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강도의 무리였다
교회가 강도의 무리였다
  • 김기대
  • 승인 2014.06.1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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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 성공회 서울 교구장 김근상 주교

2013년도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NCCK) 회장(61대)을 지냈고 현재 대한성공회 전국의회 의장 겸 서울 교구장을 맡고 있는 김근상 주교가 LA를 방문했다. 바쁜 미주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을 하루 앞둔 김주교와 자리를 마련해 한국교회와 사회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 대한 성공회 서울 교구장 김근상 주교와 성 야고보 교회 김요한 신부 ⓒ 사진 양재영 기자

– 미국에는 어떤 일로 오게 되었는가?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성공회 신부들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 마침 딸 김예인 에스터의 성공회 사제 서품식도 있어 이래 저래 일정을 조정했다.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딸은 중국에서 중국 공산당사를 연구하기도 했다. 보스턴 성공회 신학대학(Episcopal Divinity School)에서 신학 공부를 한 뒤 이번에 서품을 받았다. (김예인 신부는) 앞으로 LA 다운 타운에 코리아 센터를 만들어 소외된 이민자들에게 법률적 사회적 신앙적 도움을 주는 사역을 하게 될 것이다.

– 축하드린다. 성공회 대학교에서 교육감을 두 명이나 배출했다. 그밖에 정치계에서 활동하는 성공회 교인들이 있는가?
고맙다. 성공회 대학 총장을 지낸 이재정 신부가 경기도 교육감에, 성공회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던 조희연 교수가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성공회 대학이 추구해 오던 교육 이념이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 같아 기쁘다. 두 분 모두 전문적 지식이나 인격, 경험에 있어서 흠결이 없는 분들이기에 교육 행정도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국회의원 중에는 은수미 의원(비례 대표), 김현미 의원(일산서구), 이언주 의원(광명을) 등이 대표적인 성공회 교인이다. 그러고 보니까 모두 새정치 연합 소속에 여성의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회의 진보성, 남녀 평등을 추구하는 성공회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선한 사마리아 비유에서 강도는 우리였다"

–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무승부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비판 여론이 투표에 덜 반영되었다는 아쉬움도 남은 선거였는데 세월호 이후 정국을 어떻게 보는가?
보수 세력과 세월호로 인한 분노 세력이 맞붙은 선거였는데 이야기처럼 무승부로 끝났다. 개인적으로 슬픔을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그렇다고 해서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덮고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침몰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만 보면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와 정치권은 물질 만능 풍조가 이런 비극을 가져 왔다는 반성에 대해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우리가 그동안 매달려왔던 가치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유병언이라는 이단 교주 한 명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식의 피해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교회 역시 새로운 가치관 제시와 슬픔에 대한 위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세력 넓히기로 분란을 자극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명성교회로 부른 한국 교회 연합 주최의 기도회가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읽으면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내가 레위인일 수도 있다는 반성은 많이들 해왔다. 나는 이번 세월호 사건 이후 선한 사마리아 사람들의 비유가 다시 읽혀 졌다. 강도만난 사람을 그냥 지나친 사람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찾아왔던 상투적인 독해에서 벗어나 갑자기 우리 모두가 강도였다는 식으로 본문이 읽혔다. 그렇다. 교회가 강도의 무리였다. 남의 것을 빼앗는 기득권자들을 옹호하고 그들과 함께 권력과 재물을 누려왔다. 교회도 세월호의 가해자라는 자각이 없으면 세월호 이후 정국은 언제라도 그랬던 것처럼 반성만 있고 개혁은 없는 상태로 남을 것이다.

–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가 예전에 비해 역동성을 많이 상실했다. 보수교단의 입김이 세기 때문인가? 혹시 교회협에서 만난 타교단 목회자들의 인물평을 해줄 수 있는가?
현재 교회 협의회 소속 교단은 모두 9개다. 오랫 동안 6개 교단 중심의 협의체(감리교, 구세군, 기장, 복음교회, 성공회, 예장 통합) 로 있다가 3개 교단(기하성, 루터교, 그리스 정교회)이 더 합류했다. 보수 교단과 진보 교단 사이의 갈등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루터교나 기하성에 개방적인 신학교육을 받은 연세대 출신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어서 대화의 장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순복음 교회 이영훈 목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라고 너무 순복음 교회 미워하지 말고(웃음) 한 번 지켜 봐라. 나는 이목사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이영훈 목사가 조용기 목사의 그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교회 개혁을 위해 나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수백개에 달하던 순복음 교회의 위성교회를 독립시켰고(자립이 안된 10여개 교회만 남겨둠) 재정 공개, 예산 축소, 이웃을 위한 나눔 등에서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김주교는 교회 협의회 소속의 다른 대형 교회 목사들에 대해 “돈으로 모든 것을 망치는 사람”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침없는 실명 비판을 쏟아 냈다. 하지만 기독교 교회 협의회의 화합(?)을 위해 기사에서는 생략한다)

한총연은 실패한 운동으로 봐야 한다. 홍재철 목사와 길자연 목사가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없다. 그 틈새에서 한교연(한국 교회 연합)이 세를 넓혀가고 있다. 주로 예장 통합측 목사들이 주축이 된 운동인데 한총련의 세력 약화로 입지가 좁아진 보수 교단들을 한교연이 끌어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친분이 있는 한교연 소속 목사들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당신들이 한교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기독교 교회 협의회로 모두 모여야 한국 교회가 산다고 말이다. 만약 교회협의회의 진보성이 걸림돌이 된다면 나라도 나서서 진보적 색채를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불의한 권력에 대해서 견제 역할을 오랫 동안 해왔던 교회 협의회의 역동성이 살아나야 한국 교회가 산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주장이다.

