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과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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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남
  • 승인 2015.01.11 23: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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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목회의 끝은 무엇일까?

수년 전 필자는 "정삼지 목회의 끝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을 개인적으로 피력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이미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그대로 아주 만신창이었습니다. 소위 목회자란 분이 수십억의 교회 공금을 유용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손수 감옥까지 다녀오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정말 신비한 점은 그래도 그분이 소속 교단에서 파직을 당하지 않고 아직도 당당하게 계속 목회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엄청난 무슨 짓을 저질러야 목사를 파면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목사가 총 들고 은행이라도 털어야만 면직을 시킬 것인가요. 상습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어느 목사도 교단의 심판을 회피하며 여전히 큰소리치고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공직자가 그런 정도의 심각한 비행을 하면 그걸로 공직생활은 끝입니다. 그런데 거룩한 한국교회에서는 비리 목사의 면직이 거의 없습니다. 화려한 개인기와 막강한 종교 마피아 덕분에 이리저리 다 빠져나갑니다. 더욱 기이한 일은 그런 성추행 목사의 교회에 신도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정말 보통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이적과 기사가 하루도 끊이지 않는 나라입니다.

필자는 그동안 서초동 사랑의교회를 계속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오정현 목회가 결코 범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000억 초호화 예배당 신축과 관련하여 오 목사의 행보는 좋게 보면 강력한 추진력이었고, 나쁘게 보자면 좌충우돌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건축 추진 과정상의 문제 때문입니다. 또한 초대형 건축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교회 성장이란 평가가 있고, 반대로 종교적 야망에 의한 과도한 건물 확장이란 호된 비판도 있습니다. 매우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사랑의교회는 현재 심각한 분쟁 중에 있습니다.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서초동 본당에서 예배하고 있고, 오 목사의 회개 또는 사임을 요구하는 개혁 성도들은 마당에서 기도회로 모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적인 빌미를 준 데에는 일차적으로 오 목사에게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자신의 학위 논문이 "표절이면 사임하겠다"던 처음의 공언을 스스로 파기한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말을 바꾸는 인간'은 어디 가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법인데, 하물며 진실하고 담백해야 할 공교회의 목회자가 하루 아침에 얼굴 표정과 말을 바꾸었으니 결코 조용할 리가 없는 것이지요.

오 목사 자신은 논문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삽입된 문장들이 결코 표절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를 따르는 충성파 교인들 외에 이를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는 큰 의문입니다. 우선 자신이 당회의 공적 치리를 얌전히 받아들여 감봉과 자숙 기간을 감내한 것만 봐도 이를 충분히 잘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실제로 표절이 아니었다면, 평소 논리가 정연하시던 오 목사께서 그런 불명예스러운 처벌을 순순히 용납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오 목사의 학력 논란 문제도 그렇습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도통 이해가 안 갑니다. 그냥 연도별로 그동안 다녔던 학교명과 졸업 연도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하여 속시원히 한번만 발표하면 벌써 끝났을 일을 가지고 지금까지 오리무중으로 일관하니 그 의혹이 더욱 증폭될 수 밖에요. 아니면 거기에도 또 무슨 답답한 사연이 양파처럼 숨어있는 것인지요.

게다가 요즘 담임목사 측에서는 개혁 성도들이 운영하는 <사랑넷> 카페에 들어와 소위 말하는 '임시 접근금지 조치'를 무제한으로 남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이는 포탈사이트의 운영 규정을 악용하여 잔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여튼 조금이라도 자기 교회에 부정적인 내용이 포함된 글은 가차없이 신고하여 접근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망해버린 어느 나라 공산당도 아니고, 교회가 왜 교인들의 입을 막고 있는지 정당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교회야말로 소통을 해야 옳고, 목사야말로 남의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신들은 매주 강단에서 하고 싶은 말을 원없이 다 하면서, 왜 교인들은 말을 못하게 하는지요. 이건 너무 방자한 행동이 아닌가요. 다윗 왕은 임금임에도 불구하고 시므이의 비난과 저주를 들으며 "저로 저주하게 버려두라"고 했습니다만, 요즘 제왕적 목회를 휘두르는 어줍지 않은 어떤 목사들은 약간이라도 쓴소리가 나오면 귀를 막고 도무지 듣지를 않습니다.   

