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자로 헌신할 사람' 찾는 사랑의교회
'고소자로 헌신할 사람' 찾는 사랑의교회
  • 구권효
  • 승인 2014.09.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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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위, "오정현 목사가 고소 고발 조직화"…교회 측, "교인들의 자발적 모임"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의 분열은 계속되고 있다. 교회 측과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가 법정 소송으로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초 예배당 입당을 전후로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졌던 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양측의 분위기는 서슬 퍼렇다. 한 달 전에는 교회 측의 '소송단 회의록'이 드러나면서, 교회가 조직적으로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에게 소송을 걸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사랑의교회와 갱신위원회가 법정 공방 중이다. 오정현 목사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인한 형사소송, 교회 재정 장부 열람 소송, 서초 예배당 설계도면 열람 소송, 강남 예배당 퇴거 소송 등이 있고, 교인들 간 고소 고발은 셀 수조차 없이 많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양측 사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만 해도 7개가 넘는다. 가장 큰 건은 작년 7월 갱신위 김 아무개 집사가 오정현 목사와 서초 예배당 건축위원장 김 아무개 장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재정 운영 둘러싸고 시끌) 김 집사는 올해 들어, 교회에 SAP 회계 시스템을 도입한 전 재정장로를 역시 횡령·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감사 보고서, 무슨 내용이길래?) 이 사건은 현재 검찰 조사 중이다. 갱신위와 교회 측은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회계장부와 관련한 소송도 여러 개다. 지난해 11월 갱신위 교인 28명이 교회를 상대로 재정 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올해 3월 법원은 서초 예배당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 : 교회 재정 장부 볼 권리는 있지만 필요는 없다?) 당시 법원은 교인들이 요구하는 자료가 너무 방대하고, 이를 요구하는 이유와의 관련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이에 교인들은 자료의 범위를 축소해 고등법원에 항고했다.

교회 측은 서초 예배당의 '설계도면'을 공개하기 꺼리는 모양새다. 갱신위 교인들이 법원 판결에 따라 서초 예배당 도급 계약서를 열람하러 갔지만, 교회 측은 계약서에 딸린 설계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인들이 설계도면을 보여 달라고 다시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8월 9일 이를 허락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 '설계도' 베일 벗겨지나) 이후 교인들은 설계도를 받으러 갔는데, 교회 측은 법원 판결에도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았다. 교인들은 다시 설계도면 열람 및 등사 간접 강제를 신청했다. 교회 측은 설계도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

강남 예배당에 대한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교회 측은 당회장 오정현 목사의 명의로 지난 3월 갱신위 교인 23명에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강남 예배당 리모델링 공사를 방해하지 말고, 분리 예배를 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월 9일 이를 기각했다. 갱신위 교인들도 사랑의교회 교인이며, 교인이 교회 건물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다는 이유다. 교회 측은 항고했다.

오정현 목사가 올해 4월 명예훼손으로 갱신위 교인 5명을 고소한 건이 있었다. 이 소송으로 교인 1명에게 50만 원 벌금형이 나왔다. 이 교인은 벌금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신청했다. 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사랑의교회 도 아무개 총무장로가 갱신위 교인 9명을 강남 예배당 재물 손괴 혐의로 고소한 건도 있다. 지난 12월 말, 서초 예배당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교회 측 사람들을 고소한 건도 진행되고 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폭행인가 자작극인가)

이외 교인들끼리 서로 고소한 건은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교회 측과 갱신위 측 교인들은 서로 명예훼손·모욕죄 등 이런저런 이유로 고소 고발을 주고받고 있다.

   
▲ 교회 측 내부 문서로 추정되는 '소송단 회의록'은 지난 5월 PD수첩에서 일부 보도된 바 있다. 여기에는 고소할 갱신위 교인들 명단과 전략 등이 나와 있다. (MBC PD수첩 갈무리)

오정현 목사 반대하면 신상 털어서 고소?

