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버리고, 서로에게 '한 사람'이 됩시다'
''끼리끼리' 버리고, 서로에게 '한 사람'이 됩시다'
  • 김은정
  • 승인 2009.09.0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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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연재] 초짜 기독인의 유쾌한 신앙 일기

내가 처음에 믿지 않는 신자로 교회에 갔을 때는 잘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밥을 사주고 성경책을 선물해줬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그런 호의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아예 믿는 사람이 되고 나니 또 교회처럼 텃세가 강한 곳이 없었다. 다른 주로 이사를 하게 되서 제일 처음부터 신경 써 선택한 곳이 교회였건만, 사람들은 내가 불신자였을 때처럼 친절하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얼굴을 익히면 괜찮겠지 했는데 1년이 다 가도록 반갑게 얼굴 마주보고 밥 먹을 사람 하나 없었다.

어느 날 예배 후 남편과 내가 식사를 하려고 어느 빈 테이블에 앉았는데 맞은 편 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려던 사람이 우리가 앉는 걸 보더니 일어나 딴 자리에 가는 게 아닌가. 성격 좋은 우리 남편은 세상모르고 밥을 꾸역꾸역 잘도 먹었지만 나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우리 남편이 미국 사람이니까, 남편이랑 같이 있으면 영어를 해야 하니까 더러 자리를 피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게 우리가 앉자마자 인사도 없이 밥 먹다 말고 면전에서 자리를 뜨는 사람을 보면서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동안의 썰렁했던 교회 분위기에 질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참았지만, 주일이 되면 보고 싶은 사람 '한 사람'을 끝내 만들지 못했다. '물 한 방울 더'가 물 잔을 넘치게 하듯이 나의 한계를 확인하는 씁쓸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더는 그 교회에 갈 수가 없었다.

예배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아무데서나 내 마음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면 기쁘게 받으실 것이라고 말하지만, 연약한 인간이기에 믿는 사람과의 교제를 위해서 바로 집 앞에 있는 미국 교회를 가지 않고 멀리 고속도로를 타고 한국 교회를 갔던 것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인도한 사람 없이 한인 교회를 제 발로 찾아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예배 끝나고 밥을 먹을 때 다들 친한 사람들 끼리끼리 앉고 있어서 어디에 앉아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말 붙여 오는 사람도 없어 차라리 밥을 안 먹고 그냥 가게 된다.

교회의 '한 사람'은 정말 파워가 있다. 의도 했건 안 했건 사람을 이렇게 내몰아내기도 하고 구하기도 한다.

우리 가정은 가족들이 모두 멀리 산다. 우리가 교회를 선택할 때는 우리에게 가족이 되어줄 곳을 찾는다. 우리 애들을 예뻐해 주고 우리 남편이 가장끼리의 어려움을 서로 나눌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고,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한국의 정을 갈구하는 내게 언니와 동생, 잔소리까지 해주는 친정 엄마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 교회를 굳이 간다.

내가 지금 다니는 교회에 나왔을 때,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바나바회'의 한 집사님이 일일이 나를 끝까지 챙겨주셨다. 같이 밥을 먹어주고 전화를 걸어주고 자기 속 얘기도 하고 나는 금세 이 낯선 교회가 내 친정 같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교회를 금세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앞으로도 여러 사람과 더 깊은 교제를 하게 되리라고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바쁜 일상이 저 사람의 바쁜 일상과 겹쳐서 1년 전 내가 처음 교회에 왔을 때나 지금이나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교회가 크던 작던 그런 '한 사람'이 우리에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나는 요새 나에게 그 '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더 깊이 알게 된 사람도 없다. 나의 생활이 바쁘고 벅찬 탓이 크다.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나에게는 오히려 교회의 '한 사람'이 필요하다. 같이 기도하고 내가 샛길로 빠질 때 그것에 대해 알려 주는 사람, 그런데 그런 '한 사람'이 없다.

한국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 이사를 와서 너무나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보게 되지만 서로 살고 있는 동네의 거리가 멀고 서로 스케줄이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처음 교회에 새신자 환영회에 왔을 때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오래 생각난다. 여러분이 교회에서 뭔가 빠지고 부족한 것을 찾으시면 그것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그것을 채우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참 맞는 말씀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우리 교회의 그 '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오늘도 교회를 가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못 본 채 하고 자기가 모르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스스로도 갑자기 남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왠지 가식적인 것 같아서 머쓱하지만 도전해 보아야 할 일이다. 어쩌면 다들 먼저 다가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교회가 사교를 위한 곳은 분명 아니지만 나의 기도 제목을 들어주고 좋은 말씀을 나누어주는 그 '한 사람'을 만들지 못해서 나의 신앙생활이 한동안 침체기를 지나왔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처음 신자가 된 이래로 늘 사람들과의 성경 공부를 통해서 믿음의 동역자들이 들려주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믿음이 자라왔다.

요새 내가 듣는 하나님의 음성은 이것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말씀이 아니라 내가 직접 일대일 교제를 통해 만나는 하나님과의 교제이다. 그것을 위해 하나님께서 다른 교제를 없애신 것 같은 생각도 해본다. 하나님께서 주신 숙제를 그때그때 알아서 해치우면 그에 맞게 배우고 성장할 텐데, 그걸 못해서 나는 매번 똑같은 숙제를 받는 건 아닐까.

김은정 씨는 일명  '라면 강사'다. 끓이기 쉽고 맛있는 라면처럼, 배우기도 쉽고 알차게 써먹을 수 있는 생활영어를 <미주뉴스앤조이>와 <코넷> 등에 연재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예수님을 믿는 재미'를 나눠볼 요량이다. <미주뉴스앤조이>는 김은정 씨가 신앙생활하면서 맛본 은혜와 갈등을 솔직히 '까발리는' 신앙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현재 달라스중앙연합감리교회에 출석하는 김은정 씨는 U.T. Arlington에서 ESL 강사로 있으며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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