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믿어 지진' 발언 해명은 했지만
'힌두교 믿어 지진' 발언 해명은 했지만
  • 양재영
  • 승인 2015.05.15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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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피플의 네팔 선교를 통한 한국선교 조명
   
 

최근 조용기 목사가 총재로 있는 굿피플(이사장 이영훈)의 선교활동에 대한 네팔 현지 언론의 노골적인 비난 일색의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팔의 현지 매체는 ‘한국의 굿피플이 이재민들에게 비타민 몇 알과 성경을 전달하며, 예수가 아닌 힌두교 신을 믿어 벌어진 일이므로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하며 네팔 지역민과 지식인들의 분노를 보도했다.

후에 ‘성경’이라고 언급한 것은 전단지 한 장을 지칭하는 것이라 밝혀졌지만, 한국 선교 방식에 대한 네팔 언론의 예민함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굿피플 측은 논란이 된 브로셔는 개인이 제작해 배포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이미 확산된 파장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네팔은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인으로, 기독교인은 1% 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 조금 넘는 네팔의 기독교인들도 이번 논란에 대해 ‘모든 기독교인들을 끌어내리려는 선교 방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네팔의 한 현지 주재원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정신이 없는데다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조금 앞뒤를 따지면서 겸손해야 하는데 선교 활동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된 구호단체 굿피플의 총재는 조용기 목사로 지난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사태 때 "일본의 대지진은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해서 하나님이 내린 경고"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굿피플 홍보 관계자는 "브로셔를 확인해봤는데 본부나 네팔 지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구호활동을 하러간 의료진 한분이 개인적으로 교회에 출석해서 나온 내용의 유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저희도 미처 현장 상황을 체크하지 못해서 배포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하지만 일단 우리 자료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우리 단체가 기독교 정신으로 구축된 NGO 단체는 맞지만 NGO 활동을 할 때는 종교적 문제와 결부되지 않는 선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선교의 아마추어리즘”

이처럼 해명은 했지만 무조적 저지르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제국주의적 선교방식은 오늘날 한국 선교에 만연한 선교적 아마추어리즘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독교를 믿는 나라가 잘산다’는 식의 왜곡된 복음 전달이나, 과시적, 물량 공세적 선교가 기독교의 힘을 보여준다는 사고방식은 이웃을 바라보지 못한 종교적 나르시시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때 한국 교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고지론(高地論)적 사고가 이러한 선교방식의 근저에 드리워져 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 선교가 기독교의 우위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희생과 섬김이 아닌 경쟁과 힘겨루기를 통한 패권주의 구도로 일관해 왔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선교의 가벼움은 개신교에 대한 노골적 조롱으로 확대되어 왔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사태 당시 회교도들에게 찬송가와 교리를 한국말로 복창하게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나,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사태 때 "일본의 대지진은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해서 하나님이 내린 경고"라는 조용기 목사의 발언 등은 한국 선교의 민낯이었다.

작년 아시안 게임이 당시, 파주 주민들과 진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대표들을 중심으로 파주에서 뿌린 20만장의 삐라가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의 화해 무드를 깨고 고위급 회담 중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대북 삐라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우스꽝스럽게 짐승(돼지새끼)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북한 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법으로, 적개심만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세이다.

또한 이러한 대북 삐라에 남가주에서 은퇴한 S 목사가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잔솔티와 함께 개입되어 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는 미주교계의 북한 선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NK VISION 2020의 최재영 목사는 “타문화 선교는 선교 대상 국가 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의 사랑을 전하는 일종의 영적인 심폐소생술이다”며 “복음의 정체성은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균형 있고, 복음 자체로서의 품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 거룩한 복음을 삐라 형식으로 보내는 것은 복음의 원초적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선교의 본질은 십자가의 도를 실천하는 것으로, 이웃을 압도하는 ‘승리주의’나 적을 파멸시키는 ‘패권주의’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복을 위한 ‘십자군 정신’이 아닌 섬김을 위한 ‘십자가 정신’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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