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 성추행 증언 담은 책 나와
전병욱 목사, 성추행 증언 담은 책 나와
  • 편집부
  • 승인 2014.09.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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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진술 담은 책, 숨바꼭질 출판 파문

“당회장실에 부른 뒤 바지를 벗고 엉덩이를 마사지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갔더니 문을 잠근 뒤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다.”

지난 2009년 11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던 피해자 8명 증언 담은 책 ‘숨바꼭질’이 출간되어 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병욱 목사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 1년 만인, 2010년 11월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사임서를 제출하고 삼일 교회를 떠났지만, 2년도 되지 않아 2012년 서울 마포구에 홍대새교회를 개척했다.

당시 삼일교회 한 관계자는 "당시 당회에서 전 목사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발표를 기대했지만 1년이 넘도록 무소식이었다"라며, "심지어는 교회 내에서 피해 여성을 '꽃뱀'으로 몰며 전 목사를 유혹했다는 음해와 ‘이단논쟁’ 까지 있었다"고 말하며 당시 억울하고, 황당했던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삼일교회의 대다수 교인들 역시 성추행 피해자들의 문제제기에 ‘목사님 흔들지 말라’, ‘심판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는 논리로 성추행 사건을 부정했다”고 말하며 당시 피해자들이 교회 교인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상처가 매우 컸다고 주장했다.

삼일교회 피해 교인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 노회에 전병욱 목사의 목사직 박탈을 청원했으며,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제보를 받고 교회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당시 카페에는 전 목사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으며, 심각한 성추행만 15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삼일교회는 전 목사에 대한 명확한 사건 보고나, 피해자들에게 사과도 없이 전별금 13억 4,500만원을 주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증언 담은 책 ‘숨바꼭질’ 출간
김용민 PD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투 돼지 쇼에서 전병욱 목사건을 다루고 있다. 
(링크: http://www.podbbang.com/ch/8112

이 책의 저자인 지유석씨와 권대원씨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목사는 ‘영적 아버지’라는 잘못된 신격화로 인해 진실이 가려진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라며, “ 전 목사는 교인이 100명도 안되던 삼일교회에 부임해 교인 2만명의 대형 교회로 키운 '스타 목사'였기에 목사에 맞설 용기를 감히 갖기 어려운 게 교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2년 6월부터 삼일교회 교인들은 전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평양노회에 전 목사의 목사직 박탈을 요구하는 면직청원을 하고 있다고 밝힌 권대원씨는 “그간 네 번이나 노회에 면직청원서를 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다음 달 예정된 노회를 앞두고 다섯 번째 청원서를 낼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교계 한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책이 나온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만일 이번 사건이 다만 목사의 성추행으로 그친 사건이었다면 이렇게 책까지 출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며, “이와 같은 책이 출판된 배경에는 목사의 범죄에 대처하는 교회의 온정주의, 목사가 하나님의 위치까지 격상된 그릇된 맹신 등이 깊이 깔려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CBS 크리스천 NOW 진행자인 김응교 교수는 “전병욱 목사 사건은 한국교회의 총체적 부패의 상징이다. '성폭력 목사'의 헛된 설교를 열심히 들어준 '성실한 신자들'과 쉬쉬 감추며 '악의 평범성(한나 아렌트)'을 구축해 준 당회, 노회와 부패한 목사들의 감싸기, 그야말로 '부패 도미노 현상'이 작금의 현실이다”라며 책의 추천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유석씨와 권대원씨는 인터뷰에서 “교인은 목사라는 권위에 가려 진리를 보지 못하고, 교회는 가해 사실과 가해 목사를 가리기에 급급하고, 교회는 다시 교단 뒤에 숨는 숨바꼭질을 보는 것 같았다”라며, “교회도 엄연한 조직인데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매뉴얼조차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이 교회 성폭력을 공론화하고 지원기구를 만드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집부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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