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회는 좋은 교인이 만든다"
"좋은 교회는 좋은 교인이 만든다"
  • 강만원
  • 승인 2015.04.22 23: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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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원 ⓒ <뉴스 M>

비단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일탈과 불의를 비판하고,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고질적 행태들을 바라보면서 깊이 탄식한다. 그리고 교회가 이처럼 궤도에서 벗어난 이유를 기관사, 즉 교회를 운영하는 책임자 또는 실력자인 목사에게서 찾는다.

물질주의에 빠진 현대사회에서 굳이 한국교회 뿐 아니라 기독교의 전반적인 침체라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로서 기독교의 전체적인 몰락이 아니라 개신교만의 심각한 퇴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개신교가 서서히 몰락하고 있는 동안에 가톨릭은 오히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지 않았는가.

물론 목사들의 잘못이 크다. 돈과 성(sex), 그리고 권력(power)에 취한 일부 목사들의 타락과 부패가 한국교회를 이토록 참담한 지경으로 내몰았다는 실제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병욱의 성 스캔들, 조용기와 정삼지의 돈 스캔들, 김홍도의 세습 스캔들, 오정현의 학위 스캔들 등.. 사실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들 뿐 아니라 굳이 이름을 대려면 밑도 끝도 없을 만큼 한국교회 목사들의 비리와 타락은 이미 도를 한참 넘어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죄와 허물이 있고 그 실상이 세상에 뚜렷히 드러나도 누구 하나 진실로 회개하지 않으며, 심지어 잘못을 인정하는 목사조차 없다. 위기에 몰리면 고작 한다는 말이 신천지의 계략이라거나 이단의 준동으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의 처신이 너무 졸렬하다. 솔직히 말해서 목사인들 왜 허물이 없겠는가.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죄의 소욕에 처절하게 맞서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진실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렇게 절실히 구했지만 여지없이 무너지곤 하는 것이 또한 그리스도인의 솔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성인聖人으로 세인들의 추앙을 받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들 그들은 달리 말할 것 같은가? “주의 은혜로 거룩한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죄를 지은 적이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는 이미 성인이 아니며, 진실한 사람도 아니며, 거듭난 그리스도인도 아니라 다만 거짓과 교만에 찌든 위선자일 뿐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죄성을 온전히 떨치치 못하는, 실로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태생적인 한계로서 이른바 '죄성'이기 때문이다.

의인은 죄와 허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죄와 허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통렬히 뉘우치며, 기꺼이 죄에서 돌이켜 회개하는 사람이다. 흔히 듣는 말이지만, ‘진정한 의인은 회개한 죄인이다’. 목사들이 저지른 구체적인 잘못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이 무거운 죄를 짓고도 도무지 회개하지 않는 것이다. 회개는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책임전가에 전전긍긍이고,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지는 못할망정 ‘악한 세력’, ‘사탄의 조종’이라며 사악한 말장난을 즐긴다.

그러나, 그런 목사들의 비리가 구역질나도록 역겨운 악취를 풍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아니,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는 좋은 목사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앙의 원칙을 지키는 올곧은 목사도 있고,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십자가의 처절한 사랑을 실천하는 거룩한 목사도 있고, 성경의 가르침을 진실하게 전하는 능력있는 목사도 있다.

좋은 목사의 공통점은, 주의 가르침을 따라서 “자기(욕망의 자아)를 부인하고 기꺼이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종들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끝내 절망하지 않고 끝없는 희망을 품는다!

그런데... 정작 안타까운 일이 있다. 그런 목사들이 있다한들 곧바로 좋은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교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 목사의 헌신과 희생이 있으면 충분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목사가 교회의 전권을 쥐고 있다지만 결국 목사를 움직이는 건 다수의 교인이다!

