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USA를 떠나려는 이들을 위한 고언
PCUSA를 떠나려는 이들을 위한 고언
  • 김기대
  • 승인 2015.04.03 10:04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장 데스크] 뱀처럼 지혜로워야

PCUSA에 얽힌 두 기억

기억 하나 

PCUSA 내에서 '은혜로운 결별정책(Gracious Dismissal Policy)'이 노회별로 막 논의되던 때의 일이다. 총회에서는 동성애 관련 법안이 부결되던 때이기도 하다. 우리 교회가 속한 노회의 한 교회가 교단을 떠나 UCC(United Church of Christ)로 '은혜로운' 정책이 없을 때 은혜롭게 옮겨갔다. 유서깊은 교회였고 번듯한 건물도 있던 교회였는데 어떠한 조건도 없이 건물을 가지고 떠났다. 동성애자 권익보호에 앞장 서던 그 교회는 교단의 지지부진한 동성애 안건 처리과정이 싫어 이미 동성애를 오래 전에 수용한 UCC로 옮겨간 것이다. 노회 내의 동성애 법안 반대측에게는 골치 아픈 교회가 떠나서 좋았고 찬성측에서는 이러다가 노회가 분리될 수도 있다는 무언의 압력을 넣는 차원에서 교회를 떠나 보냈다. PCUSA가 건물이나 챙기려는 속셈을 가진 교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억이다.

 

기억 둘

교회가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노회의 총무와 서기와 식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하던 중 그들은 나에게 다른 교단과 이중 멤버십을 가지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당신의 신학은 UMC나 UCC와도 잘 어울리니 교회를 합병해서 다문화 목회를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우리 교회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같은 성향의 목사들이라며 소개해 줬다.

교회 상황이 그때보다는 좋아져서 없던 일이 되었지만 그들의 대안제시가 참 인상깊었다. 교회가 잘되는 방향이라면 타교단과의 합병도 노회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건물이 타교단 소유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교회와 목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애를 쓰던 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공교롭게도 나를 타교단으로 떠나 보낼 수도 있었던 당시 노회 서기는 지금 '선한 목자 장로교회'가 속한 노회의 총무다.

 

은혜롭게 헤어지자!

동성애 문제로 PCUSA가 시끄럽다. 교단내 한인 교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떠나겠다는 교회들, 동성애는 싫지만 잔류하겠다는 입장,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아무런 동요없이 잔류하는 교회의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압도적 다수는 떠나려는 사람들인데 교단과의 관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신학적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 탈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다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회원들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동성애 문제와 맞지 않아 비록 노회를 떠나지만 지리적으로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단과 지속적으로 교제와 협력을 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인 교회들은 마치 십자군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은 비장함으로 교단을 떠나려 한다.

'동성애라는 무시무시한 죄를 인정하는 사탄들과는 더 이상 상종할 수 없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이게 무슨 은혜로운 결별인가? 원수되어 갈라서는 것이다. 교단과 행정적인 절차만 잘 했다고 해서 은혜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가 신학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법안을 통과시킨 사람들인들 신학적 고민이 없었겠는가? 그들에게는 사랑, 평등, 관용의 메타 내러티브가 성서에서 먼저 보였고, 반대측에게는 결혼, 가정, 전통이 먼저 보였던 차이 뿐이다. 이 차이를 과장하면 싸움만 있을 뿐이다.

목회자들이 보는 성서주석서 중에 프린스턴이나 콜럼비아 교수들의 저작은 또 얼마나 많은가?  동성애를 인정한('진리를 버린'과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교단 신학자들의 저작물들을 모두 배척한다면야 교단을 떠나려는 이들의 신학적 결기를 존경하겠다.

시애틀 지역의 한 목사가 건물도 버리고 교단을 탈퇴했다며 주변에서 십자군 전사의 취급을 해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담임목사가 공석인 타교단 어느 교회와 합병을 준비중이었다. 정말 빈몸으로 광야에 나선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가 인터콥 건물에 새 교회당을 임대한 점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은혜롭게 떠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노회로서는 굳이 잡을 이유가 없다. 이후로라도 떠나려는 교회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학이 아니라 인종문제?

