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길 가는 톰 크루즈를 응원하며
새길 가는 톰 크루즈를 응원하며
  • 김기대
  • 승인 2015.07.0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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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이혼으로도 못막은 사이언톨로지 신앙, 딸이 돌려 세워

영화 배우 톰 크루즈(Tom Cruise)가 아홉 살 짜리 딸 수리(Suri)를 위해 그의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를 포기했다고 <할리우드 라이프>가 보도했다. 사이언톨로지 측은 톰 크루즈의 전 아내 케이티 홈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수리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와 만나지 못하게 해왔다. 최근 수리가 발레를 시작했는데 크루즈는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에 충격을 받고 사이언톨로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 졌다.

2005년에 교단에 3억 달러를 기부하고 매년 거액의 기부금을 내온 크루즈의 이번 결정으로 사이언톨로지는 간판 스타를 잃은 셈이다.

올해 54살인 톰 크루즈는 12살 때 부모가 이혼함에 따라 소년 가장이나 다름없는 힘든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신부가 되려는 마음으로 14살에는 프란체스코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1년 만에 그만 두었고 브룩 쉴즈 주연의 <엔들리스 러브>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 1981년) 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7살 연상의 첫 번째 아내와 이혼한 뒤 1990년 니콜 키드만과 재혼했다가 2001년 또 이혼했다.

본래 가톨릭 신자였던 톰 크루즈는 1990년 사이언톨로지로 개종하는데 니콜 키드만과 이혼에도 사이언톨로지가 개입되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사이언톨로지를 다룬 2015년작 다큐멘터리인 '명확한 정리 : 사이언톨로지와 믿음의 감옥(Going Clear: Scientology & The Prison of Belief, 알렉스 기브니 감독)’에 출연한 사이언톨로지의 전직 간부 마티 래스번은 "사이언톨로지 측은 두 사람 관계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내용에 대해 2015년 1월 28일자 중앙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 촬영 차 이들이 영국에 갔을 때크루즈는 키드먼의 영향으로 교회의 1인자인 데이비드 미스캐비지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미스캐비지는 결혼식 때 크루즈의 들러리(실제로는 주례)까지 섰을 정도로 친한 인물이다. 래스번은 “미스캐비지는 무척 화가 났고 그 때부터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공격적인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며“ (크루즈가 키드먼을 의심하게 만들어) 크루즈의 지시로 키드먼의 전화를 도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 측이 크루즈가 입양한 아이들이 엄마(키드먼)에게 등을 돌리도록 그들을 ‘재교육’ 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 사이언톨로지 2대 교주 미스캐비지. 톰 크루즈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나 톰크루즈가 떠남으로 그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사람은 2001년 <아이즈 와이드 샷> 이후 이혼했다. 크루즈는 이혼 후 사이언톨로지에 심취해서 2004년 교회의 최고 영예인 '자유 메달'을 받았으며 2005년 케이티 홈즈와 결혼했다가 2012년 이혼하는데 이 때에도 종교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는 추측이 많았다.

사이언톨로지는 배우 존 트라볼타, 가수 제니퍼 로페즈를 비롯한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도로 등록되어 있는 종교다. 존 트라볼타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를린 먼로가 사이언톨로지 신도였다면 그런 비극적인 최후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심취해 있는 것과 달리 독일 벨지움 등의 유럽국가는 사이언톨로지를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것으로 규정해 포교를 금지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는 도대체 어떤 종파이길래 이처럼 신도의 삶을 지배하는가? 사이언톨로지는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론 허버드가 1954년 창설했으며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과학 기술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이언톨로지는 라틴어 스키오(scio 앎)와 그리스어 로고스 (logos계시, 이성)의 합성어다. 신도들이 과학적이고 심령학적인 8단계 과정을 거치면 테탄 (Thetan)이라는 에너지를 갖게 된다고 가르친다.  

7500만 년 전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가 사악한 우주 독재자 ‘제누’에게 쫓겨 지구로 도망을 온 외계인이 제누에 의해 몰살을 당하는데 육신은 몰살당했지만 그들의 영혼이 한 데 모여 테탄이 되었다. 현생 인류는 테탄의 후손들이다. 모든 사람은 죽으면 테탄으로 환원된 후 새로운 육체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사이언톨로지는 '제누'기원설을 정식 교리에서 제거한 상태다.

영화 더 마스터(the Master,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202년)는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감독은 개봉되기 전 이 영화를 톰 크루즈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이언톨로지 소속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도 톰 크루즈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영화 <매그놀리아>(1999년)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 적이 있다.

영화는 2차 대전 참전의 후유증으로 알콜 중독자에다가 섹스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분)의 삶을 따라 간다. 프레디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연히 호화 유람선에 올라탄다. 배까지 오르게 된 지난 밤의 기억은 술 때문에 가물가물한데 아침에 침대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이 상황은 선상에서 결혼식 파티를 열던 사람들은 그를 불청객으로 다루지 않고 친절하게 대했다는 의미다. 프레디는 세상에서 모두 멀리하던 자신을 환대하는 이 집단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 가운데 있는 랭커스터, 오른쪽 끝의 프레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불안해 보인다. 신도들의 확신에 비해 지도자들은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 파티는 어떤 종교 집단(영화에서는 사이언톨로지라고 직접 말하지 않는다)의 모임이었다. 교주(마스터) 랭커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 앤더슨 감독은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론 허바드를 염두에 둔 캐릭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관객들은 랭커스터가 론 허버드인지 안다)는 호화 결혼 파티에 난입한 주정꾼을 그들의 객실에 고이 재웠다. 다소 빗나간 이야기지만 기성 제도교회의 모임에 이런 사람이 난입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했을까 반문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프레디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감정이 내키는 대로 살았지만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에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랭커스터를 만나면서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마스터는 코즈(Cause)라는 시간 여행을 소개하는데 일종의 최면술(영화에서는 프로세싱이라고 부른다)에 지나지 않지만 마스터의 친절함에 감탄한 프레디는 추종자가 되어갔다. 전생과 윤회의 가르침 속에서 프레디는 자신이 겪어온 고통의 실체를 파악하면서 마스터가 고통을 해결해 주리라 굳게 믿는다. .

