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측, 몸통은 빼고 꼬리만 치유
합동측, 몸통은 빼고 꼬리만 치유
  • news M
  • 승인 2015.05.2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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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과 전병욱, 그리고 '몰카' 부목사 물타기

사랑의 교회 부목사(이하 A 목사)가 서울역에서 여성들의 은밀한 곳을 몰래 찍다 경찰에 적발돼 부목사직을 사임한 가운데, 예장합동 서울노회(이하 노회)는 A목사에 대해 징계보다 치유에 더 무게를 두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인터넷 신문 <베리타스>가 보도했다.

노회는 A 목사가 출석한 가운데 임원회를 열어 " 그는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사건으로 충동장애를 갖게 됐다는 점, 그리고 1년 가까이 약물처방을 비롯한 의사의 진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고백했다"며, “노회는 A목사가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한 점,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참작해 징계보다는 치유를 돕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노회의 이번 결정은 범죄를 저지른 목사에 대해 책벌보다 치유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책벌은 사회의 몫(오는 22일 A 목사에 대한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으로 남겨두고 교단은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에 대한 치유와 회복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좋은 의도이지만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그런 대책이 나왔느냐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오정현 목사와 전병욱 목사와 같은 거대한 몸통들에게는 그런 잣대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도 분명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 법정은 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유가 필요없다'는 식으로 읽혀 합동측의 A목사에 대한 처리가 교단의 전향적 차원이라기 보다는 물타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정현 목사나 전병욱 목사가 진정한 자기 고백과 치유의 과정을 거쳤다면 대부분의 교인들은 진심으로 회개한 그들을 받아 주었을 것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그런 과정을 거친 사람들에게 끝까지 책벌을 요구할 만큼 냉정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 지난 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 유세 과정에서 고승덕 후보가 '딸아! 미안하다!'를 외치며 울부 짖고 있다.

1980년대 유명 TV부흥사인 지미 스와가트는 콜걸과의 스캔들이 밝혀지자 TV에 나와 울부짖으며 자신의 죄를 회개했었다. 역시 유명 부흥사였던 짐 베이커는 횡령 및 성추행으로 5년 여의 수감생활을 마친 뒤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일을 빙자한 하나님의 사업,선교사업,큰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깊고도 친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틀렸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이들의 행위가 고도로 연출된 장면일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지난 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는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말을 SNS에 퍼뜨린 딸을 향해 대중들 앞에서 미안하다고 울부짖으며 최대의 희극을 연출하는데 이 또한 뻔뻔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 안 하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훨씬 인간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합동 교단 밖에서 전병욱 징계 요청 청원

 

이런 미온적이고 물타기 식의 합동측 처사 때문에 마침내 교단 안팎에서 전병욱 목사 징계를 요청하는 목사 1천 명의 서명을 받아 합동 총회에 내기로 결의했다.

아래는 예장합동에 보내는 호소문 전문이다. 

장로교 합동 총회에 드리는 호소문

“너희 중에 심지어 음행이 있다 함을 들으니 이런 음행은 이방인 중에라도 없는 것이라.…그리하고도 너희가 오히려 교만하여져서 어찌하여 통한히 여기지 아니하고 그 일 행한 자를 너희 중에서 물리치지 아니하였느냐”(고전 5:1, 2)

“형제의 아픈 심정으로 예장 합동 교단에 전병욱씨의 목사 면직을 호소합니다.”

1. 전병욱 목사는 믿고 따르던 성도를 배신하고, 하나님과 교회를 욕 보였습니다.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은커녕 정녕 자기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까? 우리가 이런 모습이라면 하나님 나라의 수고와 전도의 말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과 그것을 처리해 나가는 우리 한국교회의 대응과 그 과정을 살펴보면 무책임과 무능력에 빠진 현주소를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전병욱 목사는 한국교회 다음세대 리더라고까지 인정받고 있던 그 순간에도, 10년 여 동안 전 목사를 굳게 믿고 따랐던 청년들에게 교회와 선교지 등을 가리지 않고 수차례 상습적으로 성추행했습니다.

