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얼 처치’로 전환하라
‘미션얼 처치’로 전환하라
  • 양재영
  • 승인 2015.07.18 0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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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사역연구소 지성근 목사 인터뷰

21세기가 시작되면서 한국교회와 선교계의 화두는 ‘미션얼 처치’(missional church)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션얼 처치’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도 선교가 필요한 곳이다’라는 상황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개념의 시작은 인도의 선교사였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으로부터 시작된다. 1974년 선교사역을 마치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국이 더 이상 기독교 사회가 아니다. 이제 영군은 선교국가가 아닌 피선교지이다’라는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세기말 미국의 선교학자들과 교회성장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미국 역시 선교가 필요한 선교지’라는 인식이 확산된다. 그들은 이 시대의 교회는 본질적으로 ‘보내심을 받은 공동체’라는 개념을 공유한다. 이제까지 선교가 선교단체 중심으로 진행되어옴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 선교단체가 교회를 도와 교회가 선교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선교의 회복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미션얼’이란 한국식 명칭을 제안했으며, 한국에 ‘미션얼 처치’를 알리고 대중화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지성근 목사가 미주를 방문했다. 지성근 목사는 현재 ‘일상생활사역연구소’의 소장으로 사역하고 있으며, ‘미션얼 컨퍼런스’ 등의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남가주에서 진행된 강의 일정 중에 지 목사를 만나 ‘미션얼 처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우선 ‘미션얼 처치’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달라.

   
▲ 지성근 목사 (사진: 지성근 목사 페이스북)

‘미션얼 처치’는 서구사회가 더 이상 기독교 사회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 동안 서구교회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교회였다. 서구사회는 대부분의 국민이 기독교인인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종교적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변했다. 기독교는 문화가 되어 버렸고, 실제적인 삶이 되지 못했다. 교회가 선교지가 되었고, 교회가 선교지라면 이제 선교형 교회로 탈바꿈해야 하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했다.

‘미션얼 처치’는 해외의 선교지가 아니라 교회가 현존하고 있는 그 지역에서 선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선교지 조사를 하듯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고, 그 필요에 교회가 응답하는 것이다. 즉 ‘초청하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미션얼 처치’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 ‘미션얼’(missional)이란 단어가 독특하다. 어떻게 만들어진 용어인가?

일반적으로 선교(mission)라는 명사의 형용사는 ‘미셔너리(missionary)’인데, 이 단어는 ‘다른 나라로 선교사를 파송하여 이루는 사역’이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단어로는 ‘그들이 있는 바로 그곳이 선교지가 되었다’는 인식을 담기에 한계가 있어, 미국의 학자들이 미션(mission)이란 단어에 얼(al)이라는 접미어를 붙여서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

또한, ‘얼’은 한국적인 말이다. ‘Missional’이라는 영어 단어를 번역하는 게 쉽지 않더라. 이 단어를 좀 더 한국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 ‘미션의 정신’, 즉 ‘미션’의 ‘얼’이라는 개념으로 ‘미션얼’이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 사역하고 있는‘일상생활사역연구소’는 ‘미션얼 처치’와 어떤 관계가 있나? 

캐나다 밴쿠버에서 연수를 마치고, 캠퍼스 학사회의 직장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서 돌아왔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IMF 이후 졸업해도 실업자인 상황에서 직장에 다니지 않는 학사들을 중심으로 사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상생활’이라는 개념이 더 적실성 있는 사역의 콘텐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보냄 받은 일상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생활’ 이란 부분이 한국교회의 가장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했다. 하나님나라를 공간적으로는 예배당 안에, 시간적으로는 예배시간 안에만 가두어놓지 않도록 한국교회에 권고하고 격려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식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미션얼 처치’의 관심은 ‘미션얼 라이프’라고 할 수 있다. 교인 개개인이 모두 선교사로서 자신들이 직장과 학교, 그리고 삶의 자리에 파송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션얼 처치는 단순한 ‘소속’만이 아니라 ‘사역을 감당’한다는 의미에서 더 견고한 공동체를 요구한다.

-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미션얼 처치’의 예를 부탁한다. 

한국의 교회는 과거처럼 교회건물을 지으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형태의 패러다임은 이제 무너졌다고 봐도 좋다. 한국교회는 40여 년 전에 레슬리 뉴비긴이 쓴 ‘교회란 무엇인가’(The Household of God, IVP)를 통해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왔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중소형 교회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카페’나 ‘도서관’, ‘복지관’ 같은 것들이다. 이곳 남가주에 잠시 머물렀지만, ‘카페’나 ‘따뜻한 밥상’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미션얼 처치’를 시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교회가 ‘예배 드리는 곳’이라는 전통적인 정의로 비춰보면 이들은 ‘교회’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교회를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도구’로 이해한다면 다르게 볼 수 있으며, 오히려 기존의 교회가 ‘교회’가 아닐 수도 있다.

   
▲ 지성근 목사가 풀러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지성근 목사 페이스북)
   
▲ LA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는 지성근 목사 (사진: 지성근 목사 페이스북)

- ‘미션얼 처치’를 또 하나의 교회 프로그램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미션얼 처치’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들이 이를 ‘교회성장의 방법론’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미션얼 처치’를 통해 교회구조를 바꾸면 교회가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다.

‘미션얼 처치’는 단순히 교회와 목회만 고민하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부터 시작해 ‘그리스도인의 삶과 일상생활’(missional life), ‘리더십’(missional leader) 등까지 확장될 수 있는 포괄적 개념이다.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역은 어떤 것이 있나? 

레슬리 뉴비긴과 같은 서구 학자들에 의해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보냄 받은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가 속해있는 IVF가 한국교회를 향해 미셔널한 교회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꺼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션얼 컨퍼런스’를 생각했다.

2010년, 2011년에는 ‘교회 2.0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홍대 앞의 카페에서 개최했다. 이후 원래의 의도를 담아 ‘미션얼 컨퍼런스’를 열었다. 컨퍼런스를 통해 이론적인 이야기도 나누지만, ‘미션얼 처치’를 담은 사례를 나누는 비중이 더 많아졌다. 사례 발표자 중에는 자기가 하고 있는 게 ‘미션얼 처치’라는 걸 모르는 분도 있었다. 앞으로도 이미 한국에 있는 미션얼 처치를 발굴하고, 컨퍼런스에 자극 받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미션얼 컨퍼런스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미션얼’이라는 같은 방향을 공유하며 지속해서 논의하고 운동하려는 학자들과 목회자들, 성도들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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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John 2015-07-18 13:30:08
[교회가 ‘예배 드리는 곳’이라는 전통적인 정의로 비춰보면 이들은 ‘교회’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교회를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도구’로 이해한다면 다르게 볼 수 있으며, 오히려 기존의 교회가 ‘교회’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