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
"하나님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
  • 강만원
  • 승인 2014.06.21 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사들의 잇단 망언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세월호는 하나님이 침몰시켰다”!?

   
▲ 강만원 ⓒ 뉴스 M


김삼환... 한국의 내노라하는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의 담임이자 지난 해 부산에서 개최됐던 WCC 한국총회 대표대회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그 밖에도 큼지막한 타이틀을 숱하게 거머쥐고 있는 인물이다. 나름대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이름있는(?) 목사인데 도대체 이 자가 지금 노망인가, 아니면 원래 무지한 게 때가 되서 마침내 들통난 건가?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하는 목사라는 자가 강단에서, “죄에 빠진 우리 나라 국민들을 회개시키기 위해서 하나님이 아이들을 제물로 삼아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라고 떠들었다. 요컨대, 하나님이 무고한 세월호 희생자들을 저주의 제물로 삼으셨다는 주장이다.

“하나님이 (세월호를)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닙니다. 나라가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은 그래선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입니다.

[중략]

무슨 누구 책임, 이런 식으로 수습하지 말고 온 나라가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애통해하고 눈물 흘리고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꿈을 가지고, 이번에 (하나님이) 추락시켜 실종된,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 다시 한 번 일어나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5월 11일 설교 중)

‘새로운 전기, 다시 한 번 일어나는 기회’를 만들자는 김삼환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리는가?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정말이지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죄로 말미암아 나라가 통째로 침몰될 지경에 이르렀지만, 하나님이 이 나라를 사랑하시고 다시 기회를 주시기 위해서 온 나라를 대상으로 심판하는 대신에 최소의 희생으로 대체하시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를 ‘의도적으로’ 선택하셨다는 주장인데,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설邪說이 아닐 수 없다.

2주 동안 김삼환 목사가 세월호 침몰에 관해서 설교했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도입부에 해당하는 첫 주(5월 4일)의 설교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배가 침몰하는 원인이 바다의 거친 풍랑인 것처럼, 인생이 저주받아 침몰하는 이유도 결국은 삶의 거센 풍랑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슬금 돌려서 표현했지만 그의 의도는 명백하다. 즉, 인생이 침몰하는 이유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며, 그 죄는 다름아닌... ‘십일조’와 ‘주일성수’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의 풍랑은 교회를 나오지 않고 성경을 모르고, 십일조 안 하면 만나게 됩니다. 기도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면 풍랑은 멈추고 주님이 순풍을 주십니다.”(5월 4일 설교중에서)

그러면서 김삼환 목사는 슬그머니 “나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했기 때문에 인생에서 풍랑을 맞지 않았으며,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항상 순풍 속에서 살았다”라며 보란 듯이 자기 의를 드러낸다. 김삼환 목사가 말하려는 의도는 결국, 세월호 참사는 주일성수나 십일조를 지키지 않고,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는 이 나라 국민들을 대신해서 죄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주신 심판의 풍랑이라는 것이며, 순풍속에서 살아가는 의인은 그런 거친 풍랑을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성경의 깊은 메시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하나님의 뜻을 깨닫지 못한 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요즘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교회 목사들의 터무니 없는 설교를 들으면서, “도대체 목사님들이 왜들 이러나...?”, 머리를 갸우뚱하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저들의 바탕에 깔려있는 의식이나 왜곡된 신앙관을 알고보면 사실상 그리 이해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목사들, 특히 대형교회 목사들의 설교에서 공통된 특징을 살펴보면 거의 예외없이 하나의 일관된 의도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가 보기에 “한국교회 목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이나 자기 유익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서 성경 구절을 제멋대로 인용한다”는 것이다.

김삼환 목사의 설교도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 특히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교인들을 불러 모으고 헌금을 보다 많이 거두려는 종교적 목적이 저변에 깔려 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숨겨지 의도를 세월호 참사를 빗대서 심판과 제물의 조작된 논리로 교묘하게 치장한 것이다. 덧붙여 그는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자였던 자신의 확고한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이참에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위원회'를 결성해서 자신의 종교적 입지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입지를 보다 견고히 다지려는 저의가 있었다.

비단 김삼환 목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빗대서 가난한 사람들을 함부러 멸시했던 한기총 부회장 조광작 목사...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이 사회의 총체적 불의에 공분하는 국민들을 다만 ‘미개한 국민’으로 폄하했던 오정현 목사... 불의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종북 좌빨로 몰고갔던 전광훈 목사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20일, 한기총의 긴급 임원회의에서 부회장인 조광작 목사는 전혀 거리낌 없이 이렇게 주절거렸다. 잘 알고 있는 가요 버전으로 간단히 돌려 말하면,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건방지게 무슨 피자냐?”라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조광작의 발언중에서)

돈이 없는데도 아이들을 제주도로 모처럼 수학여행 보내면서, 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마음 한 켠에 뿌듯한 마음을 품었을 부모들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나아가 아이들을 죽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거침없이 저주하는 조광작 목사의 사악한 발언은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희생자의 가족들, 나아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함께 애도하며 눈물 흘리고 있는 온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더러운 망언이다.

