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뭘 해야 하는가” – 1. 지식창출
“그럼 뭘 해야 하는가” – 1. 지식창출
  • 양희송
  • 승인 2015.02.2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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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에 없는 것 ②

“그럼 뭘 해야 하는가?”

   
▲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 © <뉴스 M>

에둘러가지 말고 핵심으로 들어가 봅니다. 저는 요즘 더 절감하고 있습니다. 기독운동이 똑바로 갈려면, 그리고 그것이 한국사회의 과제까지 포괄해서 감당하는 것이 되려면 이 세가지는 갖추어야 한다고 뼈저리게 확인합니다.

1) 지식창출

무식한 것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지식을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무식은 자랑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 개신교 내에 ‘지적 게으름’을 전혀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대형서점 기독교 코너를 가보면, 성경구절 인용한 ‘처세술’과 ‘자기계발서’, ‘성공 간증집’ 외에 아무것도 아닌 책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식이나, 가족친지들, 갓 신앙을 가진 새신자들에게 저런 책은 절대 권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 뒤편 코너에는 도무지 손길이 닿지 않는 신학서적류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딱한 노릇입니다.

청어람아카데미를 시작한 이유도 도무지 현실과 겉도는 지식을 데려다 무릎 꿇려놓고, 지금 우리가 만나는 현안에 대한 고대와 현대, 한국과 해외의 지식을 종합-통섭하는 배움의 장을 펼치고자 함이었습니다. 칸트의 글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 얻은 통찰입니다만, ‘계몽은, 혹은 지성인이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다’란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눈치보지 않고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단체로 비굴해 보이는 시대가 또 언제였습니까? 대중들 안에서도 이제 식상한 변명 그만 듣고, 단순명료하게 문제의 핵심을 찔러내는 내공 깊은 은둔고수를 향한 갈망이 도처에 분출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신교권에서 등장하는 여러 아카데미 운동들을 눈 여겨 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초기 2-3년을 어떻게 버텨내는지 지켜보고 있고, 꾸준히 자생력을 이끌어내는지, 새로운 차원으로 지식생산과 담론창출을 이루어내는지, 대학과 연구집단의 기독 지성인 네트워크의 구심 역할을 해내는지, 그리고 스스로 다양한 언론매체, 출판, 뉴미디어를 부릴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는지 관심사입니다. 그런 집단을 지원할 것이고, 청어람아카데미도 그 가운데 돋보이는 위치와 역할을 감당하도록 전력질주할 것입니다.

공부한다는 것을 단지 창백한 글쟁이들의 취미활동으로 여기는 생각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합니다. 그들은 관념적 몽상가들에 불과하다는 핀잔도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사상의 투사로 이들을 대우하고, 독려하고, 자기 전선을 가진 이들로 자리매김해주어야 합니다. 글이 굽으면, 생각이 굽고, 대중은 바보가 됩니다. 자식들에게 설탕이나 퍼주는 부모를 좋은 부모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신과 영혼을 맑히고, 생각의 근육을 키워줄 사람들, ‘유기농 지식’을 생산해줄 사람들을 우리는 가져야 합니다. 우리 삶의 고질병들은 그간 우리가 읽어온 지식 쓰레기들과 눈과 귀를 사로잡은 중독성 종교 오락물 때문입니다. “홍수 때 마실 물이 없다”하는데, 우리가 그 꼴 입니다. 유학 다녀온 기독교인 해외박사들이 지천인 시대에 이토록 어이없는 행태가 기독교를 대표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 이제 그만 합시다.

조만간 명동에 ‘기독 학술공간’을 엽니다. 몇 개 단체가 돈을 모아 단독주택 하나 세를 얻었습니다. ‘청어람아카데미’, ‘카이로스’, ‘인문학과 성서를 사랑하는 모임’이 깃발을 들었지만, 같이 공부할 사람들을 환영하고, 찾아낼 것입니다. 기독교 학술공동체의 명동시대를 곧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8월에는 3년째 진행되는 ‘기독 소장연구자 컨퍼런스’가 개최됩니다. 학자로서의 길을 걷고자 하는 기독인들이라면 한번은 이 무대에 세워보겠다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자신의 배움과 연구가 어떤 맥락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지를 상기시키는 장이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 기독학자들의 면면과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저변을 넓히는 노력이 올해부터 탄력을 받아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지기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독출판 영역에 한국 저자들의 필력 있는 책들이 공급되기를 기대하고, 담론과 논의의 수준을 상향평준화 해줄 새로운 매체의 등장도 기대합니다. 트위터와 아이폰 시대의 현격히 달라진 게임의 룰에 바로 접속 가능한 소셜네트워크가 우리 안에 형성되도록 길을 닦고 있습니다. 기독인들의 교양으로서 신학과 인문학이 제공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온라인에 거점을 만들어야 할 바로 그 시간대, ‘카이로스의 시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 계속 이어집니다
원본링크: "그럼 뭘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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