동성애 문제는 신학적 입장보다는 백인들의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 바가 더 크다. 미국사에서 백인들이 행한 원주민 학살, 노예제도같은 과오에 교회가 깊숙이 개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차별을 앞장 서서 행했던 과거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동성애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배경을 먼저 봐야 한다. 다시는 차별의 첨병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PCUSA, UCC, 캐나다 연합교단(UCC), 성공회, 루터 교단은 이러한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사안에서는 진보적인 UMC(연합감리교단)가 동성애 정책에서는 뒤쳐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UMC는 미국 교회사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이기에 미국 교회의 '원죄'와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UMC는 명칭처럼 미국 외 나라들에 있는 감리교회들과 '연합' 교단이다. 그들의 반대 때문이라도 동성애 문제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

그들만의 과거 청산에 정서와 과거가 다른 우리 아시안들을 함께 포함시키려는 의도는 또 하나의 강요임에 틀림없다. 분명 큰 문제다. 진보 진영에서는 소수자로 차별받는 흑인 교회가 동성애라는 소수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한다고 비난하지만 흑인들과 동성애자들이 소수자라는 공통분모로 통한다기 보다는 백인의 역사 청산과 흑인의 역사가 공감대가 없다는 점이 더 크게 작동한 것이다. 

역사 문화적 배경없이 동성애를 신학적으로만 접근하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다양한 인문 사회적 관점으로 동성애를 접근할 때 해법도 나온다. 신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를 지키는 정서적 문제를 앞세워 이후로라도 교단과의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오는 16일부터 달라스에서 열리는 UMC 한인 총회에서도 이러한 입장에서 교단과 협상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전언이다. UMC의 동성애 허용을 대비해 신학이 아닌 한국 교회의 특수한 상황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취지다. PCUSA 한인 지도부들도 '교단의 타락'이니 '순수 신앙의 수호'니 이런 용어로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고 미국 교회들의 과거 청산 의지를 높이 사면서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장로교내 한인 지도자들은 새겨 들어야 한다.

 

'동성애' 말만 들어가면 목회적 대상에서 제외되는가? 

샌 가브리엘 노회는 '선한 목자 장로교회' 행정전권위원회 소집 이유를 △ ‘교회 리더들이 예배 중 회중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 교회 리더들이 미국장로교와 노회, 회중들을 모욕했으며, △ 미국장로교 탈퇴를 목적으로 회중을 잘못 이끌고 있으며, △ 교회 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키 위해 분리해 거두고 있다’ 라고 했다.

교회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따르느냐 여부의 문제이며, 회중들은 어떠한 협상도 없을 것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말은 상대방은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노회는 이런 부분을 모욕으로 받아 들인 것 같다.

선한 목자 장로교회의 탈퇴 절차는 모범이 되어 왔다. 잡지 layman은 지난 1월 23일자 기사에서 선한목자 장로교회에 대한 노회의 처사를 '위협(threaten)'이라는 강한 단어로 비판하고 있다. 처리 과정에서 노회의 지나친 면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기에 교회측이 '신학'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면서 노회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인 정서상 동성애를 수용하자는 입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단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교회의 탈퇴 정책에 반대하는 소수라고 해서 '모욕'한다면 목회적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탈퇴하려는 측은 은혜로운 결별 정책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되 반대 교인들을 목회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단에 남을 사람들까지도 큰 품으로 껴안아야 한다. 교단내 이웃 교회에 옮겨가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든지 아니면 잔류 교인들과 교회 역사와 명칭을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그들에게 새로운 예배 처소를 마련해 주고 교회 이름도 남겨주는 것이다. '진리를 버린' 교단에 속했던 과거를 청산하는데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교단에 잔류하려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땀과 눈물이 서린 교회의 전통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다.

김기대, 편집장 / <뉴스 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저멀리독수리 2015-09-01 12:22:48
순진한 척 하는 것은 좋은데 사실을 쓰세요. 은혜로운 결별이 가능한지.. 모르면 가만 있던가..

