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시장에 불려온 예수
자본 시장에 불려온 예수
  • 김기대
  • 승인 2014.07.15 13:3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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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신앙 표현과 이념 논쟁 사이에서

지난 6월의 두 장면

첫 째 장면 - 지난 6월 열린  미국 장로교 221차 총회 안건 중 동성 결혼 인정이 가장 많은 시선을 끌었으나 휴랫 패커드, 모터롤라, 케이터필라(농기구 회사)에 대한 투자철회를 의결한 것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 졌다. 미국 장로교는 이들 3개 회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비평화적인 일’을 하고 있다며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장로교는 목회자들의 연금을 비롯한 교단 수익을 투자회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데 위 3개 기업을 친 이스라엘 기업으로 규정하고 총회에서 이같이 결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네탄야후 수상이 직접 나서 미국 장로교의 이번 결정은 매우 불공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둘 째 장면 - 미 수공예업체인 하비로비사는 연방법원을 상대로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피임 등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소송에서 6월 30일 승리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기독교를 비롯해 사회 전체가 이 결정을 놓고 보수 진보의 대립 구도로 흘러갔다.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은 이 판결이 미국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극단주의 신정국가와 같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는 매우 불안정하며, 반민주적이며, 여성과 여성의 신체를 남성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사용하려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복음주의 대학인 휘튼 칼리지도 교직원에 대한 보험적용에 관한 비슷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앙 논쟁같지만 내면에는 정치와 이념, 자본주의의 모순 등이 이 결정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동성 결혼 인정으로  조금씩 좌로 방향을 틀고 있는 미국장로교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 있고, 투자 철회로 인한 손해, 미국내 유대인들과의 갈등을 감수하고라도 교단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장로교는 자유 무역(free trade) 대신 생산지의 임금이나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로 한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을 몇 해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하비로비사의 소송도 단순히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만으로는 보기 어렵다. 클린턴 전장관의 지적 처럼 그 안에는 남성 중심 사고, 전통적인 가정의 보호와 같은 미국 우파의 기획이 그대로 담겨 있는 소송이기 때문이다. 하비로비사는 남성들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바이아그라와 남성 피임술인 정관 수술에 대해서는 보험 적용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이면을 모른 채 한국의 기독교 매체들이 대부분 이번 승소를 단순히 신앙의 문제로만 보고 과찬한 것은 매체의 단견을 그대로 드러낸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크리스천포스트>는 미국 내 대표적인 4개의 기독교 기업을 소개했는데,  이들 기업의 경영 방식과 성공에는 기도와 기독교 정신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적 입장을 보면 신앙의 표현을 넘어 신앙을 이념과 자본 시장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성공만으로 신앙의 표준으로 삼는 것이 과연 옳은가의 문제도 함께 지적해야 한다. 언론의 입장에서는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의 성공 사례를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겠으나 기독교인들이 ‘정치적으로’ 치우친 것을 보편적 신앙의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데이비드 그린 (하비로비)

데이비드 그린은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에서 "세계 최대의 복음주의적 자선사업가"로 뽑힌 미국 내  79위의 부자다. 그는  "30억 달러 정도의 기업 자산이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스스럼 없이  고백한다.  하지만 지난 6월의 승소 이후 진보 매체들은 거기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중국제인데 중국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채 신앙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그린은 하나님의 성회 예언파 소속 목사의 아들로  6 형제 중 본인만 목회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 졌다. 지금 회사를 맡아 키우고 있는 아들 스티브 그린은 남침례교 소속 교인이다. 바이블 벨트 즉 남부 출신이라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도니 스미스 (타이슨푸드)

