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없다
교회가 없다
  • 신성남
  • 승인 2014.11.25 0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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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교회당이 아니다
   
▲ 신성남 ⓒ <뉴스 M>

가는 곳마다 교회당은 넘치는데, 막상 다닐 만한 교회가 없습니다. 주변에 신자는 많은데, 제자가 없습니다. 교단마다 목사는 널렸는데, 목자가 없습니다. 물론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진실한 목사와 신실한 성도를 부인하는 것도 아닙니다. 요란한 외적 허세에 비해 실상이 너무 비참하다는 것이지요.

아마 겉모습만으로 평가한다면 개신교 역사상 최고의 교회는 한국교회일 것입니다. 유사 이래 단일 교회당 출석 교인의 수가 50만 명이 넘는 교회가 언제 있었던가요. 또한 단일 국가에서 목사의 수가 10만 명이 넘는 교회가 얼마나 있었을까요. 화려한 대형 교회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럼에도 '루터의 종교 개혁 이후 가장 부패한 교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교회 재정 수십억 원을 횡령한 험의로 구속 됐던 정삼지 목사가 지난 예장 합동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있다. ⓒ <뉴스엔조이>

돈에 굴종한 교회

"목사가 돈맛을 알면 교회마저 팔아먹고, 신학자가 돈에 눈이 멀면 예수도 못 알아본다. 교회가 돈독이 오르면, 이단과도 동침한다." 이는 어느 신학교 교수님의 탄식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돈이 목사를 삼키고, 신학자를 삼키고, 그리고 교회를 삼키고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교인 노릇하기도 힘듭니다. 십일조나 기타 헌금을 적게 하면 부끄러워서 교회에 나가기 힘듭니다. 교회 안에서 누가 헌금을 얼마나 하는지 알아내는 관행이 아주 오랜 전부터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교인의 믿음이 부족한 것은 잘 몰라도 헌금이 부족한 것은 아주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예배마다 돈을 걷고, 그것도 부족해서 부흥회니 특별 집회니 하며 계속 돈을 내라고 합니다. 심지어 교회 밖의 조촐한 구역 모임에서조차 모일 때마다 돈을 걷습니다. 한국에서는 교인으로 등록하는 그 순간부터 온통 돈타령이 시작됩니다.

과연 믿음은 헌금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범사에 헌금하라고 합니다. 생일을 맞아도 헌금, 결혼을 해도 헌금, 승진을 해도 헌금, 합격을 해도 헌금, 개업을 해도 헌금, 그리고 직분을 받아도 헌금을 해야 합니다. 만일 그리 안 하면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혼을 하거나 시험에 낙방했을 때도 헌금하라고 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하여튼 돈이 없으면 장로나 권사 노릇을 하기도 힘듭니다. 단순히 임직시에 내는 부당한 돈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직분자가 되어 교회의 기관이나 부서의 책임자가 되면 이리저리 사비를 털어 접대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분들은 미리 알아서 스스로 직분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가나안 성도들이 돈이 없어 교회를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많아도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헌금이 바르게 사용되지 않고 전도와 성장이란 명분 아래 교묘하게 오용되고 사유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 장학기금, 그리고 선교 등을 빙자하여 법인을 만든 후 목사의 친인척들이 이사가 되어 돈을 빼돌립니다. 성전이란 미명으로 대형 건물을 세우고 나중에 자식에게 교회를 세습을 합니다. 집회 강사비란 명목으로 교인들의 피땀이 어린 귀한 헌금을 서로 맛있게 나누어 먹습니다. 교회돈을 물 쓰듯이 쓰는 데는 도사이지만, 재정장부만은 절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교회는 거액의 소송비를 들여서라도 기필코 막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리들에 대해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교인은 교회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습니다. 우선 담임목사가 용서하지 않고, 또한 목사의 제자인 맹신도들이 참지 않습니다. 그런 교회에서 목사는 제사장이고, 사제이고, 교황이고, 무당이고, 그리고 교주입니다. 따라서 돈과 기복으로 맹신화한 교회에서는 오직 목사만이 정의입니다. 거기에 이의를 달면 무조건 신천지가 되거나 이단이 됩니다.

