미가 될 만한 비리나 부정에 연루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사로이 이익을 챙긴 것도 없고요.

문득 옛날에 썼던 글 한 편이 떠오릅니다. '교회 개혁 운동 하는 집안은 온전치 못하구만'(기사 읽기)'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목사 비판하다가 저주 받아서 누구누구 팔다리가 부러졌다, 집안이 패가망신했다'는 해괴망측한 낭설이 진리처럼 번져 있는 이 판에서는, 교회 개혁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몸도 건강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개혁 운동뿐만 아니라 팔다리 운동, 숨쉬기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 덕분인지 미국에서 사는 동안 온 가족이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무사히 지냈습니다. 하나님의 저주를 안 받은 모양입니다.

개혁 운동을 한다는 것이 남을 비판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결벽증에 가까우리만치 자기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을 공격하기 위해서 나를 먼저 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남을 비판하는 그 수위의 몇 배로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자기를 검증하고 성찰하고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언론, 검찰, 현 정권 탓을 할 때, 저는 그의 아내에 대한 원망이 쉬 가시지 않았습니다. 왜 남편의 신념과 가치를 끝까지 철저하게 뒷받침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속상함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도덕성을 소중하게 여겼고, 퇴임할 때까지 그걸 잘 지켜왔다는 자기 확신을 갖고 살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그걸 무너뜨리다니.

물론 그 모성을 이해 못할 바 아니고, 제가 봐도 그 정도 규모는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자신에게는 목숨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파였을 것입니다. 그걸 잘 아는 검찰과 언론은 그의 그러한 결벽증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망신 주기' 전략을 구사해서 항복하게 만들려 했을 겁니다. 눈에 불을 켜고 있는 하이에나들에게 그런 빌미가 될 만한 행동을, 다른 사람도 아닌 아내가 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도덕적 완전함을 갖추기 위해 아무리 안간힘을 쓴다 해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죄인입니다. 교리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존적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죄인인 인간 존재의 한계를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리고 그 약함을 넉넉히 품고 안아 도닥여 주시는 하나님의 용서의 은총을 누린 경험이 풍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다면 그토록 극악한 상황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8월 6일부터 8일까지 <미주뉴스앤조이>가 주최하는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 참가한 바로 다음 날인 9일 귀국해서 <뉴스앤조이>로 복귀합니다. 꿈 얘기가 아니고, 현실 얘기입니다. 어젯밤 <뉴스앤조이> 직원과 통화하면서 재정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민하다가 잠이 들어서 그런 꿈을 꾸었나 봅니다(그럼 돈다발에 깔리는 꿈이나 꿀 것이지).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오늘 꾼 꿈은 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줍니다. 교회 개혁, 사회 변혁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주장하고 실천하는 내용이 건강해야 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합니다. 남을 죽이는 운동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살리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자기를 깨끗하게 하려 해도 죄인인 우리에게는 실수와 실패가 악착같이 달라붙습니다. 죄책감이 우리의 운동을 무기력하게 만들려고 발악합니다.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고, 그의 은총의 품안에서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 개혁, 사회 변혁 운동을 지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습니다.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그 안에서 새 힘을 공급받게 됩니다. 그래서 교회 개혁 운동은 축복된 운동입니다. 그 축복을 누리는 이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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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ra 2009-06-10 12:16:17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님이라도 그렇게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