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 분쟁 해결 위해 '기독 변호사'들 나섰다
한인 교회 분쟁 해결 위해 '기독 변호사'들 나섰다
  • 박지호
  • 승인 2009.06.10 2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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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남가주 기독 변호사 모여 '한인분쟁조정위원회' 세워

'싸우려면 교회 가서 싸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교회 분쟁'이 만연한 한인 사회에서, 남가주 한인 기독 변호사들이 '한인분쟁조정위원회'(Corean Christian Conciliation Council)를 구성했다.

성경적 가치에 근거해 갈등을 중재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설립된 '한인분쟁조정위원회'에는 4명의 변호사와 1명의 목회자가 참여했다. 법률인으로 20~30년간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해온 서동성 변호사(LA한인연합감리교회 장로), 변재봉 변호사(산타모니카천주교회), 서윤원 변호사(동문교회 장로), 박재홍 변호사(베델한인교회 집사)가 조정위원으로 나섰고, 한인 사회의 크고 작은 분쟁을 중재해온 양현승 목사(미주종교평화협의회 상임대표)가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다.

'한인분쟁조정위원회'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건 아니다. 한인 사회와 교회에 만연한 분쟁을 조정해줄 집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창립 위원들 간에 있었고, 수년간 다양한 형태로 방법을 모색해오다 마침내 '한인분쟁조정위원회'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 한인분쟁조정위원회 코디네이터를 맡은 양현승 목사(미주종교평화협의회 상임대표).
LA 지역에서 20년 넘게 변호사로 활동해온 서윤원 변호사는 "교회에 분쟁이 많고, 결국 세상 법정을 찾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한인분쟁조정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서동성 변호사는 작년 12월 열린 '미주기독언론인협회 언론 법률 특강'에서 한인 교회의 분쟁 행태를 꾸짖으며, 소송으로 인한 낭비를 지적한 바 있다.

"LA 지역 법원에 있는 판사 한 명이 '왜 유독 한국 사람들만 교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으로 들고 오냐'며 아주 역정을 내더라. … 소송에 들어가면 사실 확인 작업을 하는 데만 최소한 2만 불 이상 소요된다. 성도들이 바친 귀한 헌금을 왜 그런데 쓰나."

교회 분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던 서 변호사는 10여 년 전부터 생각을 바꿔 중재자로 교회 분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이런 일이 좀더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6개월 뒤에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정 중재 경험을 쌓은 박재홍 변호사도 "분쟁과 소송이 만연한 냉정한 미국 조직 체제에서 분쟁 조정을 통해 정신적 고통, 물질적 비용, 물리적 시간을 줄일 수 있길 바란다"면서 한인분쟁조정위원회의 첫출발에 의미를 부여했다. 

▲ 서동성 변호사.
한인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분쟁 해결과 예방 교육이다. 분쟁이 발생해 당사자가 중재를 요청했을 경우, 법정까지 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도록 중재하거나 협상하도록 돕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갈등 예방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분쟁 조정 절차는 대략 이렇다. 분쟁 당사자가 코디네이터인 양현승 목사에게 중재 신청을 하면, 내부 논의를 거쳐 사건 별로 조정위원을 배정한다. 사건 배정 시 분쟁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담당자가 배정되도록 조율하는 것이 양 목사의 몫이다. 쌍방이 동시에 중재를 신청할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한쪽만 중재를 요청했을 경우는 다른 쪽이 중재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조정 과정이 복잡해진다.

한인분쟁조정위원회는 각 조정위원이 가진 전문성을 살려 팀 사역을 구상하고 있다. 한때 신문기자로, 언론학 교수로 활동했던 서동성 변호사는 언론매체를 통해 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글을 기고해 대중 교육을 할 예정이다.

미국 단체인 Peace Maker Ministry에서 갈등 해결 과정을 이수한 서윤원 변호사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분쟁 조정 및 중재'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며 분쟁 예방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조정위원 중에서 가장 연륜이 많은 변재봉 변호사도 세미나를 통해 한국 문화와 미국 법률을 비교 설명하며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겪는 법률적인 실수와 오해를 짚어볼 계획이다.

코디네이터로 '한인분쟁조정위원회'를 돕기로 한 양현승 목사는 미국 적십자 이사로 활동하며 한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쟁에 중재자로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99년에는 인종차별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고(故) 이명섭 씨 사건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각종 노사 문제, 재난 피해 보상 문제 등을 중재했다. 양 목사는 이런 경험을 살려 분쟁 조정의 모든 절차를 조율하고, 분쟁 당사자와 실무 변호사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간 한인 사회에서 분쟁 조정을 위한 단체가 몇 차례 발족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무산됐다. 분쟁 당사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양 목사는 "'화목케 하라신 구주의 말씀을 널리 전하라'는 말씀을 따라 다양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인분쟁조정위원회가 발족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3건이 접수되어, 처리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분쟁 조정 신청은 코디네이터인 양현승 목사(909-902-1331)에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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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승 2009-06-21 00:01:27
smokybear님의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cccc가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도록 노력하겠읍니다. '가능성이 열렸다'고 해주신 말씀을 마음에 두면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