프레디는 마스터에게 충성을 다하는 열혈신도가 되어 반대자들에게 폭력을 행하거나 마스터를 구속하러 온 경찰 공권력에도 대항한다. 하지만 광신도들이 늘 그렇듯이 여기서도 한계를 발견한 프레디는 마스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집단을 떠난다.

 

우리가 쌓는 것은 결국 모래성

영화 엔딩 부분에서 프레디는 모래사장에서 자신이 만든 나신의 여성 모래 조각상 옆에 평화롭게 누워 있다. 이 모래 조각상은 그가 쌓고자 했던 모래 위의 집일 수도 있고 놓쳐 버린 첫 사랑의 추억일 수도 있다. 파도에 의해 허물어질 조각상은 사랑과 종교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것이 마치 모래 조각상처럼 짓고 무너지고 하는 과정에서 성숙해 진다는 것을 프레디는 배우게 될 것이다.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첫 사랑의 실패가 그의 삶을 무너뜨리고, 전쟁과 술이 그를 파괴하고, 요상한 신흥교주가 그를 주관하려 했지만 없어질 모래조각을 만들면서 자신이 주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연습하게 될 것이다.

2차 대전 승전국인 미국이었지만 모든 시민들이 승자처럼 살지는 않았다. 프레디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는 술이든 섹스든 마스터든 자기 밖에서 구원을 찾고 싶었지만 어느 하나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영화는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란 모래 조각처럼 모두 무너지기 쉬운 결핍된 존재로 계속해서 자신이 의지할 마스터를 찾아 헤맨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인간이 주체로서 각성하면 그 자신이 진리의 담지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알랭 바디우가 바울에게서 발견한 '진리 사건'이다.  따라서 예수는 마스터가 아니라 헬퍼(보혜사)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살고 있는 삶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갈라디아 2:20)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인간의 이성은 과대 평가되어 왔다. 이성의 결과물인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행복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두번의 세계 대전의 비극도 이성의 결과물이다. 종교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시절에 사람들은 이성의 상실에 두려워 했고 영화 속 마스터는 비이성적인 장치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성을 과신하게 만든다.

2012년 4월 한국에서도 기계교라는 것에 심취해 자신의 두 자녀까지 죽였던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모두 테크놀로지가 인생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나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스터는 이성을 믿으라고 주장하지만 이성이 얼마나 비 이성적인 것인가를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는 유람선에 오른 프레디에게 감정의 지배를 받지 말고 이성의 지배를 받으라고 이야기 하지만 프레디가 마스터를 신뢰하게 된 것은 감정 때문이었다.

기독교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성도 감정도 부분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우리는 믿음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믿음이란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더불어 생각하고 실천하는 능력이다. 이 믿음을 통해 우리는 모래성을 쌓는 일처럼 반복되는 실패에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예수 믿으면 모든 것이 성공하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말자. 모래성을 쌓는 반복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석이 되어주는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믿음이 필요한 시대다. 영화는 패티 페이지의 유명한 노래 Changing Partners 를 들려 주면서 끝을 맺는다. “나는 앞으로 절대 파트너를 바꾸지 않을 거에요”(I will never change partners again)라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진리 사건을 프레디가 발견했으면 하는 여운이 영화와 함께 남는다

 

톰 크루즈를 응원하며

사이언톨로지 창시자 론 허버드는 해군인 아버지를 따라 남태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허버드도 2차 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했으나 군대 부적응자로 분류되어 병원에서 지냈고 제대 후에는 오래 동안 알콜과 싸워야 했다. 허버드의 이런 과거는 프레드를 통해 묘사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삶이란 전쟁의 승자처럼 화려하다. 부와 인기가 보장되고 대중의 흠모가 그에 뒤따른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 항상 화려하기만 할까? 사랑에 목말라 파트너를 자주 바꾸는 이들이 허다하며, 들어오는 돈을 주체 못해 마약과 파티, 쇼핑과 섹스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홀로 서기에 실패한 이들은 사이언톨로지 같은 희한한 종교를 통해 위안을 받으려고 한다. 현대 기술 문명의 총체인 영화 산업의 중심에 있는 스타들은 영화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상 현실'에 감탄하면서 '기술' 추종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제 랭커스터로부터 독립한 프레드처럼 톰 크루즈는 마스터 없이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지금은 딸 수리를 보는 것만으로 세상을 얻은 듯 하겠지만 그에게는 더 많은 실패와 두려움이 버티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믿어 왔던 것들이 파도에 무너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는 또 다른 무너짐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스터로부터 독립한 결정만으로도 톰은 큰 일을 했다.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이 1990년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신앙의 희미한 기억을 되살린다면 금상첨화고.

김기대, 편집장 / <뉴스 M/ 미주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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