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인 여성 권익 보호를 위해'
'약자인 여성 권익 보호를 위해'
  • 이승규
  • 승인 2009.10.01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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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여성 인권 운동하는 무지개의집…싱글맘 보호 위한 프로젝트 준비

▲ 무지개의 집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인권 단체다. (사진 제공 무지개의 집)
10여 년 전 국제결혼을 통해 미국에 온 이 아무개 씨(여성). 결혼한 뒤 미국으로 가게 되는 이 씨를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했다. 이 씨 역시 행복에 젖어 있었다. 정말 2년 정도는 행복했었다. 남편은 자상했고, 부모님, 친척들도 좋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자, 남편이 변했다. 처음에는 뺨을 한두 대 때리는 것으로 폭력을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온 몸을 가리지 않고 때렸다. 이 씨는 시민권이 나올 때까지만 참자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안고 미국 땅을 밟았는데, 남편의 폭력 때문에 돌아가는 것도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은 계속 심해졌고, 이 씨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됐다. 그래서 찾은 곳이 무지개의 집. 많은 쉼터를 찾았지만, 아시아 여성, 특히 한국 여성을 위한 쉼터는 무지개집이 유일했다. 이 씨는 무지개의 집을 통해 남편으로부터 보호를 받았고, 신분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폭력 피해에 대한 생각도 없어지자, 직업 훈련을 받아 생계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국제결혼을 한 사람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양갈보', '양공주'라는 단어에서 보듯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인권이라는 게 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말한다. 돈이 많든 적든, 공부를 많이 했든 적게 했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권리다. 그런데 감히 하나님이 주신 권리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류들은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또는 성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다. 특히 지난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항상 억눌려왔다.

미연합감리교회 소속 무지개의집교회가 주축이 돼, 지난 1993년 시작한 무지개의 집은 여성들의 인권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제결혼을 해 미국 땅을 밟았는데,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 등등. 생각하기 힘든 여러 위기 상황에 닥친 여성들을 보호하는 곳이 무지개의집이다.

무지개의 집은 미주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안 여성들을 위한 곳이다. 현재 쉼터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가정 폭력을 피해 나온 초반에는 일단 머물 곳이 필요하니까, 미국 사람이 운영하는 쉼터에 들어가지만, 많은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쉼터를 나온다. 무지개의 집은 그런 여성들을 위한 곳이다. 문동환 목사의 아내 문혜림 씨가 단체 설립자 중 한 명이다.

▲ 이들은 가정 폭력 근절을 위한 행사도 하고, 가정 폭력을 피해 나온 여성에게 쉼터와 직업 교육을 해준다. (사진 제공 무지개의 집)
무지개의 집 사무국장 김순옥 씨는 올해 들어 쉼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경제난이 가장 주된 이유다. 경제가 어려워 중산층이 붕괴되니,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데리고 온 아내를 버리는 경우가 흔해졌다.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일은 그나마 낫다.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여성들에게는 2차, 3차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남편이 아내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지개의 집에서는 자신이 있는 곳을 남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절대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것이 피해 여성이나 무지개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 하는 길이기도 하다.

무지개의 집은 이제 싱글맘들을 위한 쉼터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쉼터가 특히 아이들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집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활동하기에는 날카로운 모서리나 높은 곳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무지개의 집은 우선 싱글맘들에게 일정 기간 머무를 수 있게 해주고, 이 기간 동안 직업 훈련도 받을 수 있게 해줄 생각이다. 혼자 나가서도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주체로 서게 하는 작업이다. 가정 폭력 피해자를 위한 서비스는 있지만, 싱글맘을 위한 쉼터는 거의 없다.

무지개의 집은 지난 9월 초 '일일밥집' 행사를 열었다. 싱글맘 보호 프로젝트를 위한 재정 마련과 무지개의집 운영을 위해서였다. 다행이 많은 분이 참석해 무지개집을 도왔다. 무지개의 집의 시작이 교회였기 때문에, 교회의 도움도 다른 단체보다는 괜찮은 편이다.

김순옥 사무국장은 이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주신 권리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긴 세월 사회적 약자로 살아온 여성들의 인권에 더욱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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