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교회로 변하겠다”
“정상적인 교회로 변하겠다”
  • 전현진
  • 승인 2015.01.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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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가속, ‘포스트 김규동’ 시대 맞는 요한동경교회

요한동경교회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다. 일본 선교하면 먼저 떠올리는 곳인 셈이다. 요한동경교회는 한국인이 개척해 일본 최대 교회로 성장한 만큼, 일본을 다녀간 한인 크리스천이라면 이곳을 직접 거치거나,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한 번은 꼭 그 이야기를 듣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알려진 이름만큼 교계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그 특유의 전도 방식으로 일본을 찾는 유학생들과 한인들, 현지 일본인들 사이에는 농반진반으로 ‘요한교회를 조심하라’는 말도 흘렀다. 현지 사정에 밝은 이들은 교회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식의 비판을 계속했다. 일본 현지 신학자와 교계 관계자들은 교회의 피해를 봤다는 이들을 상담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 상에는 ‘요한동경교회 피해자 모임’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개설되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외부와의 교류가 뜸한 모습에 주위의 색안경은 더욱 짙어져갔다. 제 울타리 안으로 더 깊이 파고 들수록 손가락질은 계속 됐다.

그 중심에 섰던 이가 김규동 목사다. 김규동 목사는 요도바시교회라는 도쿄의 현지 교회의 한국부에서 예배를 시작해 ‘요도바시한국부’ 예배를 일본 최대의 메가처치로 키웠다.

김 목사가 강조해온 일본 선교와 군대식 위계 질서는 요한동경교회를 읽는 키워드다. 순모임 참여 인원이나 전도 인원을 단계별로 보고해 최종적으로 김규동 목사에게 전달 되는 시스템이다.

교회의 거의 모든 결정은 김규동 목사가 했다. 장로가 없으니 당회도 없었고, 당연히 교회의 주요 결정은 김 목사 입에 달려 있었다. 2013년 해외한인장로회(KPCA.총회장 노진걸 목사) 교단 가입을 위해 장로 두 세 사람을 급히 세웠을 정도다. 김 목사의 말 한마디로 교회가 좌지우지되는 그런 곳이었다는 평가다.

그런 김 목사가 성추문에 휩싸여 교회를 떠났다. 그를 따라 그의 목회를 추종해온 사역자들과 교인들도 교회를 떠났다. 남은 교인들은 상처를 싸매고 교회 수습에 앞장서고 있다. 오히려 교회를 건강하게 세울 수 있는 기회라는 이들도 있다. 김규동 목사의 몰락과 함께 지난 십수년 간 미뤄온 교회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 요한동경교회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김규동 목사, 성추문부터 사퇴까지

요한동경교회는 지난 1월 11일 공동의회를 열고 김 목사가 떠난 이후 청빙 활동과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해 교인들에 설명했다. 이날 교회 제직회 등에서 선출된 대표기구인 상임위원회는 새 담임목사 청빙 과정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한국, 일본, 중국 세 언어 회중이 모이고 있는 교회의 특수성, 큰 ‘사고’를 겪은 교인들이 상처가 남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새 담임목사 청빙을 확정할 때까지 단기 담임목사를 먼저 세워 교회를 안정화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임위원회는 요한나고야교회 심창현 선교사를 단기 담임목사 후보로 발표했고, 교인들은 투표를 거쳐 새 담임목사 청비 시까지 단기로 담임목사 역할을 심 선교사에게 맡겼다. 청빙위원회의 활동은 계속된다.

정상화 첫 단추를 꾄 요한동경교회 안에선 지금 어떤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을까. 교회가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교인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고 <뉴스M>이 만난 교회 관계자들은 말했다. 개혁의 속도나 방향에 이견이 있지만, 교회가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규동 목사가 떠난 직후에는, 그가 사퇴했으니 특별한 개혁은 교회에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김 목사와 관련 교회 개척 움직임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개혁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던 교인들은 대부분 교회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관련 기사 : 김규동 목사, 새 교회 개척했나)