누군들 쉽게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2010년 문제가 일부 드러났을 때만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를 믿기 힘들어 했고, 해당교회도 퇴직금 주어 그저 조용히 끝내려고만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야 마는 법입니다. 마침내 전 목사는 사임해야 했고, 교회는 성중독 치료비까지 지원하며 사건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전병욱 목사는 이러한 죄악들이 다 드러나고서도 다시 5년이 흐르는 동안 이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자숙하기는커녕 교회와의 약속도 저버린 채 서울 중심가에 서둘러 개척을 재개했고, 죄악에 대해서는 변명으로 일관해 왔으며, 도리어 이를 바로 잡으려는 성도들에게까지 고소를 일삼는 등 더욱 더 큰 죄악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 한국교회는 거룩한 공교회로서의 책임을 스스로 내 버렸습니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소속교회와 목회자들을 올바로 지도, 감찰해야할 거룩한 공교회의 기관인 노회와 총회마저 이를 방치, 무시하며, 변명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여론에 밀린 해당노회에서 작년 말 전병욱 목사에 대한 정식 재판이 시작되어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였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바로 잡지 못한 채 무책임하게 물러 앉아 상위기관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합동) 총회로 넘겨버렸고, 합동 총회마저 해당교회의 상소를 어설픈 변명만 내세우며 문제 삼지 않을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노회와 총회 주변에서는 세상에서도 손가락질 받을 온갖 정치논리와 이해관계가 얽혀, 교회의 거룩성과 피해자들의 아픔, 진실의 규명 등의 본질에는 전혀 관심도 없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의 교회를 욕보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가 이렇게 무책임한 죄악을 반복하는 동안 사회 각계 모든 영역들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성추행 혐의로 저명한 서울대 교수가 구속되는가하면, 70세가 넘은 전직 국회의장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고, 인권사각지대라고 지탄받아왔던 군대마저 성폭력만큼은 더 이상 관대하지 않고 가해자 처벌이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보다 더욱 깨끗하고, 모범적이어야 할 한국교회와 합동 교단은 숨겨진 죄악을 찾아내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확인된 범죄마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바로 잡으려는 의지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교단의 존재이유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이것은 누구랄 것 없이 먼저 우리 목사들의 큰 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병욱 목사, 해당 교회와 노회, 총회를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비난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전병욱 목사 사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침묵하여 한국교회의 몰락에 일조했으며, 어쩌면 지금도 ‘뭐, 그럴 수도 있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동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우리는 전병욱 씨와 똑같은 목사입니다. 우리는 최소한 전병욱 씨의 동료이며, 공범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고백하며, 참회하며, 뉘우칩니다. 우리는 같은 목사로서 하나님과 세상 앞에 큰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엇보다 피해를 당한 여성 성도들께 마음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은 그저 어느 한, 두 사람들의 문제나 잘못이 아니라, 먼저 우리 목사들 자신의 일차적인 죄악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전병욱 목사 문제의 바른 해결은 도덕이나 윤리 또는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와 목사들이 하나님과 세상 앞에서 진정 거듭나려는 몸부림의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이렇게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그러나 그저 제 자리에 앉아 한없이 자책만 되풀이 하는 것은 가장 쉽고도, 가장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예장 합동 교단은 아픔을 무릅쓰고 확인된 죄악을 공교회 앞에 드러내고, 그에 합당한 공적 처벌을 단행하며, 다시는 이 같은 죄악이 공교회를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재발을 방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먼저 합동 교단이 가장 큰 교단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한국교회의 명예를 바로 세워주십시오. 

그러나 어떤 교회, 어느 교단인들 이와는 무관하겠으며, 이보다 나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동시에 모든 형제교회 및 교단들 역시 그와 같은 결단과 발걸음에 맞춰 한국교회의 거듭남에 함께 나설 때, 우리 사회도 한국교회의 진정성을 한 번 더 믿어줄 것이며,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기도도 하나님께 응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도 어느 대형교회 한 목사가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돼 한국사회에 다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지금도 혹은 드러나고, 혹은 드러나지 않은 교회 안팎의 성범죄 문제들은 너무 많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지 않으면 제2, 제3의 전병욱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참회와 거듭남의 각오를 다음과 같은 주장에 담아 한국교회 전체와 예장 합동 교단에 간곡히 권고드립니다.

첫째, 전병욱 목사는 목사 이전에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더 이상 비겁한 변명을 멈추고, 무책임한 목회를 중단하고, 이제라도 목사직을 내려놓고, 치료에 전념하며 깊이 자숙해 주기를 충심으로 권고합니다. 

둘째, 그러나 전병욱 목사가 끝끝내 참회하지 않는다면 예장 합동 총회는 거룩한 교회의 공적 책임기관으로서 목양할 성도를 크게 배신한 전병욱 씨의 목사직을 9월 정기총회 전후로 반드시 면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셋째, 한국교회의 책임 있는 각 교단들은 가을총회에 심각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담은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해 주시고, 특히 성범죄 사실이 확인되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처벌하고, 바로 잡는 조항을 명시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 드립니다.

넷째, 한국교회 내 성범죄 문제는 더 이상 덮어 둘 수만은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책임 있는 교단 및 연합기구들은 올해 내에 교회 성범죄 대책기구 마련을 위 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은 교단과 책임기관들의 존재목적이며, 근거입니다.

다섯째, 한국교회 모든 목사들은 이러한 죄악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깊이 통감하여, 두려움과 떨림으로 목회의 초심을 회복하고, 책임 있고, 투명한 목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합시다. 

2015년 5월

전병욱씨 목사 면직을 통해 한국교회의 참회와 거듭남을 깊이 염원하는 목사 일동

공동제안자: 강경민(합신), 김세윤(훌러신학교), 김정명(기하성), 박철수(합동), 신경하(기감), 유경재(통합), 이승장(독립교회), 장희종(고신), 전병금(기장), 홍정길(합신)

편집부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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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두기 2015-05-23 03:58:39
우리가 치유하면 하나님께서 징계하실 것이고 우리가 징계를 하면 하나님께서 치유를 해주지 않을까요? 사람에게 뭐가 더 좋을까요?

이런 일에는 징계가 우선입니다. 기독교계도 개교회도 징계를 하지 않아서 옳고 그름과 선악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회개도 없습니다.

하나님이 예수님을 먼저 보내셨는지 율법을 먼저 보내셨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치유만이 사랑이 아닙니다. 징계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