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리가 되어버린 '반공'과 '친미'
기독교 교리가 되어버린 '반공'과 '친미'
  • 양재영
  • 승인 2015.08.29 09: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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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7년, 이승만 미화, 미주서북청년단 -광복 왜곡 언제까지

8.15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건국 67주년’이란 표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환치하려는 의도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다.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에 ‘3·1 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이나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 등으로 명시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축소시키고,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려는 시도는 우려의 수준을 넘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지난 24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1948년 건국’을 주장하며 현정부를 향한 지원사격을 자처하고 나섰다.

또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광복70주년 감사예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기독교 신앙의 모범을 보인 장로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한민국의 부흥과 발전을 기여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건국공로상’을 수여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반공’과 ‘친미’를 기독교 정신과 동일시해 왔던 한기총의 역사의식을 고려할 때 놀라운 일도 아니다. 과거 2003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 부시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광화문 앞에 모여 성조기를 내걸고 미국 국가를 부르며 ‘구국기도회’를 개최했던 사실은 이들의 의식엔 기대할 게 없음을 자명하게 보여줬다.

한기총은 이승만 정권이 ‘기독교적 정권’으로 규정하기 전에, 그 정권이 자유·정의·평화라는 기독교 덕목에 심각하게 배치되어왔다는 냉엄한 역사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승만 정권은 위에서 언급한 기독교적 덕목의 실천은 고사하고, 독재·부정·부패의 반 민주적 정권으로 낙인찍혀 4·19혁명을 통해 축출된 부끄러운 역사 속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한기총의 '건국 67년'과 '이승만 미화'는 이승만 정권 하에서 자행된 부정부패에 대한 노골적 동조와 개입을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며, 4.19의 숭고한 희생을 사사로이 저평가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된다.

   
▲ 7월 한 미주 일간지에 게재된 서북청년단 미주본부 광고

또한, 이러한 ‘건국 67년’ 주장에는 ‘친일 세력’들의 ‘자기 위장’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역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작년 KBS 이사장인 이인호 씨의 “김구는 대한민국 공로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이 씨의 조부 이명세의 친일행적이 깔려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무성 의원 등에게 드리워진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일본명)나 ‘가네다 류슈’(김무성 부친)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건국 67년’과 ‘이승만 미화’ 작업은 훌륭한 도구라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반공주의자이자 친미주의자인 김홍도 목사의 ‘금란교회’가 순진한 처녀를 위안부로 끌고 가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대표적 친일여성 김활란(金活蘭)의 이름 처음과 끝으로 명명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친일파들이 전신이 되어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나 히틀러의 제노사이드(genocide)에 버금가는 제주도 4·3항쟁 학살의 주역이 된 ‘서북청년단’이 작년 세월호 집회장을 중심으로 재건된 점 역시 이러한 ‘친일 세력’의 위세의 영향 아래 있다. 우리는 과거 ‘서북청년단’ 구성원의 80-90%가 ‘친일 개신교인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욱 우려가 되는 점은 지난 7월 ‘서북청년단 미주본부’가 설립되는 등 그들의 ‘백색테러’(white terror,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암살·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것)가 ‘복음’과 ‘애국’이라는 허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사평론가는 이러한 한국의 보수기독교 성향에 대해, 이념적으로는 북한에서 쫓겨난 경험에서 우러난 ‘실향민 반공주의’, 역사적으로는 미국 교회를 맹종하는 ‘우익 복음주의’, 물질적으로는 교회의 재정을 통한 ‘기득권 유지 욕망’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몫이 큼에도 불구하고, 강단에서는 삶과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유리된 신변잡기적 잡담 등 역사의식 부재의 설교들만이 무성한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한국교회 강단의 메시지는 하나님의 통치의 빛에 비추어 심도있는 역사의식 속에서 선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조찬 초청’을 가문의 영광 쯤으로 생각하고 달려간 한인교회 목사의 행태나 여당 정치인 환영식의 앞쪽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로비를 다했다는 목회자들의 의식수준을 보면 어쩌면 이러한 요구는 애초에 무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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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 2015-08-29 22:27:30
아이고, 일제시절 신사참배를 하신 한경직 목사님이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하신 서북청년단이 미주지역에도 다시 부활한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