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함께 한 반평생
선교와 함께 한 반평생
  • 양재영
  • 승인 2015.09.29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와의 대담] 전 나성영락교회 담임 박희민 목사 인터뷰

본지는 한인교계의 원로들을 만나 교계 현안과 미래 비전을 들어보는 기획 [원로와의 대담]의 첫 번째 목회자로 남가주 한인교계의 지도자이자 전 나성영락교회 담임이었던 박희민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희민 목사는 지난 2004년 원로목사 직을 사양하고 나성영락교회를 림형천 목사에게 넘겨줌으로 대형교회 인수인계에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40년이 넘는 목회생활 동안 온유한 리더십과 절제된 언행 등으로 교계의 존경을 받아왔으며, 은퇴 후 ‘새생명선교회’ 등을 세워 왕성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과도한 활동으로 인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은퇴 후 활동을 쉬기에는 자신의 사역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한인타운 내 한 식당에서 만나 1시간여동안 진행된 박희민 목사의 사역 이야기와 목회철학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 많은 사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사역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박희민 목사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제가 은퇴할 즈음에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간의 갈등이 심했다. 그래서 나성영락교회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원로목사를 사양했다. 교회로부터 은퇴사례금으로 20만불을 받았는데, 이것과 다른 곳으로부터의 후원금으로 ‘새생명선교회’를 만들어 젊어서부터 하고 싶던 선교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미주 성시화운동본부 회장을 맡고 있고, 인터넷선교를 하는 KCMUSA 이사장, GEDA 선교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 나성영락교회에서 은퇴를 조금 일찍했다고 들었다.

나성영락교회가 소속된 해외한인장로회(KPCA)는 70세가 정년인데, 저는 67세 반에 했다. 저는 젊은 시절에 다하지 못한 선교를 좀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67세 반에 조금 당겨서 은퇴했다. 당시 교회가 30주년을 막 끝내는 해였는데, 40주년, 50주년은 새 담임목사가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 결정은 잘했다고 본다. 나이가 70이 넘으면 집중력이 약해져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게 힘들다. 70 넘으면 차세대에게 넘겨주고 다른 사역을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젊은 사람들에게 리더십 기회를 주는 게 좋다.

- 많은 한인목회자들은 은퇴를 해도 연금등의 혜택을 받지 못해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 문제 때문에 은퇴를 안하거나 은퇴사례금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노후대책이 안되니 은퇴를 안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교회 목사들은 65세 전에 은퇴를 자청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교회를 위해 살았다면 나머지 생은 가정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 해서 은퇴한다. 교회와 정부로부터 연금 등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시무할 때보다 재정적으로 더 괜찮다. 그런데 한인교회는 그게 안되니 70이 넘어서도 안 물러나려고 한다.

제가 우리 교단 총회장일 때 미국장로교(PCUSA)와 협약을 맺어 미국장로교 연금 제도에 가입을 추진했었다. 제가 위원장이고 미국장로교는 이승만 목사님이 맡으셨다. 그때 세 가지가 큰 이슈였다. 첫째는 연금을 하나로 통일 시키는 문제, 둘째는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1.5와 2세 교역자의 이중직 문제, 셋째는 교단 통합 문제였는데, 결국 이견이 있어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실행단계로 갔을 때 연금혜택을 제대로 받으려면 한 20년 정도 부어야 하는데, 현 1세 담임목사들에겐 큰 혜택이 없어서 그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부목사들은 하고 싶은데 결정권이 없었다. 결국 개교회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결정났고, 영락교회는 월급을 14개월로 지급해서 12개월 월급 외에 한달은 휴가비로, 한달은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 젊은 시절 이디오피아에서 선교사를 했다고 들었다. 

원래 젊어서 월남선교사로 소명을 받았다가, 이디오피아에 선교사가 없다고 해서 한국 영락교회에서 파송식을 하고 68년부터 3년 선교사 생활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풍토병이 걸려서 사경을 헤매는 일이 발생했고, 미국장로교회에서 도와줘 집사람이 치료차 미국으로 들어갔다. 잠깐 아이들 방문하러 미국에 왔는데, 이디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선교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막혔다. 그래서 프린스턴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선교의 문이 열리면 들어가려 했는데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할 수없이 공부마치고 토론토에 있는 한인장로교회가 목사를 구한다고 연락이 와서 희생하는 마음으로 갔다. 당시 토론토 한인장로교회는 50명 정도 출석하던 교회였고, 저는 1년만 하려고 했는데, 14년이나 하게 됐다. 제가 있는 동안 교회는 많이 안정이 되었고, 토론토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했다. 그곳에서 이민교회를 참 많이 배웠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영락교회에서 저를 청빙한 것으로 안다.

- 원래 한국 영락교회에서 안수를 받았는가? 

그렇지 않다. 평동교회에서 3년을 섬기면서 평동노회라는 이북노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총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다보니, 총회장이신 한경직 목사님 교회에서 파송을 받았다. 옛날에는 신학교가 예과 2년 본과 3년이었다. 예장통합과 합동이 갈라지기 전 남산에 박형룡 박사가 교장이던 시절 신학교를 다녔다. 여기 장영춘 목사(퀸즈장로교회 원로목사)가 당시 동기동창이다. 군대갔다오니까 신학교가 (통합과 합동으로) 갈라졌더라. (둘 중에) 그래도 통합측이 좋은 것 같아 덕수교회 교육 목사로 사역했으며, 피터슨 성서신학원 교무과장을 한 후 선교사로 떠났다.