이러는 사이, 갱신위는 교회 측이 조직적으로 소송을 걸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내부 문서를 지난 7월 입수했다. '2014년 3차, 2월 소송단 회의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 문서에는, 갱신위가 열고 있는 강남 예배당 마당 기도회 동향과, 갱신위 교인 중 누구를 고소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름·전략 등이 적혀 있다. 회의에는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사랑의교회 부목사가 참여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회의록은 지난 5월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도 일부 보도됐다. (관련 기사 : PD수첩,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집중 조명) 회의록에는 '활동하다가 다치신 분 치료/격려비는 평협(평신도협의회)에서 부담'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용팔이' 김용남 집사에게 총 550만 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김 집사에게 '330에서도 일부 격려금을 전달하였음'이라는 말도 있다. 갱신위는 '330'을 오정현 목사를 적극 지지하는 부목사들과 교인들로 조직된, 갱신위 교인들을 제압하기 위한 일종의 전위대로 추측하고 있다.

'사이버대응팀'에 월 105만 원을 지급한다, 사회법·교회법 소송을 시사하는 '양동 작전'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다. 한 교인의 이름 뒤에는, "예배 방해를 심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함. 담당 교구 목사는 악랄하게 한 것이 아니니 돌아오게 할 전략이 필요함을 제시. 그러나 일단 고소를 추진하기로 함"이라고 설명돼 있다.

   
▲ 지난해 11월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평신도 소송단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평신도 조사위원회 조직도와 5개 분과가 나와 있다. 오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들과 교인들의 뒷조사를 벌여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료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회의록에는 '고소자로 헌신 가능한 사람 추가 확보 필요'라는 내용이 있다. 오정현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이, 반대하는 교인들을 고소하기 위해 사람을 모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평신도 소송단 모집과 후원금을 모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평신도 조사위원회'의 조직도와, '반대파 장로들' 및 '해(害)교회 행위자'를 조사하기 위한 다섯 가지 분과가 나와 있다.

다섯 분과는 △연구/윤리 △조세/탈세 △법무 △해교회 행위 △기타 등이다.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의 논문이나 저서, 사업장의 세금 납부 내역 등을 파헤쳐 공개하고 해당 기관에 신고한다는 것이다. '해교회 행위'는 "교회와 오정현 목사를 상대로 무고하게 고소를 남발한 자, 신문에 광고를 내거나 법원과 구청에 탄원서를 내 교회 건축을 방해하고 성도와 교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자"라고 설명돼 있다. '기타'에는 "교역자의 멱살을 잡은 자, 당회 회의를 녹취하여 유출한 자, 비공개 서류를 반대파에게 빼돌린 자" 등이 포함된다.

평신도 조사위원회는 이 글에서, "이 일은 반대파 장로들의 분탕질과 분열 책동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고 거짓과 허위 사실에 의해 지금까지 끌려온 대다수 성도들이 받은 상처를 법적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글은 현재 인터넷 카페에서 삭제된 상태다.

갱신위는 지난 7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회 측이 조직적으로 교인들을 고소 고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오정현 목사가 자신의 휘하에 '에스라 회의'라는 친위 조직을 만들고, 주 아무개 부목사로 하여금 갱신위 교인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주관하게 해 '소송꾼'을 모집하고 '소송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직화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고소 고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보상금이나 보험금을 노리고 고소 고발을 일삼는 전문적인 사기꾼들이나 하는 짓을 교회가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교회 측 관계자는 '소송단'을 모집한 건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소송은 갱신위 교인들이 먼저 걸어왔고, 이에 참다못한 오정현 목사 측 교인들이 갱신위 교인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 차원에서 고소 고발자를 모집한 것은 아니며, 헌금으로 그들에게 소송비용이나 격려비를 지급한 적도 없다고 했다. 개인적인 소송은 철저하게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도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소송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권효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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