   
▲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예장합동 행사에 목사와 교인들이 가득찼다 ⓒ <뉴스엔조이>

성직주의, 기복주의, 그리고 성장주의

그래서 요즘 한국교회는 사람을 두번 놀라게 합니다. 우선 단기간에 그토록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났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불과 한 세대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수백만 명이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교회가 그토록 썩어 부패하였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여전히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 대단한 신도들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인내적 믿음으로 버티고, 다른 이들은 기복적 맹신으로 버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 개신교는 중병에 들었습니다. 많은 목사들은 '성직주의'라는 고질병에 걸려 거들먹거리고 있고, 신도들은 '기복주의'라는 저질병에 걸려 염불하고 있고, 그리고 지역 교회들은 '성장주의'라는 간질병에 걸려 거품을 물고 있습니다. 어찌 하든 돈을 긁고, 복을 받고, 성공을 하겠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무슨 고난의 십자가 복음이 필요하겠습니까. 사이비 종교처럼 귀족 교주와 기복 신도들이 합심하여 그저 잘 먹고 잘살면 땡인 것이지요.

이래도 어떤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모르시겠는지요. 아니 사실 그들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교회당'을 떠나는 것이지요. 그분들이 떠난 건 교회가 아닙니다. 단지 교회당입니다. 교회답지 못한 교회는 교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나안 성도들을 함부로 '무교회주의자'라고 비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 중에 상당수는 교회당이 아니라 진정한 교회를 찾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 어찌 보면 그들 자신이 이미 교회입니다. 참된 교회는 '건물 공동체'가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가정이 교회일 수 있고, 직장이 교회일 수 있고, 또는 마을 회관이 교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교회들을 무시하거나 거부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경우이든 '교회당'이나 '조직'이나 '사업'이 교회의 본질을 우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도리어 그러한 형식적 껍데기들에 지나치게 속박되지 말고, 진리 안에서 자유하며 주님께서 성도들에게 주시는 화평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교회는 교회당이 아니다

필자는 언제나 교회주의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교회주의'라는 용어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이 '무교회당'이나 '무조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교회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교회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다른 시도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중세 교회나 요즘같이 돈과 권력으로 심하게 타락한 여러 교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신약 초기 가정에서 모이던 교회들처럼 '무교회당 교회'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부인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미 잘 아시는 그대로 교회 본연의 사명은 예배, 교육, 성례, 교제, 그리고 전도입니다. 그런데 교회당은 많은데 교회가 없다면, 이게 정상일까요. 우리가 진정 추구할 것은 교회이지 교회당이 아닙니다. 사실 교회당이 나쁜 것도 아니고 도리어 매우 요긴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본질을 상실하고 특정 집단의 사욕에 악용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진실로 '교회'를 세우고 계십니까. 아니면 단지 '교회당'을 세우고 계십니까?

"아굴라와 브리스가와 그 집에 모이는 교회가 다 함께 주님 안에서 진심으로 문안합니다(고전16:19)."

신성남 집사 /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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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현상 2014-11-25 10:05:47
이런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상은 이미 초대교회가 시작 되고부터 일어난 반복적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입니다.
단지 과거에는 숫자가 적어도 정말 예수를 믿으려는 사람들만 예배당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인가부터 숫자를 좋아하는 인간들이 나타나서 한국에 내려오는 전통적인 무속신앙에 기복신앙, 번영신앙에 기독교를 혼합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예배당안에 끌어들인 이것이 결국 한국에서는 기독교로 자리 잡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보면 초대교회 시절부터 중세교회를 거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교회당을 다닌다고 해도 성경 말씀처럼 그 숫자는 극히 적은 수일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어차피 하나님이 만드신 역사의 지나가는 한 현상으로서 실제 예수쟁이들은 시대의 종말이든 개인의 종말이든 본인이 주님 앞에 책임지고 준비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