- 선교사로 출발했기에, 나성영락교회가 선교에 대해 그렇게 강조하는 것인가? 

그렇다. 저는 젊은 시절에 선교를 갔지만 선교를 다 못했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교회 재정의 20%는 무조건 선교비로 쓴다는 것을 공약했다. 20%는 순수하게 선교사를 지원하는 금액을 말한다. 제가 있는 동안 풀타임 선교사로 27가정을 파송했다.

- 교계 원로로서 현 한국(한인)교회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떤가? 

목회자의 위신과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불교나 가톨릭보다 신뢰가 떨어졌다. 열사람 중 두 사람만이 개신교를 신뢰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위기상황이다. 목회자 자신부터 지나친 물량주의, 성장주의, 지도자들의 스캔들 등을 조심해야 한다. 떨어질만큼 떨어졌으니 개혁을 통해 다시 변화하고, 새로운 역사를 일으켜야 할 때이다.

제가 보기에 한국교회보다 이민교회가 더 건강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민교회가 개혁됨으로 한국교회의 개혁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 1세대 교회도 중요하지만, 차세대 사역이 더욱 중요하다. 2세들을 믿음으로 리더십을 잘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토 밀알교회의 노승환 목사가 하는 KODIA나 풀러신학교 이학준 교수가 하는 G2G 같은 사역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한 2세 사역의 비전을 위해 언론의 사명이 중요한 데, 그런 의미에서 <미주 뉴스앤조이>와 같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 예민한 질문이지만, 작년에 논란이 되었던 몇몇 목사들을 추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표적으로 작년 포항으로 간 남가주동신교회 손병렬 목사는 우리교회 부목사로 5년간 있었다. 동신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여러명의 후보자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결정된 것으로 안다. 손 목사가 한동안 임시목사로 있다가 위임목사되려고 할 때 반대가 많아 간신히 된 것도 알고 있다.

한 10년간 열심히 했는데, 덩치가 큰 건물을 사면서 좀 어려웠다. 재정적으로 압박이 많아서, 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거기에서 은퇴하기는 좀 힘들다 판단하고 한국으로 가서 목회하는 것이 자기에게 맞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55세가 넘어가면 교회에서 잘 불러주지 않으니, 좀 일찍 떠난 것 같다. 교회측에서는 비싼 건물 사놓고 떠나니까 무책임하게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 김경진 목사와 박희민 목사 (미주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 나성영락교회 김경진 목사가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김경진 목사도 부임하고 1년정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렇지만 지금 관계가 많이 좋아지고, 교인들도 많이 호응해주고 있다. 새로운 목사가 오면 교인수가 조금 줄고, 재정에 늘 문제가 생긴다. 미국교회를 보니, 새로운 담임목사가 오면 10%정도 교인과 재정이 줄어드는 것은 기본이더라. 기존의 담임목사를 좋아하는 이들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2, 3년 지나면서 새 목사를 좋아해서 10% 늘더라. 더 잘하면 더 올라가기도 한다.

새로운 예배 시도는 잘 했다고 본다. 우리 성도들도 좋아하더라. 원래 나성영락교회가 5부만 ‘열린예배’였는데, 제가 4부예배 하나 정도는 전통예배와 열린예배 중간 정도의 예배를 연구해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모들이 3부예배 때 아이들을 데려오니, 3부예배를 열린예배로 드리기도 결정했다. 1, 2, 4부는 여전히 전통예배로 드리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교계 원로로서 한인교회와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목회를 하다보면 늘 문제가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가 재정의 투명성이다. 이것이 없으면 결국 교회분규가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민교회가 한국교회보다 훨씬 나은데, 여기에는 연말에 헌금영수증을 발부해야하는 점도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목회자들의 이성문제, 셋째는 전에 종말론 때문에 한참 시끄러웠던 것처럼 이단성 문제이다. .

개교회적으로 담임목사가 교체될 때 늘 어려움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교회를 건축하거나 팔고 살 때 의견일치가 일어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한다. 세 번째는 교회 중직자들을 선발할 때 시험에 많이 든다.

뉴스앤조이(뉴스 M)가 그동안 교회가 바로가야 하니까 비판하고 질책하는 사명이 있다고 보고, 그러면서 긍정적인 교회상도 소개해주면 좋겠다. 특별히 뉴스앤조이가 2세교육을 위해 뜻있는 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신문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파라처치(para-church) 운동이 바로 그런 것인데, 교회가 다른 교회와의 관계없이 혼자가면 오래 못가고 끝난다. 그런데 교회들과의 관계를 잘 맺고 상부상조하다보면 오래간다. 한국의 CCC운동이 오래갔을 수 있었던 것은 교회와의 관계성 때문이라고 본다. 교회와 언론도 똑같다고 본다. 적절한 긴장관계와 좋은 관계가 함께 간다면 서로가 유익하지 않나 생각한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