실명을 대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있겠지만, 요즘 분당의 어떤 교회 목사에 대해서 칭찬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그는 원칙을 지키려 애쓰고, 외형에 치우친 요즘 한국교회의 세태와 달리 건물을 사들이지 않고 학교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대형교회의 치명적인 문제를 곧이 지적하며 10년 후에 ‘교회 해체’를 선언할 만큼 ‘바른 목회’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검소하고 진실한 그의 인간적인 태도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오래 전에 그 목사는 마지못해(?) 원칙을 저버린 적이 있었다. 예배를 위해서 건물을 사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는데,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마침내 600억을 들여서 분당에 교육관을 사들였다. 목사의 요구가 아니라 교회 재직들의 요구였고, 다수의 재직들이 원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건물을 사기로 결정했다.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끝까지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600억의 거금을 들여서 기껏 건물을 매입하고나서 교회 건물을 산 것이 아니라 교육관 건물을 샀다는 변명이 구차하게 느껴졌다. 작디 작은 실구멍이 때가 되면 두터운 둑을 무너뜨린다.

지금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교회와 목사들이 처음부터 문제가 있던 교회와 목사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니, 오히려 영성, 지성, 이성 가릴 것 없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목회자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목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서서히 그들의 영혼에 파고든 교만과 탐욕의 집요한 유혹이 마침내 그들을 송두리째 삼킨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모르지만 나만 마음이 아팠던게 아니었다. 그 목사 역시 마음이 아파서 견디지 못하고 몹시 괴로워 하다가 마침내 울면서 교인들 앞에서 호소했다. “건물을 다시 파는게 어떠냐”고...! 건물을 사들이고나서 목사가 그토록 괴로웠다면, 그토록 거리낌이 있다면 교인들이 한번쯤은 영적으로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다.

어쨌든 그 교회에서 순장들의 회의가 열리고 마침내 결론이 났다. “지금 서둘러 다시 파는 것보다는 제대로 리모델링해서 10년쯤 있다가 팔면 경제적으로 훨씬 큰 이익이 있다!”. 결국 600억짜리 교육관은 그대로 남았고, 목사의 영혼을 짓눌렀던 마음의 짐도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사탄의 유혹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굶주린 사자가 먹이를 노리듯 게걸스런 눈을 치켜뜨고, 눈가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그 교회의 교인도 아닌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험하게 욕먹을 필요가 없겠지만, 그 일을 나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교회의 모범이라며 칭찬이 자자한 그 교회에 던져진 영적 시험으로 생각했고, 교회에 대한 소망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참담한 결과를 보면서 나는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을 위해서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다. 교회가 본성을 회복하려면, 그래서 교회가 사랑과 영성의 진정한 신앙공동체가 되려면 목사들의 잘못을 탓하는데 그칠 일이 아니라, 교인들이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맹신도가 없으면 사실상 비리 목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를 이렇게 망치고 있는 건 사실상 교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목사들의 타락을 막는 것도 사실은 교인들의 책임이다. 그런데 교인들이 오히려 교회와 목사의 타락을 힘껏 부채질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교회는 좋은 교인이 만든다!

교인들의 잘못은 목사들처럼 교만이나, 외식이나, 권력보다는 무지無知와 무지無智에 기인한다. 그리고.., 교인들의 영적 무지를 극복하는 길은 성경을 제대로 알고, 의미를 깨닫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이 복음서인 것이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좋은 교회'를 생각하다가 문득 지난 일이 떠올라서 두서 없이 글을 올렸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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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력 2015-04-25 10:13:10
과거에도 그랬지만 주의 종은 항상 몇 몇 없었습니다. 그저 흉내를 내는 종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진짜 하나님의 종은 늘 허름했고 늘 괴로워했지만 결국 그 마지막도 화려한 인생은 없었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맛 본 사람은 주의 종 뿐아니라 세상 사람 중에도 흔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주의 종은 어떤 타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말씀에 끝까지 순종했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정일석 2015-04-23 14:54:31
일견 좋은 말씀이오나 오늘날 교회의 문제가 성도들이 잘못에 기인한다는
말씀은 동의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가르친 지도자 목사의 잘못이고
성도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