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가해자
상처입은 가해자
  • 길벗
  • 승인 2014.10.0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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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 아! 전병욱

청빙위원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전병욱의 <낙타 무릎>을 읽어 보았냐고.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책 주문하는 것이 쉽지 않던 시절, 그런 책이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고 대충 어떤 내용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고 대답했다.(기억이 가물한데 그분의 질문이 청빙을 위한 필독서를 권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읽었다고 거짓 대답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이 기억이 맞다면 주여! 용서하소서!). 그분은 나에게 전병욱을 닮기를 원했고, 청빙위원들 사이에서 잔뜩 기가 죽어 있던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부임이 결정되고 토론토에서 LA로 이주한 후 이곳 기독교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다.   듬성듬성 읽다가 그냥 던져 버렸다. 그 때 벌써 그는 자기 과시욕이 지나쳤고, 열정과 욕망을 구분못하고 있었다.  

지식인들이 주로 모이는 교회,  ‘보수 신앙에 투철한 분’을 찾지 않고 ‘진보적’인 목사를 찾던 교회, <공동번역> 성서를 읽으며 하느님이라는 표현에 익숙한 교회인터라 주눅이 든 채 부임했지만 <낙타 무릎>은 역설적이게도 이 분들이 ‘다른 기독교인들과 다르지 않은 그렇고 그런 분’들이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지금의 현상을 보고 그를 평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는 그가 언젠가는 사고를 치겠구나 직감했었다.

진 립먼  블루먼의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 (부글북스, 2005년)은 미국의 정계, 재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도덕한 지도자들을 분석하고 그들을 따르는 지지자들의 무지를 지적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책이다. 최근 주문해서 받아본 책이 2005년 초판본인 것을 보면, 재판에는 들어가지 못했나 보다. 묻히기 아까운 책이다. 교회의 부도덕한 지도자에 대한 분석이 없는 점이 아쉽지만 정계 재계 지도자의 부도덕한 양태를 보면 종교 지도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목차만 보아도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인다. 그것이 책을 베스트 셀러의 대열에 올려 놓지 못한 이유일 듯하다. 서점에서 사람들은 목차만 보고 대충 내용을 다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부도덕한 리더들은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 안전과 높은 자존심과 인생의 의미를 향한 갈망, 숭고한 계획과불명성을 향한 욕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종류의 리더들에 예속되는 지지자들은 보호와 자유를 교환하고, 사회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이다. 부도덕한 리더들은 자유보다는 예속과 안전장치를 찾으며, 권위에 목말라하는 지지자들의 약점을 파고 든다.

저자는 부도덕한 리더앞에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치명적인 리더에게 충고하고 그 리더가 향상되도록 도와 주어라.   

▲ 은밀하게 리더의 기반을 약화시키도록 노력하여라

▲ 리더에게 맞서기 위해 다른 사람과 합세하라

▲ 리더를 전복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합세하라

▲ 친구와 가족이 치는 덫을 피하라

▲ 떠나라

전병욱 목사 –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지지자들이 이렇게 각성만 한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치명적인 리더에게 예속된 지지자들의 문제를 너무 개인적인 영역으로 축소한다. 언론의 호들갑이 나쁜 지도자를 만든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뭔가 약해 보인다. 사회의 거대한 욕망이 나쁜 지도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게 이 책의 약점이다.

기득권을 잃기 싫은 사람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줄 정치 지도자를 찾을 것이고, 정치 지도자는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어 낸다. ‘종북 세력’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고,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곧 국가의 위기라는 거짓 논리를 만들어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처럼 말이다.

전병욱 같은 지도자들은 '꽃뱀'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고,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면 기독교와 교회를 망치게 된다고 경고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성추행 피해자와 전목사와의 통화 내용).

직접적인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 조차도 그가 젊은 나이에 이룩한 성공에 환호하고, 온 몸을 던진 그의 열정을 미화한다.  전목사와 같은 메시아가 나타나서 지금 늙고 약해진 교회를 구해주기를 기다린다. 성공 신화에 목말라하던 대중들이 이명박과 전병욱을 만들어 내었다. <낙타 무릎>에 열광했던 사람들도 오늘의 전병욱 목사를 만드는 데 분명 일조했다.

그의 설교를 들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그의 설교를 유튜브에서 찾아 보았다. 왜 하필 이런 설교가 먼저 뜨는지. 2012년 7월 29일 주일 저녁에 행한 설교인데 제목부터가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똑똑한 여자를 만나면 남자가 행복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이다. 도저히 끝까지 들을 수 없어서 중간에 그쳐서 제목과는 달리 결론에 반전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설교 중간 중간에 여성을 비하하는 것을 보면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남편에게 님자를 붙여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앞에 앉은 자매에게 그말에 비웃으면 시집못간다는 농지거리를 하고, 저기 앉은 아줌마들은 시집가서 3년만에 저렇게 되었지 예전에는 늘씬했었다고 기억한다. 아! 그는 아직도 치료를 받지 못했구나!

이성복 시인은 최근의 산문집인 <고백의 형식들> (열화당, 2014)에서 “썩지  않은 영혼은 자신이 속속들이 썩었음을 지각하는 영혼이다. 그에게 절충이나 방임은 있을 수 없다. 자신의 환부를 절개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전목사는 완벽한 목사 보다 금간 목사가 더 좋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세상의 어느 목사가 완벽하겠는가?. 하지만 그의 문제는 자신의 금간 상태를 완벽한 상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데 있다. 그러니 환부를 절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가 지은 일이 무엇이든간에 그 역시 상처를 많이 입은 불쌍한 영혼이다. 그런데 상처와 죄성을 철저하게 고백하면서 다른 이의 상처를 보듬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었어야 했는데 세상을 향해, 교회를 향해 그는 지금도 가해하고 있다.

길벗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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