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달린다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달린다
  • 김성환
  • 승인 2015.06.30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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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 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지난 6월 8일(월)부터 6일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아동 신발돕기 자전거타기’ 행사가 태평양 해안 1번 하이웨이를 따라 펼쳐졌다. 2009년부터 혹독한 겨울에 변변한 신발도 없이 지내는 북한의 아이들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는 (사)선양하나와 평화와 화해사역을 진행하는 ReconciliAsian(대표 허현 목사) 주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본지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출발하여 산타모니카까지 총 530마일(853Km)를 달리는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를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했던 가디나장로교회 김성환 목사의 여행기를 연재로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지난 2015년 6월 8일 (월)-13일 (토)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로스엔젤레스 산타모니카까지 자전거를 탔습니다. 총 500 마일 (800 킬로미터)의 여정이었습니다. 조국의 북녘 땅에 있는 고아들에게 겨울 털신발을 보내는 기금을 모금하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요. 2011년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아는 분께서 가지고 계시던 로드바이크를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자전거를 받기 전까지는 저렴한 생활자전거로 공원을 한바퀴 돌거나 집 가까운 커피숍에 다녀오는 목적으로 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를 선물 받고 자전거의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이 때로는 그의 마음속에 묻혀있던 열정과 교차하여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그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지난 250년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라는 어느 분의 말을 조금씩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모로베이에서 자전거족을 만나다”

그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틈틈히 20-30마일을 타기 시작했고,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전거를 즐기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몰랐을 때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전거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그렇게 점점 더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어가던 중, 2012년 여름, 캘리포니아 주의 맨 위에 위치한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Park)을 목적지로 가족 휴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LA에서 출발한 뒤 첫날밤을 중가주의 모로베이 주립공원 (Morro Bay State Park)에서 캠핑하게 되었습니다. 예약 없이 찾아간 그곳에서 우리는 독수리가 나무 위에서 배설한다는 이유로 비어있는 한 자리를 어렵사리 겨우 얻을 수 있었고 늦은 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우리가 잔 캠프 자리는 자전거족과 등산족을 위한 Biker Hiker Site 바로 옆자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California State Park의 Biker Hiker Site는 예약없이 대부분 $5의 사용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넓은 벌판에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시설과 피크닉 테이블이 드문드문 놓여 있습니다. 샤워시설도 대부분 잘 되어 있구요.) 날이 밝은 뒤 보니 우리 텐트 옆에 5명 남짓 자전거족들이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있었고 그 가운데 두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청년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혼혈계 한국인이었는데 멀리 밴쿠버에서부터 로스엔젤레스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백인은 시애틀에서부터 샌디에고까지 간다고 하였습니다. 홀로 여행하던 중 오레곤 즈음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그 후 계속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두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먼거리를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니! 세상에는 많은 이들이 무모하게 여기는 이런 일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구나.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그들에게 과일과 아침 식사를 건네고 여행하는 이유와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대화였습니다. 그 날 이후 1번 하이웨이를 따라 북상하면서 그 길을 달리는 수많은 자전거족들을 만났습니다. 전에는 그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고 보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1번 하이웨이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Surly Long Haul Trucker, Trek 520, Co-Motion 등은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름이겠지만 유명한 투어링 자전거(Touring Bike-장거리용 자전거)의 이름입니다. 투박한 투어링 자전거 패니어(Pannier-자전거 뒤와 앞에 랙을 설치하고 거기 거는 자전거 가방)에 수십 파운드의 짐을 싣고 하루에 짧게는 40마일에서 길게는 100마일 가량 자전거 페달을 밟아 여행을 하는 그들을 보며 왠지 모를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뉴욕에서, 플로리다에서, 콜로라도에서, 뉴멕시코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부까지 여행 중이라는 자유영혼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나설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 준비”

휴가를 마치고 일상의 자리로 돌아와서 조금씩 그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자전거가 필요했습니다. 인터넷 시장인 Craigslist를 통해 Novara Buzz라는 중고 자전거를 200불에 구입하였습니다. Buzz는 로드바이크와 MTB (Mountain Bike-산악자전거)의 장점들을 섞어 놓은 하이브리드 자전거입니다. 새것을 사려면 700불 정도하지만 중고 가격이 원래는 250불이었는데 파시는 분이 한국분이셨고, 인터넷 사진으로 본 것보다 자전거가 많이 낡고 크랭크의 체인링이 휘어져 있어서 200불에 구입하였습니다. 그후 그라지세일과 eBay, Nashbar.com(자전거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을 통해 Rack, 자전거 가방, 조명, Clipless Pedal, 자전거 신발 등을 하나 둘 준비하였습니다.

그렇게 몇주간에 걸쳐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자전거를 갖추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잡음이 나는 브레이크 케이블을 교체했고, 휘어진 체인링은 렌치를 이용해 폈고, 흔들리는 바퀴는 스포크(Spoke-바퀴살)를 조율해 바로 잡았습니다. 타이어도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많이 닳아 있어서 앞뒤 바퀴 모두 새 타이어로 교체했고, 튜브도 새것으로 교체하였습니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가장 중요한 장비가 아마도 안장일 것입니다. 몇일 동안 매일 12시간씩 자전거를 타려면 안장이 편해야하니까요. 기존의 안장을 Brooks B17이라는 통가죽 안장으로 교체했습니다. 또한가지,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장시간 다양한 포지션으로 핸들을 잡을 수 있도록 기존의 플랫바(Flat Bar-일직선 모양으로 생긴 핸들바로서 주로 MTB에 많이 쓰입니다.)를 Butterfly Handlebar (나비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로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전거의 무게는 27파운드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2012년 늦여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추수감사주간 드디어 장거리 자전거 여행의 꿈을 실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성환 목사 / 가디나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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