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들도 총회 때 멱살 잡을까?
평화주의자들도 총회 때 멱살 잡을까?
  • 박지호
  • 승인 2009.07.24 03: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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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동성애 문제 풀어가는 메노나이트 교단에 주목하다

미국 사회의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인 '동성애 논란'을 평화주의 신앙을 추구하는 '메노나이트' 교회는 어떻게 다룰까. 동성애에 대한 메노나이트 교회의 입장을 묻는 게 아니다. '평화'야말로 교회가 붙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 여기는 이들이 치열한 의견 대립이 벌어지는 갈등의 현장에서 과연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메노나이트 교단도 비켜가지 못한 동성애 논란

▲ 100여 명의 교인들이 'Pink Menno Campaign'을 벌이면서 성적 소수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출처 : The mennonite)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Mennonite Church USA)은 6월 30일부터 일주일간 오하이오 주에서 '미국 메노나이트 컨벤션'을 열었다. 총회겸 연합 수련회이기도 한 이 대회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올해는 동성애 문제, 정확히 말하면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로 불리는 성적 소수자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성적 소수자들에게 교회 멤버십과 리더십을 부여할 것이냐'가 핵심이었다. 이번 컨벤션에 참여했던 허현 목사(LA 이음교회)의 참관기와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종합해 재구성했다.

동성애로 인한 논쟁은 컨벤션이 열리기 전부터 진행됐다. 4명의 목회자들이 공개장(open letter)을 통해 성적 소수자를 지지하는 입장을 천명했고, 이후 미국 전역에서 1,522명(목회자 128명 포함)이 지지하며 서명에 동참했다. 7월 2일에는 100여 명의 교인들이 'Pink Menno Campaign'을 벌이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이들은 대표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분홍색 옷을 입고 회의장 앞에서 원을 만들어 찬양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로 인한 내부 의견 대립은 한층 고조됐다.

갈등과 혼란을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그것도 교단의 가장 큰 잔칫날에 불편한 주제로 시끄럽게 만드는 게 못마땅할 수 있다. 말썽 없이 고요한 상태를 진정한 '평화'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잡음을 차단해 위장된 평화를 추구하려들 것이다.

하지만 메노나이트 공동체는 갈등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훈련이 몸에 배어 있다. 또한 폭력의 부재 혹은 침묵하는 차원의 소극적인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갈등을 협력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표출이나 문제 제기가 되더라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과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행사 기간 내내 성적 소수자 문제로 시위가 열리고, 수차례에 걸쳐 격론이 벌어졌지만 서로 비방하거나, 발언을 방해하거나, 조소와 야유를 보내는 일이 전무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몇 명이든, 무슨 이야기든, 몇 시간이든

메노나이트 교단의 회의 진행 방식은 어떨까. 이들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끊임없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 말하고 싶은 만큼 말하게 하고, 들을 수 있을 만큼 듣는다. 이번 행사 시작 전부터 그런 작업이 진행됐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교회 대표자들이 안건을 숙지하고, 미리 의견을 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Resolution Team'이 합의문 초안을 작성했다.

▲ 대표자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sharon waltner 씨. 그는 일종의 평신도 대표에 해당한다. (출처 : The mennonite)
이런 작업은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계속됐다. 870명의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지만, 발언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전부 기회가 돌아가도록 했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1시간에 걸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고, 언급하려고 했던 내용을 앞 사람이 언급할 경우 자발적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Resolution Team'은 사전에 수렴했던 의견과 현장에서 나온 내용을 취합해 다시 결의문의 초안을 수정하고, 다음날 열린 대표자 모임에서 발표했다. 이후 수정된 결의문에 대한 의견 개진이 또 다시 한 차례 이뤄지고, 다시 수정 요청 사항이 나오면 찬반 투표를 실시해 의견을 반영했다. 대표자 회의 동안 그런 작업이 몇 차례에 걸쳐 거듭했다.

이런 지루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양쪽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공통된 입장이나, 공통된 요구 사항을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려는 것이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향은? 가벼운 주제에서 무거운 주제로

메노나이트 교회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별 발언을 종합해서 결의문이 나온다고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참석자들은 소그룹별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현안에 대해 토론한 뒤 발표하도록 했다. 그 과정이 흥미롭다. 의견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동성애 문제를 직접 다루기 전에 가벼운 주제들부터 논의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한 다음 민감한 안건에 접근해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향이 무엇인지' 조별로 의논해서 결론을 내도록 한다. 그 다음에는 좀 더 무거운 주제로 넘어간다.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단속 강화 요청서를 교단 차원에서 국회에 보내는 것에 동의하는지'를 놓고 토론하며 결론을 도출하도록 했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쟁점에 다가가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 개별 발언 이후에 참석자들은 소그룹별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현안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다. (출처 : The mennonite)

그렇게 테이블별로 논의를 거쳐 나온 내용을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거나, 정리된 내용을 기록해서 제출한다. 이때 발언을 기록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리한 내용이 맞는지 테이블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절차다. 그렇게 나온 회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추려가면서 결의문을 다시 수정해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컨벤션 행사가 끝난 뒤에도 지속된다. 대표자 회의를 거쳐 도출된 합의 사항은 대회 이후에 각 교회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교회 회중과 또 다시 협의해 추가 의견이 나오면 이를 다시 교단에 보내는 것이다.

이번 대표자 모임 때는 사용하진 않았지만, 메노나이트 교회가 까다로운 주제를 놓고 회의할 때 감정 표현 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참석자들에게 4가지 색깔의 감정 표현 카드를 나눠주고, 회의 중에 카드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써 청중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사회자는 수시로 참석자들의 감정 상태를 체크하며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행령 공포'가 아니라 '공동의 합의' 도출이 목적

이번 대표자 회의를 거쳐 나온 합의안은 97년에 정리한 합의 내용을 지속하자는 것이다. 당시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했고, 이를 견지하되 모든 지역 교회가 따라야 할 원칙으로 적용하지 않고 계속 논의를 해나가자는 중재안이다. 

메노나이트 교회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논의를 계속한다'(ongoing discussion)는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결론 없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고수하는 데는 이들의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다.

허현 목사는 "특정한 결론을 도출해서 공동체가 절대 복종해야 하는 운영 원칙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끊임없는 의견 수렴과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공동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법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됨을 지키는 것이다. 메노나이트 공동체가 갈등의 현장에서 'agreeing and disagreeing in love(사랑 안에서 찬성하고 반대하라)'라는 말을 되뇌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메노나이트란?

메노나이트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좀 더 급진적인 종교 개혁을 시도하며 제3의 노선을 선택한 아나뱁티스트의 신앙 전통을 따르는 개신교 그룹 중 하나다. 국가 교회(state church)에 속하길 거부하고, 초대 교회의 전통을 회복하려 했던 이들은 '평화'야말로 교회가 붙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 여겼다. 때문에 이들은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자 사명으로 여긴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철저하게 따랐던 이들은 "화평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따라 삶 속에서 비폭력주의와 평화주의를 실천하며 살아간다. 16세기 말, 자신을 뒤쫓던 경찰이 얼어붙은 강을 건너다 빠지자, 경찰을 구해주고 자신은 붙잡혀 사형을 당했다는 더크 윌리엄스 일화는 평화주의자들의 신앙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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