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샘이 죽은 이유를 아시나요?'
'내 친구 샘이 죽은 이유를 아시나요?'
  • 박지호
  • 승인 2009.08.26 0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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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소저너스]가 말하는 의료 개혁 필요성과 실천 사례

"2주일 전 샘(가명)이 갑자기 죽었습니다. 청소년 사역을 준비하던 건강한 21살의 청년인 샘의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진단 미확정의 당뇨병에 심한 췌장염이 겹친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극심한 복통을 해결할 수 있는 건강 보험이 없어서 치료시기를 놓쳐버렸기 때문입니다."

▲ 최근 오바마가 추진하는 의료 보험 개혁으로 인해 격론이 일고 있다. (출처 : barakhealth.com)
지난 18일, 미국의 진보적 복음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소저너스>는 Sam's story라는 제목의 편지를 독자들에게 보냈다. 샘의 죽음으로 말문을 연 <소저너스>는 미국 사회의 수많은 '샘'을 위해 행동할 때라며 의료 보험 개혁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모든 미국인의 보험 가입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오바마 정부의 의료 보험 개혁이 보수 진영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자, <소저너스>를 비롯해 오바마 정부를 지원했던 풀뿌리 단체들이 측면 지원에 나선 것이다.

부실한 의료 보험 체계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샘'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가 후지다는 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가정의 의료 보험료가 월 1,000불(4인 가족 기준)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4,600~5,000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 보험이 없다. 의료비가 워낙 비싸기에 무료 진료 행사장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한인 신문 광고란에는 '고국 방문 건강 검진 관광'이 수시로 등장한다. 미국에서 파산 신청자의 절반이 파산 원인으로 의료비용을 꼽고 있다. '돈 없는데 아프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미국에서는 농담이 아니다.

미국 내에 인종 간 의료 불평등도 심각하다. Health Rights Organizing Project는 인종 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면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만 하루에 229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인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족학교는 "한인의 무보험율은 52%로 모든 인종 중 가장 높다"고 말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의 이은숙 사무국장은 "한인 4명 중 1명(26%) 이상은 정기적 검진을 받지 않으며, 무보험자의 경우 46%에 달한다. 한인들은 의료 보험 없이 저임금 고위험의 직종에서 일하며 365일 의료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sojo.net)
저마다 의료 보험 개혁 필요성 외치는데 왜 개혁 안 되나?

<소저너스>는 샘이 이런 부실한 미국 의료 보험 체계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개혁의 정당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이런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미국 국민 10명 중 8명이 현재의 건강 보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3년 <워싱턴 포스트>와 <ABC뉴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0%가 '의료 보험 혜택을 세금 감면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보험 개혁의 필요성 자체에는 민주·공화 양당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의료 보험 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보수 진영의 반발이 드세다 못해 '극렬'하다. 최근 각 지역구 의원들이 실시한 건강 보험 개혁 설명회에선 반대하는 주민들의 욕설과 고함이 난무했고, 미국 전역에서 오바마를 비판하는 광고와 흑색선전이 나돌고 있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거품을 물며 오바마식 의료 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노인이나 중환자들의 경우 보험 개혁으로 인해 자신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고, 사업주(피고용자 월급으로 50만 불 이상 지출하는 업체)의 경우 의무적으로 피고용자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해야 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연간 소득이 25만 불 이상인 경우 소득의 1~4%를 의료 보험 관련 세금으로 지출해야 하므로 고소득층의 반발도 만만찮다. 공화당은 조합 형태의 공영 보험을 도입하면 민간 보험 업체가 몰락해 보험 시장이 약화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 한 의료 보험 개혁 반대론자가 지역 설명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 (출처 : AP)
건강 보험 개혁이야말로 신앙적 이슈

하지만 <소저너스>는 "샘의 장례식에는 개혁을 거부하며 비난과 고성을 지르던 반대론자들 대신 충격과 비탄에 빠진 가족들과 친구들뿐이었다"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낙태와 동성애가 아니라, 빈곤의 문제야말로 현 시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종교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던 <소저너스>는 의료 보험 개혁을 신앙적인 이슈로 부각시켰다.

'건강 보험 개혁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강령'(A Christian Creed on Health-Care Reform)을 만들어서 4,4000명에게 발송했고, 17,000명이 서명했다. 또 "그리스도의 사역은 육체적인 치유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믿는다"며 미국 사회의 왜곡된 건강 보험을 개혁하는 일과 신앙적 실천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태복음 4장 23절, 사도행전 10장 38절 등을 근거로 "우리는 하나님의 새로운 피조물로서 치유와 회복의 도구로 부르심을 받았다"며 의료 보험 개혁을 위한 선지자적 외침을 당부했다.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에베소서 4장 14-15절과 잠언 6장 16-19절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말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왜곡된 두려움에 근거한 잘못된 메시지들을 바로 잡아 줄 것을 요구했다.

▲ <소저너스>는 의료 보험 개혁을 놓고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출처 : <소저너스> 홈페이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

의료 보험 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LA 민족학교와 같은 단체들은 지역 대표 의원들에게 전화를 한다든지, 의료 개혁에 관련된 설명회에 참석하라고 제안했다. 또 의료 보험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알려주는 것도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소저너스>는 의료 보험의 부재와 의료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양한 실천 사례를 제시했다. 우선 '건강 보험 개혁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강령'을 읽고 서명하기(바로 가기), 건강 보험 개혁에 대한 오바마의 연설을 청취하기(바로 가기), 의료 보험 개혁에 대한 자료(바로 가기)를 가지고 교회나 공동체의 모임에서 토론하기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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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actorpattern 2009-08-28 02:47:04
앞으로 연방정부에서 우리들의 건강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우리 주위에 불우한 이웃들의 건강이 나아지고 아울러 기사의 스토리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연방정부에서 시민들의 건강혜택에 대하여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 사회주의 국가나 현 유럽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문제보다 오히려 현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이 더 많은 슬픈 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 입니다. 바라기는 뉴스앤조이는 미국 연방정부와 현 정권이 제시하고 있는 의료보험 법을 더 자세히 읽어 보시고 충분한 사실을 근거로 한 기사를 쓰면 좋겠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면서 화를 내는 모습에 대하여 우리가 쉽게 편견을 갖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