한심한 자...! 하나님은 가난한 것들이 주제넘게 제주도로 수학여행갔다고 저주하시는 분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갈 수 있게 도우라는 것이 하나님의 진정한 뜻이 아니겠는가. 가난한 사람들을 저주하시기는커녕 하나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과부나 고아를 멸시하는 자는 대대로 저주를 받을지어다” 라고...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과부나 고아는 ‘실제’인 동시에 가난한 자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너는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 네가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므로 그들이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으리라. 나의 노가 맹렬하므로 내가 칼로 너희를 죽이리니 너희의 아내는 과부가 되고 너희 자녀는 고아가 되리라.”(출22:22-24)

오정현 목사의 경우도 매일반이다. 논문표절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그가 고통스러웠던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한 공적 발언이다.

“여러분 아시지만 한국은요, 정몽준 씨 아들이 (국민들이) 미개하다고 그랬잖아요. 그거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아이답지 않은 말을 해 가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무총리가 진도에 방문했을 때) 총리에게 물을 뿌리고, 인정사정이 없는 거야.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오정현 목사 발언 중에서)

자신의 불의에 대한 세상의 정당한 비판에 앙심을 품은 오정현 목사는 보란 듯이 앙갚음하기 위해서 주저없이 세월호 사건을 끌어들여서, 자신을 비판했던 정직한 사람들을 ‘미개한 자’로 몰고간 것이다. 그의 의식속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건방지게 주의 종을 욕하다니..., 실로 미개한 자로다!” 자신의 불의를 비판하는 자는 미개한 자요, 자신에게 맹종하는 자는 은혜를 듬뿍 받은 지혜로운 자라는 의식이 저변에 짙게 깔려있지 않는가?

“내 앞에서 빤쓰를 벗어야 내 여신도다”라는 파렴치한 발언을 통해서 이른바 ‘빤쓰 목사’로 유명해진 전광훈 목사의 주일설교는 그야말로 저급하기 이를 데 없는, 싸구려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세월호 사고 일어난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어.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고. 추도식 한다고 (거리로)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왜? 이용할 재료가 생겼다고. 아니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게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 피우라고 그랬어? 돌아가신 젊은 애들한테 한 번 물어봐.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라고 했느냐' 이 말이야. 이게 국민 수준이냐는 말이야.”(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5월 25일 주일설교)

전광훈은 어떤 인물인가? 빤쓰목사를 넘어서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극우 어용 정당인 '기독신당'의 당수로서 - 급조 정당인지라 지금은 해체했겠지만 - , 속된 권력을 탐하며 끊임없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권바라기' 아니던가? 그는 세월호 참사를 외람되이 들먹이면서 진보세력을 비방하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목사라는 직분, 심지어 한국교회의 영향력있는(?) 목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생각이나 자기 유익을 지키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제멋대로 이용하는 허튼 종교쟁이들에 지나지 않으며, 어찌보면 하나님을 모르거나 안중에도 없는 사실상 불신자들이다.

실로 어리석은 자들아, 바라건대 성경을 똑바로 읽고 말씀을 제대로 전하라. 지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언급한 목사들의 망언들을 본래의 하나님 말씀에 의거해서 일일이 비판할 수 없지만,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대상으로 간단히 논한다. 하나님이 어린 아이들을 저주의 제물로 삼으셨다는 그의 설교는 한 마디로 말해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철저한 영적 무지의 소치다.

“그의 자식을 몰렉에게 주면 그 자는 반드시 돌로 쳐서 죽일지니라”(레20:2)

하나님이 그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이를테면 오늘날 그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친히 주신 말씀이다. 물론, 몰렉(Molech)은 암몬 사람들이 섬기는 우상 신이다. 따라서 하나님께 자식을 제물로 바치지 말라는 주장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두에 “그의 자식을 몰렉에게 주면...”이라고 특별히 명시하신 것은 의도적인 문체론(stylistique))의 특징으로서, 다른 무엇보다 몰렉의 특징인 ‘인신 제사’에 대한 경고이며, 자식을 제물로 바치는 자들에 대한 무서운 저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은 ‘어떤 경우에도’ 자녀를 제물로 바치게 하시지 않을뿐만 아니라, 자녀를 제물로 바치는 자는 반드시 죽인다고 저주하셨다. 그런 하나님이 잔인무도하게 세월호를 침몰시켜서 아이들을 제물로 삼으셨다고???

세월호 참사를 빗대서 자신의 사사로운 의견을 펼치는 한국교회의 이른바 잘 나가는(?) 목사님들... 당신들은 도대체 성경을 읽기나 하는가? 성경에도 분명히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시험이 있었다고? 무식한 소리하지 마라 !

하나님은 이삭대신 이미 제물로 숫양을 미리 준비하셨다. 즉, 하나님은 이삭의 생명을 제물로 바치라는 것이 아니라, 이삭을 통해서 아브라함에게서 드러난 우상을 포기하라는 명령이었다. 즉,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는 순간 아브라함은 마음의 우상을 버린 것이며, 그 순간 하나님은 시험을 멈추셨다.

간단히 말해서, 처음부터 하나님의 의도는 이삭의 생명을 제물로 삼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이삭으로 말미암아 아브라함의 마음에 자리잡은 우상을 제물로 삼았다. 하나님이 미리, 다시 말하지만 미리 숫양을 제물로 준비하셨다는 것이 명백한 증거가 아닌가?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한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서 은연중에 자기 위상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목사들은 말씀을 빙자해 사실은 자신들의 사사로운 유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악한 종들이다. 오정현, 조광작, 전광훈, 김삼환... 그리고 목소리를 감춘 채 사실상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숱한 목사들... 당신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로서, '망령되이' 입을 놀리고 있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