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는 선교 아니다"
"단기선교는 선교 아니다"
  • 박지호
  • 승인 2009.06.16 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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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풀러신학교 핸슬스 교수, '단기'와 '선교라는 말은 양립할 수 없어

LA 지역 A 한인 교회. 여느 해처럼 여름을 앞두고 단기선교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도 중남미에 있는 B 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선교팀을 모집하고, 준비 모임을 갖는다. 선교지의 영혼을 떠올리며 '이 산지를 내게 달라'고 부르짖고, 현지어로 번역된 '4영리 전도지'를 외우면서 선교 열정을 불태운다. 일부는 찬양 연습에, 일부는 단막극 연습에, 일부는 현지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비단 A 교회만의 모습일까. 풀러신학교 제후 핸슬스(Jehu Hanciles) 교수(선교학)는 교회의 전형적인 단기선교 방식을 두고 "종교적 투어리즘"이라며, "단기선교는 선교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영혼 구원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품고 먼 곳을 향하는 사람들에게 선교학 교수라는 이가 ‘그건 아니다’고 나무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 풀러신학교 제후 핸슬스(Jehu Hanciles) 교수(선교학)도 단기선교의 필요성과 장점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선교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장기 선교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핸슬스 교수도 인정했다.

지난 6월 10일 풀러신학교에서 만난 핸슬스 교수는 오늘날 단기선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언했다. 

'선교'와 '단기'라는 단어는 함께 쓸 수 없어

핸슬스 교수가 단기선교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자칫 단기선교를 통해 선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강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그는 ‘단기선교’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선교’라는 단어와 ‘단기’라는 말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기선교라는 말이 오용되고 있다. 선교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단기선교는 선교가 아니다. 선교는 결코 단기적인 사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교는 해외에서 가끔씩 벌이는 이벤트가 아니라 교회의 일부분이다. 언어적·문화적 한계를 지닌 외국인이 1~2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선교 현장에 영향력을 끼치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가는 단기선교는 선교 현장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단기선교는 종교적 투어리즘의 일종이다."

핸슬스 교수는 또 단기선교가 선교를 지역적이고 영토적인 관점으로 제한하고, 일종의 이벤트로 여기는 왜곡된 선교관을 고착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교를 지역적이고, 영토적인 관점으로 이해하면, 선교를 위해 어디론가 가야 한다고 여긴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선교적 삶을 사는 일은 외면한 채 해외에서 벌이는 선교 활동만을 선교라고 여기는 것이다. 선교 대상국을 보면서 그 나라의 다양한 종교, 빈곤의 문제로 안타까워하지만, 정작 동일한 이슈가 미국에도 존재하는데, 그런 점을 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핸슬스 교수는 선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충돌도 언급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단기선교팀이 현지인들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문화적 갈등을 양산하게 되면, 선교팀이 떠난 뒤 현지 교인들과 장기 선교사들이 뒷수습하느라 애를 먹는다며 단기선교팀으로 인해 생기는 부수적 피해 사례도 거론했다.  

 

▲ 핸슬스 교수는 선교에 대해 3가지를 강조했는데, 선교가 항상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선교를 위해 교회와 함께 옴직여야 한다는 점,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서는 현지 교회와 팀워크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 단기선교 다 집어치워야 하나? 

핸슬스 교수가 ‘단기선교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일까. 비싼 돈을 들여가며 짧은 기간 봉사하고 오는 것을 효율성이란 잣대로만 재단해 불필요한 일이라고 일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단기선교를 간 사람이든, 현지인이든 짧은 만남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덮어두고 ‘그건 선교가 아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핸슬스 교수는 단기선교의 필요성과 장점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단기선교를 통해 기독 신앙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새로운 영적인 도전도 받게 되면 개인은 물론, 교회 공동체에 미치는 유익도 크다고 했다. 드물지만 현지 교회와 연계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교회도 있고, 무엇보다 단기선교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장기 선교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단기선교의 열매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기선교를 선교라는 틀로 뭉뚱그려 정의할 것이 아니라, 단기선교의 성격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게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기선교보다는 '비전 트립'(vision trip)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핸슬스 교수는 말했다.

핸슬스 교수는 단기선교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현지인이라기보다 선교 여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현지인들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 시간을 통해 경험하고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단기선교를 선교가 아닌 비전 트립 정도로 인식한다면 우리가 가서 그 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무언가 줘야 하고, 가르쳐야 하고, 사람들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일방적인 선교가 아니라, 서로에게 유익한 존재들로, 어느 한쪽이 우월하고, 어느 한쪽이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쌍방적인 관계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이민 교회를 활용하라

핸슬스 교수는 지속적인 선교 사역을 위해서 현지 교회와 팀워크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단기선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이민 교회를 활용하라고 제안을 했다.

"꼭 미국을 떠나야 모슬렘이나 힌두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에티오피아를 선교하려면, 먼저 미국에 있는 에티오피아 교회에 먼저 찾아가라. 우리가 사는 지역에 아프리카 목사도 있고, 중남이 지역에서 온 목사도 있지만, 주변에 있는 이민 교회를 무시하고 선교 현장으로 직접 찾아간다. 돈 있고, 사람도 있으니 내가 바꿔야지 하고 생각한다. 지난 50년 동안 선교의 패러다임이 변해왔다. 일방적이고 지배적인 선교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이제 이민 교회 및 현지 교회가 함께 팀워크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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