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적 행사에서의 ‘기도’허용,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공공기관, 공적 행사에서의 ‘기도’허용, 어떻게 보아야 할까?
  • 김택규
  • 승인 2014.09.19 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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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규 목사 © 뉴스 M

1963년 이전까지 미국의 모든 공립학교에서는 ‘기도’로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당시 미국 무신론자 협회장이었던 매덜린 오헤어(Madalyn M. O'hair)가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손자의 이름으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1962년 6월, 대법원은 오헤어의 손을 들어줬다. 그후부터 모든 공립학교에서 기도, 성경교육, 예배 등 종교적 활동은 불법화되어 모든 공립학교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미국의 여러 시(市)나 타운에서 어떤 공적 행사를 할 때, 기독교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공적(公的) 모임, 학교 졸업식등에서 기독교 성직자에 의한 기도순서를 갖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시민 및 무신론자들의 반대 및 위헌 소송 제기도 많았다.

뉴욕주에 있는 ‘그리스(Greece)’라는 작은 도시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발생했다, 그 도시는 ‘타운홀 미팅’을 할 때 언제나 기독교 성직자의 기도로 회의를 시작하곤 했다. 이런 관례에 반대하는 유대계 주민 수잔 겔로웨이와 무신론자 린다 스티븐스가 공공모임에서의 기도는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미연방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지난 5월, ‘공적집회(public meeting)에서의 기도행위는 미국의 전통이며, 따라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일부 시민들의 반대 및 무신론자들의 소송 등을 두려워하여 ‘공적 모임’에서의 기도를 폐지해 왔던 여러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다시 공적 행사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여전히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어 있다.

미국은 엄밀하게말해서, ‘기독교국가’는 아니다. 미국이 독립후 최초로 이슬람권과 맺은 조약인 1796년의 ‘트리폴리조약’에서도 이를 분명히 한일이 있다. 이 조약의 11조에는 ‘미합중국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도 기독교 종교위에 세워지지 않았다’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미국 건국의 조상들인 제임스타운의 ‘감독교회’ 교도들이나 뉴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은 모두 기독교 정신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나갔다. 그러므로 미국의 역사, 문화, 전통에는 기독교적 영향과 요소들이 뿌리깊이 내려져 있다.

최초의 의회라고 할수 있는, 필라델피아 ‘대륙회의’에서 기도로 회의가 시작된 이래, 미국 의회는 지금까지도 상, 하원 개회때 ‘의회 채플린’(chaplain)의 기도로 회의가 시작된다.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성직자의 기도가 반드시 있어왔다. 그러므로 지방도시에서 공공기관 및 공적 모임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미국 전통의 하나이며, ‘위헌’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틀리지 않은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앞으로 미국에 타종교인들의 수가 증가하게 되면, 공공행사나 공적 모임에 기독교 성직자뿐 아니라, 유대교 랏비, 이슬람교 이맘, 불교 승려 등도 기도 단상에 서게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금년 졸업 시즌에 내가 참석했던 한 개신교 계통의 대학교 졸업식에는 유대교 랍비가 초청되어 기도를 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들이나 학생들 간에 찬반 의견들이 많았다. 얼마전 미 의회에서도 불교 '승'인 방미중인 달라이라마를 초청하여 개회기도를 하게 함으로 보수 기독교 계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특정 종교 성직자의 기도 집례를 반대하는 운동도 생겨 이 문제는 더 복잡해 질수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공공기관 및 공적 행사에서의 기도가 ‘미국의 전통’이라고만 판결했지, 꼭 기독교 성직자가 기도를 담당해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모든 공적 행사에서의 ‘기도 단’에는 어떤 종교 성직자도 세울수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감안한다면, 차라리 ‘정교분리’원칙 정신대로 공공기관에서의 기도행사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할지도 모른다.

김택규 목사 / 전 감신대 객원교수

김택규 목사는 감신대를 졸업하고, S.M.U.학석사, Drew Univ.목회학박사를 마쳤으며, 전 감신대객원교수, 현이민목회연구원대표, 현 미연합감리교  한인원로목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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