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공부에 '성경'없다
성경 공부에 '성경'없다
  • 강만원
  • 승인 2015.10.17 06:11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만원 ⓒ <뉴스 M>

분명히 말하자!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지 않아서 교인들이 성경을 모르는 우매한 신자가 된 것이 아니다. 사실 웬만한 규모의 교회들은 초급, 중급, 고급으로 정성스레 반을 편성해서 나름대로 성경을 열심히 가르친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의무적으로 강의를 들으라고 다그친다. 성경을 제대로 알아야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힘찬 독려와 함께...

이리 말하면 철마다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잔뜩 늘어놓은 교회들은 마치 자신들은 교인들에게 충실하게 성경을 가르친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잔칫상에 귀한 음식 올리듯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성경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에 교인들이 원하기만 하면 수준에 맞춰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교회에서 개설한 성경강좌를 열심히 듣고 나서 신자들의 신앙이 성숙 또는 성장했다는감동적인 고백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애써 성경공부를 하고나도 하나마나 매일반이니까 교인들은 점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수천 명의 교인들이 있는 교회에서 애써 성경강좌를 개설한들 자진해서 등록하는 교인 수는 기껏해야 네댓 명에 지나지 않는다.

봄에 신학기가 시작되면 강사들은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참석할까 마음 설렌 기대는커녕, 교회마다 수강생이 없어서 자기가 밑은 강의가 폐강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단지 체면 문제가 아니라 수강생이 없으면 어렵게 얻은 강사 자리마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체면불구하고 읍소하는 목사들이 적지 않다. 해서,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교인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수강을 간청하지 않을 수 없고, 전화를 받은 교인들은 목사의 통사정에 이도저도 못한 채 어쩔 줄 모른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목사님이 저렇게 부탁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해요”. 내게 물으면 나는 가차 없이 대답한다. “신앙에 유익이 있으면 듣고, 유익하지 않으면 듣지 마시오.”. 내 말이 조금은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괜한 성경공부’에 시간과 정력을 괜히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단호한 생각에 내 대답은 항상 변함이 없다.

이처럼 교인들이 교회에서 목사들이 가르치는 성경공부에 마음을 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황금만능’ 시대에 교인들이 철저히 세속화돼서 더 이상 영적인 말씀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교인들은 ‘말씀’에 갈급해서 어떡하면 ‘좋은 말씀’, 아니 ‘성경적인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늘 노심초사다.

요즘 교회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잡다한 이벤트에 신경 쓰지 말고 이제 교인들의 ‘교육’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경을 모르는 교인들이 예수를 알 수 없고, 예수를 모르는 교인들이 예수의 계명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예수를 모르고 예수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교인이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차라리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온전한 계시>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 ‘성경의 종교’이며, 그리스도인은 ‘성경의 사람’이기 때문에 성경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새삼 부언할 필요조차 없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본문에서 말하는 <온전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흔히 말하듯이 ‘예수의 재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른바 ‘재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날’에 심판하시기 위해서 세상에 오시는 것이다. 그때는 이미 구원과 저주의 심판이 정해졌기 때문에 방언이나 예언은 당연히 의미가 없다. 온전한 것이 재림을 의미한다면 새삼 방언과 예언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재림 때에 ‘온전한 계시’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계시’는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일깨우기 위해서 ‘사전에’ 보여주시는 영적인 도구이다. 요컨대 마지막 날에 존재하는 것은 ‘앞선’ 계시가 아니라 ‘현재’의 심판이며, ‘시간’의 범주를 따질 때 ‘예수의 재림’과 ‘온전한 계시’는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온전한 계시는 무엇인가? 방언이나 예언은 특정한 자가 전하는 ‘불완전한’ 말씀인 반면에 성경은 하나님의 완전하신 말씀인 동시에 일관된(totality) 말씀이다. 즉,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전하는 것은 ‘오직 성경’이다.

많은 교인들이 하릴없이 이단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교회는 그들을 비방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이단에 빠졌다며 “원래 영적인 문제가 있는 교인이다”라고 함부로 매도하지 말고, 그들의 영적 갈급함을 해갈할 수 있는 충실한 성경교육이 필요하다.