바이블 벨트 지역 아칸소에 본점을 둔 타이슨푸드는 3백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육류 가공업체다. 대표인 도니 스미스는 <크리스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신앙은 나의 생각과 행동, 말에 영향을 미친다. 훌륭한 경영을 위해서 성경적 원칙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 오너인 존 타이슨의 신앙이다. 창업자의 손자인 그는 회사에 모두 128명의 시간제 사목(chaplain)을 고용하고 있는데 개신교 뿐 아니라 가톨릭, 무슬림 목회자들이 각 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이들 종교뿐 아니라 미국 원주민 종교 기도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다른 기독교 기업에 비해서는 종교 다원적인(interfaith) 기독교 기업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트루엣 캐시 (칙필레)

   
칙 필레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캐시 회장

칙필레(Chick Fil A)는 트루엣 캐시  회장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불매 운동 대상이 된 회사다. 치킨 패스트푸트 회사인 칙필레는 1600개 매장이 40개 주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하비로비처럼 일요일에는 영업장의 문을 닫는다. 캐시 회장의 총 자산은 42억 달러로 추산된다.

2차 대전 참전 용사인 캐시 회장 역시 남부 조지아 주의 존스보로에 있는 제일 침례교회 교인이며 50년 넘게 주일학교 교사를 해왔다. WinShape이라는 고아 후원사업과 광범위한 장학활동, 자선활동으로 유명한 캐시 회장은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인 대학 미식축구 Chick Fil A Bowl을 후원하고 있으며, 역시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인 포드사 아틀란타 공장에서 생산된 마지막 포드 차량을 증정받기도 했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 인사인 셈이다. 포드사와의 인연은 그가 처음 레스토랑을 연 1년 뒤 포드사 조립공장이 그 지역에 들어서 그가 부를 축적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자동차의 호황 시절 3교대 근무를 하던 포드사 조립 공장의 노동자들이 그 레스토랑을 24시간 이용했다.

캐시 회장이 전형적인 미국 남부 백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예는 그가  파이카파 알파(Pi Kappa Alpha)의 회원이라는 사실이다. 1868년 설립된 파이카파 알파는  미국 캐나다 전역에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백인 남성 친목 단체(인종규정은 1964년 삭제했다)로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리는 보수적 단체다.  2014년 아칸소 대학 지부 회장은 마틴 루터 킹 데이 행사를 인종차별적으로 했다고 해서 회장직을 사임했으며, 2012년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는 대학생 22명이 신입생에게 음주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 강요 혐의로 한꺼번에 학생 22명이 기소된 것은 미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인데 파이카파 알파의 신입생 환영식에서 신입회원들에게 음주를 강요, 이중 한명이 숨짐으로써 22명이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캐시 회장의 활발한 구호 선교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한 단체의 성격은 자선활동의 순수성을 마냥 칭송하기 어렵게 만든다.

장도원 (포에버21)

기업 자산이 34억 달러로 추산되는 대형 의류업체 포에버21의 설립자인 장도원, 장진숙 부부는 미국 내 121위의 부자다. 장도원 회장은  최근 LA 카운티 7대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그의 재산과 관계된 기사가 신문 경제면에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성공한 기업가다.

또감사홈 선교교회 장로인 장회장은 선교활동으로도 유명한데 지난 2004년 풀러 신학교 리차드 마우 총장에게 300만불의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한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부에 대한 인터뷰 요청에서 “선교는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하지만 그의 왼손은 이미 한인 교계에서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의 알려진 왼손 선행 만큼이나 입에 오르 내리는 것이 기업경영과에 관계된  끊이지 않는 구설수다. 근무초과 수당 미지급 등 노동법 위반 혐의로 인한 집단소송, 디자인 도용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2013년에는 정규직 직원의 비정규직전환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마바케어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었다.

오바마케어는 주당 근무시간이 30시간이 넘는 풀타임 직원이 50명 이상인 업체는 직원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는데 일부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29.5시간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직원의 비정규직 전환은 전체 직원의 1% 미만에 해당되는 것이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오바마케어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포에버 21이 소송을 한 경우도 있다. 작년 5월 포에버21이 주문했다가 취소한 물량을 하청 업체들이 재판매 했다며 제소했는데, 하청업체들은 취소 물량을 재판매 할 때 포에버21의 로고와 레이블 등을 모두 지웠고, 원래는 포에버21에서 주문했던 것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명확히 밝혔기 때문에 물품에 대한 포에버 21측의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량의 주문상품 취소는 포에버 21의 습성이라고 지적했다.

