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에 없는 것 ⓛ “기독운동, 못해먹겠다”
한국 기독교에 없는 것 ⓛ “기독운동, 못해먹겠다”
  • 양희송
  • 승인 2015.01.27 14: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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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가 지난 2010년 '한국 기독교에 없는 것' 이란 주제로 연재한 글을 '미주뉴스앤조이'에 다시한번 소개하자 한다. 5년이 지났음에도 당시와 조금도 변함없는 교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편집자 주

1. “기독운동, 못해먹겠다”

   
▲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 © <뉴스 M>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초반에 “못해먹겠다”고 해서 구설에 올랐었지요? 저는 제 자신을 늘 “복음주의 운동가”라고 소개합니다. 그런데 그 ‘복음주의 운동’이란 것이 늪과 같아서, 계속 빠져들기만 하지 성과를 뚜렷이 내기도 힘들고, 당면한 과제에 필요한 대대적인 에너지가 잘 동원되지도 않는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한 이십 년째 맴돌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1990년도 ‘서울대 기독인 연합’을 만들 때나, 1991년도 ‘기독노래운동 뜨인돌’을 시작하던 때 느꼈던 일종의 낭패감은 20년이 지나면 좀 걷히고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스란히 하나의 ‘체제’를 이룬 듯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암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작은 실수거나, 오류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산을 이루고, 강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때 우리 모두는 적이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밖에는 거대한 적들이 많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20년을 그 속에서 지내면서 제가 발견한 것은 소위 ‘복음주의 운동’ 그 자체가 대안운동이 되기엔 참 많이 모자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사회과학적 인식이 부재한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곧 그것만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에겐 신학적 자양분도 모자랐고, 공부하는 기풍도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읽는 법도 서툴렀고, 역사적 안목은 짧고 토막토막 나서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언제나 “순수함이 모자라고, 순종이 부족했다”는 자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 문제가 여기저기에 엿보였습니다. 성찰과 배움이 있어야 할 공간을 통성기도와 부산스러움으로 때우고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선배세대들이 왜소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는 너무 거대하고, 감당할 자신은 한없이 부족했으니까요. 그걸 직시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바쁘고, 할 일은 넘쳐나는 상황이니까 말이지요. 모른 척 사람들 뺑뺑이를 돌리는 데에는 ‘보수’고 ‘진보’고 따로 없었습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처한, 우리가 처한 상황을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한국사회도 달리 보였습니다. 겉으로는 정권이 갈리고, 체제가 바뀌고, 뭔가 대단한 변화가 희망스럽게 펼쳐지는 듯 보였지만, 실력 없고, 윤리적이지도 못한 이들이 권력의 허위의식에 한껏 휩싸여 사는 모습을 참으로 많이도 보았습니다. 이것도 오래가지 못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보수에서 진보로, 혹은 진보에서 보수로의 권력이동으로 포장된 것들 이면에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작동되는 메커니즘들이 포착됩니다. 시장권력은 더 깊어졌고, 그것은 경제만 아니라, 정치와 언론도 통합시켰고, 아주 새로운 윤리의식마저도 창출했습니다.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 것은, 결코 정권이 누구 손에서 다른 누구 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를 비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본 어느 정도는 의도된 ‘무지의 죄’, 이제는 알아도 거역할 힘과 의지를 상실한 ‘위약의 죄’가 더 큽니다.

저는 이제 ‘한국사회의 무슨 변화를 말하는 일’은 곧 ‘기독교, 혹은 복음주의운동의 변화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동일한 일은 아닙니다만, 이 둘이 적어도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분리하기 힘든 방식으로 엮여있습니다. 이 둘은 따로 처리하기 힘듭니다. 쉽지 않지만, 한꺼번에 통찰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요즘 ‘개독교’라고 욕을 많이 먹지 않습니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개신교와 한국사회 간에 좋든 싫든 뗄 수 없는 연관관계가 역설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죽을 지경인데, 기독교만 지상천국을 누리고 있는 모습은 더 웃기지 않겠습니까? 비록, 우리가 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긴 하나, 그만큼 우리들의 자기갱신 노력이 한국사회의 변화와 직결된다는 반증인 셈이니, 두 눈 부릅뜨고 우리 앞의 삶을 맞대면할 이유가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계속 이어집니다.
원본 링크: "기독운동, 못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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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은혜로만 2015-02-18 09:35:49
기독운동이라는 미명아래 은혜가 빠진 인본주의적인 윤리의 잣대로만 판단하고 비판하는 긷독운동가들 때문에 한국교회는 더 분열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못해먹겠으면 그만 두세요!

늘 종 2015-01-30 10:22:46
후배님 그래도 대견합니다.

The passion for the impossible takes place within the trace. -Capu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