"동성애가 본질이 아니다"

– 지난 7일 서울 신촌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축제(퀴어 퍼레이드)가 있었는데 보수 기독교인들의 방해가 만만치 않았다. 상당히 예민한 문제인데 미국 성공회는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다. 대한 성공회의 입장을 밝혀달라.

   
▲ ▲ 김근상 주교 ⓒ 사진 양재영 기자

1987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국 성공회 전체 회의에서 동성애자 서품이 통과되었고 2003년 뉴햄프셔 교구는 동성애자 진 로빈슨 신부를 주교로 선출했다.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교회들(나이지라아 성공회 교인의 수는 세계 성공회 교인의 30%라고 한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교회들의 반발이 심했다.

성공회에서는 8로 끝나는 매 10년마다 주교회의를 여는데 (Lambeth Conference) 지난 2008년 회의 때 한국 관구의 입장을 밝혔다. 성공회는 각 지역별로 39개의 관구로 나뉘어지는데 각 관구는 독립성을 가진다. 그래서 대한 성공회는 동성애 문제에 대한 미국 관구의 입장을 그들의 독립성이라는 차원에서 언급않겠다는 문서를 람베스 회의에 제출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 성공회는 동성애 문제가 현재로서는 고민해야 할만큼 심각한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김주교는 상당히 말을 아끼는 듯 했다. 진보적인 교단의 대표가 말을 아낄 정도로 한국 교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공개적 담론으로 이야기 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나는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보수 기독교의 반대 집회가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정국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몰지각한 기독교 지도자들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근본적 기독교의 세계관과 다르다고 생각되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냥 싫은거다.

– 성공회 대학은 진보적인 교수층, NGO 대학원과 같은 독특한 교육 시스템 등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 졌다. 성공회 교단이 크지 않은 교단인데 대학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는가?
성공회는 한국에 250여개 정도의 교회를 지닌 아주 작은 교단이다. 사실 작은 교단이 대학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공회 대학만의 특징을 살려나가는 전략으로 학교가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학교에 덧입혀진 진보적인 이미지 때문에 졸업생들이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한데 한국사회 성장에서 오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의 재정확충도 쉽지 않은 부분인데 여러 종류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욕 중심부 금싸라기 땅에 있는 성삼위(Holy Trinity) 성공회 교회는 교회 소유 부지에 세워진 부동산으로 인한 수입이 엄청나다. 영국 왕에게 하사받은 땅이라고 해서 매년 수익의 10%를 영국에 보내기도 하는데 나머지 돈은 기금을 만들어 교육사업 등에 쓰고 있다. 현재 그 기금을 받기 위해 프로포절을 제출한 상태이다.

"교회의 공공성을 살려야"

–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천주교의 정의 구현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교황은 국빈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것이다. 천주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 김주교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교황은 천주교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티칸이라는 나라의 대표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국가간의 의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의 구현 사제단 신부들을 만나고 소외된 사람들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방문하는 식으로 교황의 스케쥴을 조정함으로써 정의 구현 사제단의 권위를 세워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보수적인 염수정 추기경을 부각시키는 식의 방한 일정은 잡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행보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게 간접적인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될 것으로 본다.

– 끝으로 한국 교회에 대해서 한 마디 해달라.
교황 방문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현재 한국 천주교의 교인은 비공식으로 500만에 달하고 있다. 흔히들 개신교인을 천만이라고 보는데 그 반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몇 해전 김수환 추기경의 별세로 인한 추모 열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침없는 서민적 행보, 정의 구현 사제단의 사회 참여에 자극받아 한국에서 천주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황의 방한 이후 많은 개신교인들이 천주교로 개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 지도자들은 부러워할 것만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가를 잘 돌아보아야 한다. 천주교의 교권 중심에 따른 일사불란함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종교 개혁이 일어난 것을 개신교인들은 직시해야 한다. 왜 마틴 루터가 교권을 반대했는지, 왜 그가 성서로 돌아가자고 했는지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을 가지고 정공법으로 개신교의 정신을 살려 나가야 한다. 숫자에 따른 성장이 아니라 본질의 회복이라는 핵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개신교는 뭔가 한참 잘못 되어 있다. 중세에 타락한 구교가 누렸던 권위를 대형교회 지도자들이 흉내내는 것을 보면 어디부터 바로 잡아 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다시 말하는데 개신교는 개혁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개혁을 기초로 한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운동을 신앙회복의 차원에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어야 할 개신교가 오늘날 권력 지향적인 수구 세력으로 시민들에게 각인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터뷰 진행 : 김기대 목사, 사진 : 양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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