포에버 21의 노동법 위반 사례는 고용주라면 흔히 겪는 노동법 위반 사례가 포에버 21의 큰 규모 때문에 자주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고 포에버 21하면 떠오르는 기독교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고려하면 보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처신이 요구된다.

다행인 것은 다른 미국 기업과 달리  포에버 21이 이념 논쟁에는 거리를 둔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케어의 불이행에 따른 벌금을 피하기 위해 진보 보수 논쟁으로 판을 키워(?) 승리한 하비로비사의 용의주도함, 칙 폴레의 동성애 논쟁 같은 것으로부터 포에버 21은 멀리 떨어져 있어 ‘신앙의 순수성’이라는 점에서는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 포에버 21 매장 앞의 시위대들

기독교 기업의 자선활동이나 구호활동, 선교활동은 모두 그들의 신앙적 표현으로 탓할 일은 아니다. 일부 회사 소유주들의 저변에 깔린 미국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고는 하비로비사가 승소했던 ‘신앙의 자유’라는 점에서는 시비할 수 없지만 그 기업들이 반드시 존경해야 할 신앙의 성공 사례도 아니다.

 미국 장로교의 결정 역시 많은 논란 거리를 제공했지만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공생해야 하는 기독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성공에 따른 막대한 이윤과 그것의 사회 환원만으로 일반화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해 11월 28일 LA 중앙일보 김병일 기자는 세계적 패션 소매업체 H&M처럼 저임금 문제 해결을 비롯한 의류업계의 유통구조 개선에 앞장 서 달라고 포에버 21에 주문하기도 했다. H&M은 지난 해 4월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건물 붕괴사고로 1000명이 훨씬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계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이들에 대한 '생계형 임금(living wage)'을 오는 2018년까지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인 원가 절감 경쟁은 곧 제 3세계 노동자의 노동비 절감으로 이어져 기업 소득을 아무리 좋은 곳에 써도 착취와 다름 없는 구조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독교 기업주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불의를 겸한 많은 소득보다 공의를 겸한 적은 소득이 낫다는 잠언 16:8 처럼 이윤의 극대화에 따른 선교 구제 사업보다 자국이나 제 3세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선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기독교 매체들의 무조건적인 기독교 기업 감싸기, 성공 사례에 대한 목회자들의 무분별한 예화 사용에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기대, 편집장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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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잃음 2014-07-22 23:44:04
아래 댓글 수준이 세상사람들 댓글다는 수준보다도 못하네요. 세상사람들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요? 세상이나 기독교나 다를 게 없네요. 적어도 세상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기독교인들 댓글다는 수준을 보고 배워갔으면 합니다. 다들 부끄러운 줄 아시기 바랍니다.

모르면 2014-07-20 03:13:57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으면 가만히 있으면됩니다. 괜히 아는 척하지말고. 저급은 기사가 아니라 당신의 댓글이 만들고 있네요.

yy 2014-07-19 21:27:55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의를 겸한 적은 소득"...김종철 선생의 "공생공락의 가난을 위하여"란 글이 생각나네요. 그리스도인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문제 제기 감사합니다. 반면, 댓글은 수준 이하네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2014-07-16 12:14:51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공정하게 쓰는 듯 하면서 결국은 한쪽 편드는 참 저급한 글의 대표, 그것도 편집장이라는 분이...

편집자 2014-07-16 03:43:17
본래는 칙필레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을 지적하기 위해 합성사진임을 밝히고 사진을 게시했는데 본의아니게 독자 여러분을 불쾌하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사진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