김규동 목사의 퇴임 과정을 지켜본 한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문에 휩싸인 직후에도 김 목사는 겉으로 사퇴를 하겠다고 이야기 했으나, 계속 이를 번복하며 교회로 돌아올 길을 남겨두려 했고, 최소한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가족 관계의 사역자들을 교회의 리더로 남겨두려고 했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이번 기회에 지난 일을 깨끗이 정리하고 회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김 목사는 교회를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가 떠난 뒤 교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정에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도 드러났다. 헌금이 얼마나 모여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교회의 재산은 어느 정도인지 등 재정과 그 운영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문서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실제 교회에서 숙소와 모임 장소 등으로 사용 중이던 크고 작은 부동산 중 몇 건은 김규동 목사의 개인 명으로 등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김규동 목사가 전별금으로 받았다고 알려진 돈은 이 부동산을 교회 명의로 돌리면서 교회가 시세에 맞춰 김 목사에게 돈을 주고 구입하기 위해 전달된 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교회 관계자는 전별금 명목으로 김 목사에게 돈을 지불할 당시 실제 교회에 그만한 돈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고 했다. 그동안 교회 안에 현금이 쌓여만 있었다는 얘기다.  화장실 물도 수압을 낮춰 수도세를 아끼는 등 절약해야 한다고 말하던 김규동 목사였다. 언제나 사비를 들여 크고 작은 교회 일을 해왔던 교인들이였다.

요한동경교회 개혁 키워드 '정관', '당회', '교단'

교회의 구체적인 개혁 방안은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한 교회 관계자는 “요한동경교회가 정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개혁의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선교라는 핵심 목표를 제외하고, 김규동 목사 한 개인의 의중으로 운영되어 온 교회의 모습을, 누가 와서 보아도 정상적인 교회의 모습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한동경교회에서 현재 논의 되고 있는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크게 정관 개정과 당회 구성, 교단과의 건전한 관계 정립을 들었다. 한 두 사람의 전횡으로 교회가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해 정관이 필요하다. 사실상 없다시피한 정관을 만들기 위해 교회 내부에서 토론과 공부가 계속되고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정관 개정을 위한 공동의회가 열릴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교회를 건강하게 운영할 장로들을 세우고 당회를 구성하는 것도 시급한데, 이 역시 정관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KPCA 관계자를 초청해 교회 상황을 전하고, 당회 구성 등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교단 가입 당시 당회는커녕 장로 직분을 맡은 교인조차 없어 급하게 2~3명의 장로에 안수를 주는 등 문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김규동 목사 사건 이후 교단에 가입되어 있었기에 다행이었지 정식 교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졌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교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헌금 내역을 외부의 감사를 거친 뒤 주보를 통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 당시와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든 변화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목사 재임 당시에는 헌금의 액수를 정확히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동경교회가 개혁해야 할 문제점들은 사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교회에서 운영해온 자체 신학교와 국제학교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교회는 아직 구체적으로 신학교와 국제학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당장의 직면한 교회 문제가 산적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학교와 국제학교 문제는 교회 사역자들과 자녀들의 교육, 그 교육 과정을 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인정 받을 것이냐는 문제가 걸린만큼 외부 전문가들과 협의해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고 당한 교회. 도움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회 개혁과 함께 김 목사가 저지른 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교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 이름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미련이 없는 것도 아마 대부분의 교인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교회 이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된 점들을 인정하고 건강한 교회로 개혁을 해나가는 점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름을 바꾸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를 무조건 덮어두는 대신 교회의 역사로 끌어안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말보다, 정상적이 교회의 모습을 찾는 과정이라고 봐줬으면 한다”는 얘기다.

“(요한동경교회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언제든 그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요한동경교회는 홍정길, 이동원 목사 등 코스타 집회로 인연이 있는 목회자들과 한국 합동신학교 교수들을 초청하여 제직 등 교인들의 신학 교육과 교회 제도 정비를 위한 강좌를 지속해서 열고 있다. 일본 현지 목회자들과의 교류도 필요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도쿄 인근 목회자들을 모시고 교류하면서 말씀을 나누고 싶지만, 그동안의 평가들로 여전히 우리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건강하게 서려고 노력하면 아마 정상적인 교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전현진 주재기자(도쿄)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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