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본주의와 민주주의 목회의 갈등
신본주의와 민주주의 목회의 갈등
  • 김정호
  • 승인 2014.12.06 01: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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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 목회자와 피학적 교인의 고민

내가 속한 교단 세례문답을 보면 복잡합니다.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고백만이 아니라 세례문답에 사람차별하면 안되고 정의와 평화에 관심가져야 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나는 그런 조건이 들어가 있는 세례문답이 있는 우리교단이 오랜동안 참 자랑스럽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세례식부터 그런 조항을 빼버렸습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죄를 회개하고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는데 바른 인간이 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못난 인간들이 예수 믿고 모두 잘난 인간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이 변해야 하지만 인간은 결국 오직 은혜로 살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인간이 모여있는 집단입니다. 교회를 말하면서 신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을 합니다. 교회는 사람들이 다수결로 결정되는 곳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 중심이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신본주의를 말합니다.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은 교회가 주님의 몸이지만 교회를 움직이는 존재들은 인간이기에 민주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헤겔의 정반합이론과 토마스 홉스의 사회계약을 통한 절대적인 왕권옹호 이론의 차이입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헤겔과 홉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모든 일에 있어서 헤겔이 주장하는 정반합 이론을 통한 역사발전을 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교인들 가운데는 홉스가 말하는 절대 왕권적 권위를 목사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본주의 주장에 일리가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서 절대적인 진리를 세워가는 곳이 아닙니다. 교회에는 불변하는 진리가 있습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라는 것과 십자가 구원 그리고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그분이 우리 주님이시라는 이 진리는 non-negotiable truth(협상 불가능의 진리)입니다. 이 진리수호를 위해서는 홉스적인 목회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 협상불가능의 진리와 무관한 다른 것들까지도 교회는 신권주의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신적인 절대권위가 목사에게 있는 것처럼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결국 목사를 신격화하고 성경을 해석하는 목사무오설 그러니까 결국 목사는 절대로 잘못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이단과 사이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도차이일 뿐이지 우리 목사들 생각속에 또한 교인들의 문화속에 잠재되어 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절대적인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존재들은 인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웨슬리가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 모든 것에 사랑으로”라고 말한 것처럼 본질적인 것이 아닌 경우는 헤겔적인 목회가 건강한 목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 보면 선언적인 설교를 강하게 하면 영적인 권위가 있는 목사라고 좋아합니다. 목사가 권위의식을 가지고 야단을 치면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성도들이 생각하며 살도록 합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고민을 함께 나누려고 하면 인간적이라고 하거나 영적이지 않고 이성적이라고 과소평가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회안에 있는 잘못된 모습 가운데 하나가 건강하지 못한 심리적 현상입니다. 그것은 신학자 래리 러셀이 말하는 쌔디즘적(가학적)인 설교자와 매쇼키즘적(피학적)인 회중의 관계입니다. 설교자는 자기가 하나님을 대신하는 양 착각하면서 교인들을 야단치는 재미로 설교하고 교인들은 얻어맞는 쾌감을 즐기는 아주 뒤틀린 건강하지 못한 관계입니다. 설교자나 교인 서로 인격적인 존중의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교도 성경공부도 배움을 서로 나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누가 일방적으로 높은 영적인 경지에서 가르치고 누구는 일방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배우는 관계를 설정하면 건강한 배움이 불가능해집니다. 문제는 그동안 성경적이니 영적이니 하는 것들을 건강하지 못한 관계설정에서 배웠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끔 어떤 분들 보면 목사가 기도해줄 때 넘어지는 것 좋아하는 분들 있습니다. 재미나 호기심으로 한두번 그러는 것은 모르지만 상습적으로 넘어지는 것 좋아하는 하는 교인들에게 속는 목사들도 많습니다. 자기가 영력이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고칠 때 쓰러뜨려서 고치지 않으셨습니다.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교인들이야 순진한 마음으로 은혜를 사모하면서 그런다고 하지만 목사들 가운데 자기가 무슨 능력으로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것 연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수님 치유하심의 본질보다는 비본질적인 현상에 서로 감동받고 은혜받는 것 좋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종교 사기꾼들에게 당하고 맙니다.

요즘 교계를 볼때 예수 본질 목회가 아니라 별난 수단들 부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문제는 나도 가끔 유혹받는 것은 나도 헤겔보다 홉스적인 목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목회하기가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헤겔적 어프로치로 민주적인 목회를 하려고 하면 때로 목사에게 필요한 기본권위와 공동체의 질서를 무시하려고 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모두가 불행해 질 것입니다.

우리는 건전한 신학, 건강한 신앙, 건설적인 실천이 있는 교회 세워가기를 포기하면 안됩니다. 이를 위해 교회에서 상호존중에서 나오는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질서도 중요합니다. 신천지라는 집단이 있습니다. 교회에 들어와서 교회를 어지럽히는 말들을 퍼뜨리고 불만을 극대화 시키다가 자기들의 교회로 이동시키는 집단인데 그 방법이 너무도 파렴치해서 한국교회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작거나 크거나 신천지같은 행위는 교회에서 용납되면 안됩니다.

요즘 나는 교회 질서를 위해서는 홉스적인 목회를 설교와 성경공부등은 헤겔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김정호 목사 / <아틀란타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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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2015-01-04 03:24:37
평소 사랑하는 후배 목사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 UMC 한인목사들이라고 이런생각을 가지고 목회하며 신앙생활하면 좋겠네요. 특별히 "설교도 성경공부도 배움을 서로 나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말에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바두기 2014-12-09 04:56:41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