이단에 빠진 교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원래 영적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말씀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교회에서 애써 성경을 가르친들 교인들에게 신앙의 결실이 없다는 것은 결국 성경을 가르치지 않아서 교인들이 성경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잘못 가르치기 때문에 제대로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 다닌 지 20년이 넘었다는 어떤 자매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제가 다녔던 교회마다 성경공부가 있었고, 빠짐없이 들었지만 교회마다 내용도 별반 차이가 없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교회에서는 애써 성경을 가르쳤는데 정작 듣는 교인들에게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회에서 제법 실력 있는 목사들을 동원해서 성경강좌를 열었는데 교인들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면서 순전한 ‘주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목사에게 복종시키기 위해서 종교적 규범과 교리, 나아가 목사의 ‘철학(?)’을 주입시키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씀을 제대로 가르쳐서 그리스도인을 양육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다루기 편하고 교회에서 쓰기에 유익한 교인들을 양성하려 들기 때문이다. 성경교육을 그리스도인의 영성 함양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개별교회의 양적인 성장과 번영을 위한 꼼수로 이용한다는 말이다.

교인들은 목회자도 아니며 신학자도 아니다. 교리가 필요할망정 교리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 성경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신학이 중요할망정 위대한 신학자의 이론에 탐닉하기 위해서 성경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바른 신앙을 터득하기 위해서 '말씀'을 알고 싶은 것이며, 말씀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의 진정한 가르침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요컨대 주의 말씀은 종교나 신학의 도구가 아니라 신앙의 목적이 돼야 한다.

요즘은 교회가 세상 사람들을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인들마저 내쫓는 모양새다. 종교적 교리나 신학적 이론으로 교인들을 얽매려 하거나 개별교회의 사사로운 욕망으로 세뇌하려 들지 말고, ‘말씀’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계명을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 교회의 심각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괜한 성경공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말이다.

강만원 / <아르케 처치> 대표,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저자, <루나의 예언> 역자, 종교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목사교는예수교가아니다 2015-10-20 00:15:59
성경공부는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교리주입에나 목사에게 절대 복종하는 교인을 양성하는 과정이죠. 성경공부보다는 '양육'이라 이름 붙은 과정이 특히나 더 그러한데, 웃기는 것은 수준이 한참 모자란 교재를 가지고 주입시키는 모양새가 북한식 세뇌교육이나 전혀 다를 바 없음. 수준이나 열정으로 논하자면 이단으로 유명한 신천지가 더 고차원적이고 그 열정이 순수하다고 느껴질 지경입니다.

우리 주님의 명예 2015-10-18 03:00:51
시시때때로 옳은 말씀만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지난번 뉴욕 강의도 참 좋았어요. 한번더 오셔도 좋을것 같아요.
교회목사들이 지금들 하는 성경공부는 모두 목사화 또는 교회화 된 시각의 성경공부이지, 성경적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각은 아닌것이 많다고 생각 됨니다.
지그 이터넷에는 참좋은 내용의 성경 강의가 많아요 잘 주의해서 듣으시면 큰 도움이 될것 같아요. 옛날처럼 목사의 말을 무조건 옳다 들으시질 말고 잘 분별해야 합니다. 강만원씨 다시한번 오시고 또 신성남씨도 한번 보고십네요 뉴욕 에서..
탱큐

좋은의견 2015-10-17 18:00:26
제대로 공부할려면.. 초대교회때의 성서인 그노시스를 공부해야겟죠..

로마에 의해 정치권력자들 입맛에 맞게 고쳐진 성서가 정말로 신의 말씀이라 생각하는 자체가 우매한의식으로 보입니다.

꿈에서 깨어나서... 제대로된 시각부터 가져야할것 같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의식으로는 문제해결 할수 없습니다.

현재 문제의식의 틀을 벗어나서 바라볼때..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때 숲을볼수 있습니다.

달라스 2015-10-17 07:28:21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하나님의 특별계시인 성경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천하게 변형시킨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렇게 가르치다보니까 교회를 자극적으로 비판하는 소리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올바른 비판과 정상적인 복음의 말씀에는 관심이 없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인기 강사로 뜨는 자들이 교회의 약점과 성경을 교묘하게 비난해야 팟캐스트나 각종 인터넷 같은데서 순위가 높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