Simon 1 2015-06-18 00:55:24
Stay Group 분들은 건물에 욕심이 아니고 그냥 현제대로 교단건물로 하자는거지요.이렇게 건물예기만 나오면 싸움들이니요. 달라는 사람들은 Exit Group 사람들이예요.건물은 하나님 겁니다. 개교회로 하면 이런일이 생겨요.교단 을 편법으로 탈퇴하고 새로운교단으로 같으면 원하는데로 탈퇴 햇는데 재산권 싸움이 아니라고 하면서 담대하게 나가질 못하고 설교를 못하게 되니 몰래 눈치 보면서 설교하고.건물에서는 몰래 열쇠도 바꾸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 동성애 때문이라면 담대하게 나가면 될것을..그놈의 돈때문에..하나님께 올린 교인들의 헌금을 따로 겉어서.변호사 한테 같다주고...동성애 문제 성경말씀에 위배 된다고 3 년여를 성경 들이 대면서 난리를 치더니만..소송은 하나님 말씀인지 원. 다른교회 목사님들께 지원 요청하고. 온갖언론과 교인들 속이고.

보라 2015-04-09 15:56:47
마지막 문장이 심히 거슬리네요
'그들은 땀과 눈물이 서린 교회의 전통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것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까?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2015-04-05 06:36:30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건물이 아니라면 5%가 건물에 남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떠나서 다른 PCUSA교회로 가면 될껄 굳이 5%가 남겠다는 이유가 거기에 건물이 없고서는 왜 남겠습니까?
그리고 교단이 법을 계속해서 바꾸면서 하는 행동인데, 노회를 설득시켜라-이것 안되는 이야기인줄 다 아시면서..
예전에는 이것이 별로 이야기가 되지 않을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이건 신학적, 동성애 문제가 아닙니다. 다 재산권 싸움일 뿐입니다.
그리고 은혜로운 결별은 백인들에게 맞는 이야기구요. 한인들에게는 불가능합니다. 뉴조가 그렇게 싫어하시는 천민자본주의가 바로 백인들의 전유물인 것 모르십니까? 그들이 5%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은혜로운 결별입니까? 소가 웃는 소리지요. 아예 처음부터 의미없는 것 아닙니까? 재산에 관심있는 사람 아마 1%가 남겠다고 해도 그들 편을 들 이야기를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민주주의에서 95% 대 5%면 거의 만장일치지요.. 나원 참...
한인교회는 불가능한 싸움입니다. 백인들이라면 모를까?
지금부터 한인들 중에 나갈 수 있는 교회가 몇개나 될까요? 아마 없을껄요? 그것 편집장님도 잘 아시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한인들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능한 줄 알고 선한목자 장로교회가 법대로 했을 뿐입니다. 또 속은 겁니다. 백인들에게... 평생 마이너한 사람들일 뿐이고, 그들에게 백인들이 은혜를 베플었는데, 은혜모르고 나간다고 까분다는 것 뿐입니다. 말 어렵게 할 필요없습니다.한인교회는 은혜롭게 나가는 것 불가능합니다.

simon 2015-04-04 09:54:41
"교단에 잔류하려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땀과 눈물이 서린 교회의 전통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다." 편집장님의 마지막 부분을 제가 잠시 인용을 합니다. 2년전에 선한목자 장로교회가 교단 탈퇴로 어려워졌을때 양측에서 3명씩을 정하여 패녈토의를 한적이 있습니다. 저는 교단에 남고저 하는이들과 함께 하는 발언을 하게 되었을때에 교단을 떠나기로 한 구룹의 발언자들로 부터 당신은 동성애자냐 아니면 동성애 옹호론자냐 하며 면박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저의 뜻은 우리모두가 미국장로교에 신앙의 빚진자들로 교단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함께 고민하며 함께 어려움을 헤치고, 떠나도 지금은 아직은 아니지 않느냐며 발언을 했었습니다. 당시 발언자로 나선 당회서기께서는 탈퇴자들은 건물에는 관심없다라고 표현을 하였고, 따라서 지킴이 들은 그러면 지금 이라도 조용히 교회를 떠나라고 했었지요.
남고자 하는 지킴이들은 편집장님이 마지막 구절에 표현하신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이 눈물로 기도하며 땀과 함께 세우고 이룩해온 교회의 전통을 지키고져 합니다. 모두 함께 아픈 상처를 매만지며 주님께서 고난받으시며 우리에게 주신 새 계명 "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고 하신 말씀 새기며 닥아오는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