백보 양보해서 자신들이 듣지 않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왜 남의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 조치하여 다른 성도들까지 못 보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만일 글 내용에 부당하거나 거짓된 것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정당하게 반박을 하거나, 그것도 성에 안 차면 차라리 평소에 자주 애용하시던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할 것이지 왜 유치하게 아예 소통 자체를 원천봉쇄하느냐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제 정신을 가진 개혁 교회의 목사가 할 일이라고 보십니까? 아무튼 이번 주부터라도 그 버르장머리 없는 가위질 좀 제발 삼가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만, "개버릇 남 못 준다"고 그리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교회 장부 이야기를 다시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사랑의교회는 최근 교인들에게 장부를 열람케 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참으로 우스운 짜장면입니다. 도대체 공교회의 목사가 자기 교인들에게 교회 장부를 숨겨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도대체 무슨 기구한 사연이 있길래, 거액의 교회돈을 들여 변호사까지 고용해서 법정 싸움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요. 그냥 장부 한번 보여주면 간단히 끝날 일을 왜 이렇게 교인들의 소중한 헌금을 낭비하면서 굳이 버텨야 하는 건가요. 이래도 지금 한국교회의 어떤 목사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튼 앞으로 공개될 장부에서 어떤 크기의 폭탄이 터질지는 누구도 예측불가인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다른 대형 교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여튼 교회 장부를 숨기는 교회는 일단 무조건 사이비라고 의심하셔도 좋습니다. 이 문제에선 이단은 물론이고, 정통이나 보수나 진보나 그 아무도 믿지 마십시요. 큰 교회도 믿지 말고, 작은 교회도 믿지 마십시요. 부패한 목회자치고 교회돈을 가지고 장난질 안 하는 목사가 거의 없으니까요. 성도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그래서 정당한 절차와 영수증 없이 공교회의 헌금을 함부로 빼먹는 위인들을 앞으로 완전히 몰아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교회에서 개혁 성도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담임목사가 자신을 추종하는 장로나 힘없는 부목사들을 동원하여 '밀실 목회'를 하지 말고, 교회의 재정과 운영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교회돈을 가지고 치부하는 종교 사기꾼들을 근절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공동의회나 제직회에서 목사에게 불리한 발언을 물리적으로 막으며 꼼수부리지 말고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른 비판에 대해 걸핏하면 교회의 화평을 깨는 '분열주의자'나 '마귀'라고 함부로 매도하며 멍쩡한 교인들을 생이단으로 몰지 말라는 것입니다. 목회자로서 이런 행위는 너무 치졸하고 비양심적인 추태가 아닌가요.

아무튼 새해에도 서초동에서는 매우 슬픈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를 따르는 교인들은 본당에서 따뜻하고 편안히 예배하고 있고, 반대로 그의 사역에 반대하는 교인들은 한겨울 추운 마당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교회는 저 모양 저 꼴이 되었지만, 수백 억대의 은행빚이 있는 교회의 거룩하신 담임목사께서는 여전히 고급승용차를 굴리며 제때에 꼬박꼬박 수 억의 고액 연봉을 의연하게 잘 받으시고 넉넉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담임목사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실제로 받아가는 총수령 내역을 교인들에게 정확히 공개한 적은 현재까지 단 한번도 없습니다.

한국영화 '쿼바디스'의 제작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그리스로 가서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되었다. 유럽으로 옮겨가서 문화가 되었고, 미국으로 가서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에 왔을 때 교회는 대기업이 되었다. 교회는 무엇인가?"

이는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업적 변질을 탄식한 것입니다. 상당수 목회가 사교집단처럼 장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골아서 썩고 있는데도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속 편히 교회생활을 하고 있는 교인들, 그런 교인들을 보며 믿음 좋고 은혜가 충만하다며 칭찬하는 신도들, 그리고 진정한 기독교 진리와 은혜를 모르는 직분자들이 교회를 온통 부패의 소굴로 만들고 있슴을 아프게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디로 가실 것입니까? 본당입니까, 아니면 마당인가요. 본당은 따뜻하고, 마당은 춥습니다. 본당은 다수이고, 마당은 소수입니다. 본당엔 교권이 있고, 마당엔 양심이 있습니다. 본당엔 힘이 있고, 마당엔 짐이 있습니다. 본당엔 정통이 있고, 마당엔 정의가 있습니다. 본당엔 목사가 있고, 마당엔 제자가 있습니다. 본당에선 성공과 성장을 노래하고, 마당에선 회개와 회복을 기도합니다.

그리고 본당엔 십자가가 걸려 있고, 마당에선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샬롬!

"그(가룟 유다)는 돈주머니를 맡아가지고 거기 들어 있는 것을 늘 꺼내 쓰곤 하였다(요12:6)."

신성남 집사 /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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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2015-01-12 21:56:01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아서 마당에 있는 사람이 이겼을때, 그래서 그들이 본당이 되었을때 그들도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을 이 미국땅에서 지긋지긋하게 보았다.
그래서 그것을 양심이라든지, 정의라든지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들도 그래서 강단을 차지하게 될때,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칼질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도리어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정말 탁월한 교회를 더 보고 싶다. 그런데, 그래서 갈라져 나간교회,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겠다고 외치며 나간 교회들이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교회는 역시 죄인들이 모여있음을 보게된다. 한번도 마당에 있던 분들이 본당을 차지한 후에 달라진 것을 본적이 없다.

나그네 2015-01-12 10:18:57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좇을 스승을 많이 두고[딤후 4:3]...,

약간 다른 번역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사욕을 좇을 교사를 둔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통과 희생의 십자가 보다는 영광과 성공의 십자가가
현대인들이 듣고 싶은 복음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고요.

tedseo 2015-01-12 06:07:47
본당에선 자신들의 의로운 행위와 교권을 찬양하고
마당에선 자신들의 부족함과 미력함을 기도한다.
보고싶은것 만을 보고 듣고싶은것 만을 들은 성도들과 해야할 설교 보다는 하고싶은 설교만을 해온 목사들의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실과 상황을 사랑의 교회가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있습니다.
주님이 한국교회에 주시는 교훈적 신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과거를 잊지말고 기억하라는 성경의 일관된 가르침이 용납되지 않는 한국기독교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