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하임의 기적(Miracle)
애나하임의 기적(Miracle)
  • 양재영
  • 승인 2014.09.0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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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테라스 노인아파트 색션 8 (Section 8)받아
   
▲ 애나하님 웨스턴 가에 위치한 미라클 테라스(Miracle Terrace) © 뉴스 M

애나하님 웨스턴 가에 위치한 미라클 테라스(Miracle Terrace)라는 노인 아파트에서 작은 미라클(기적)이 일어났다.

이곳 미라클 테라스엔 연금 8백불 정도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다. 180세대 정도의 규모에 약 90퍼센트 정도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데, 3개월 전 이들에게 청천병력과 같은 통보가 날아들었다.

이 아파트는 원래 카운티의 도시주택 개발국(HUD, Housing&Urban Development)의 지원을 받은 애나하임 남침례교회에서 건설, 운영하던 저소득층 양로 아파트였다. 한 달 렌트비는 4백불 수준으로 이곳 거주 노인들 연금의 50퍼센트 정도 였으며, 빡빡하지만 어느 정도 생활을 끌고 갈 만한 수준의 렌트비였다.

하지만 지난 5월 교회 재단 대출금을 다 갚은 주인이 UCLA 법대 교수에게 이 아파트를 판매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저소득층 지원 아파트에서 상업용 아파트로 전용되었고, 새 주인은 렌트비를 400불에서 600불로 올렸다. 200불은 이곳 연금생활 노인에겐 치명적인 금액이었다.

200불 상향된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어 30가구 정도가 이곳을 떠났다. 남아있는 이들 중 상당수도 상향된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입주자를 대표해 왕영운 선생이 나서 입주자들을 조직하게 된다. 평소 친분이 있던 김시환, 남장우 씨의 도움도 받았다.

“애초의 목표는 상향된 200불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기위해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입주자들 반응도 시원찮았죠. 자문을 구한 몇몇 단체에서도 이건 안되는 싸움이라고 포기했습니다.”

   
▲ 왕영운 선생(우)과 한민족 감사교회 심명구 목사(좌) © 뉴스 M

하지만 왕 선생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곳저곳 도움을 구하러 다니다 근처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한민족 감사교회’ 심명구 목사는 왕 선생의 부탁을 듣고 협조를 약속했다. 심 목사는 왕 선생과 함께 세 번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애나하임 주택국 직원 초청 설명회를 갖는 등 교회가 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 입주자들 중 단 한 분도 저희 교회 교인은 없었습니다. 왕 선생님으로부터 입주자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 함께 애나하임 시의원을 찾아가거나, 한인 단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입주자와 함께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처음 만난 분들이었지만, 그들의 요청을 교회가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한민족 감사교회의 도움은 결정적이었다. 그들을 통해 소개받은 변호사나 교인 자원봉사자,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한 통역원의 도움으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섹션 8(Section 8)은 미국 정부가 3백만이 넘는 저소득층들을 위해 제공하는 렌트비 보조 프로이다. 보통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소요시간이 7, 8년은 기본이라 한다.

“애초 200불 인상분을 깎아달라고 요구했는데, 새 주인이 노인들이 시끄럽게 하니 창피했는지 정부 보조를 받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Section 8이란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이 통과되면 소득의 3분의 1만 렌트비로 내면 됩니다. 나머지는 정부가 도와주는 거죠.”

이 프로그램이 기적적으로 단 3개월 만에 통과되었다. 180세대 전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으로, 애나하임 시는 기존 다른 소수의 신청자들의 신청을 유보하고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기존 렌트비 400불보다 무려 200불 가까이 깎여, 이젠 200불 조금 넘는 금액만 내면 된다. 이런 기적을 이룬 비결을 왕 선생에게 물었다.

“비결은 없어요. 다만 포기하지 않고 다함께 뭉쳐 싸웠죠. 처음엔 가능성이 없는 싸움이라 생각해 많이 모이지 않았지만, 점차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하루 둘 씩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비결이라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모든 분들이 모여 협조했기 때문입니다.”

   
▲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노인들을 위해 서류작업 등을 도와준 통역 봉사자 © 뉴스 M

건물 차원에 대한 검증은 이미 통과한 상태에서, 오늘은 입주자들의 서류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서류를 작성하고, 지문을 채취하고, 마지막으로 건물에 대한 인스펙션을 받는다. 30명 가까운 통역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노인들을 위해 서류작업 등을 도와주는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왕 선생과 함께 입주자를 위해 분투한 권옥남씨는 “이건 애나하임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입니다. 다른 곳에도 저희와 같은 처지에 놓인 많은 분 들이 계신 것으로 압니다. 저희들 소식이 그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 입주자 지문 채취 © 뉴스 M

양재영 기자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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