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것은 주목하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주목하는 것이다
  • 김동문
  • 승인 2015.10.27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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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주민과 함께하는 5킬로미터 Walk/Run
   
가자주민과 함께하는 5킬로미터 Walk/Run (사진:김동문 목사)

지난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미국 UNRWA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in the Near East) 주관으로, Fountain Valley에 있는  Mile Square Regional Park에서 열렸다. LA와 오렌지카운티, 리버사이드, 샌디에고 카운티 등에서 온 500여명 넘는 참가자들이 함께하였다. 이 행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등의 치료와 회복을 돕기 위한 75,000달러의 모금 목표도 있었다. '가자주민과 함께하는 Walk/Run'은 2013년부터 시작된 연례 행사이다. 올해는 뉴욕(3월), 워싱톤(5월), 샌프란시스코(10월)에 이어진 행사이다.

지난해 7월초부터 8월 6일 사이에 있었던 가자전쟁 기간 중에도, 전체 사망자 2,104명중 23.5%인 495명이 18세 이하의 청소년과 어린아이들이었다. 가자지구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성인의 30% 이상이 전쟁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전쟁의 공포조차 느끼며 공포감을 자주 호소하며 살아가고 있다. Gaza Community Mental Health Program(GCMHP) 의 지난 7월의 연구결과이다. 가자 주민들은 지난 7년간,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 2012년 11월부터 14일~21일, 2014년 7월 8일부터 8월 26일 전쟁 등 크고 작은 전쟁과 유혈 충돌에 시달렸다. 가자 어린이들의 문제는,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또 다른 다가올 수 있는 전쟁으로 인한 공포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가자주민의 43.2% 정도가 14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이다. 힌국의 경우는 물론 일반적인 나라의 경우, 14세 이하의 어린아이의 비율과 비교가 안되는 수치이다. 한국의 경우는 14.1%가 14세 이하의 어린아이 비율이다.

   
 
   
 

약 500여명 정도의 아랍계 이민자와 한인 이민자 두 가정 등 일부 비아랍계 이민자들이 함께 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아랍 전통복을 입은 여성부터 머리에 히잡을 한 여성도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가정들도 눈에 들어왔다. 다수의 남녀노소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행사를 진행하던 팔레스타인계 2세 가싼은, "행사 전주까지만 해도 100여명에 불과했는데, 한 주 사이에 500명이 몰렸다"며 반색했다. (행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참석했다고 확인해준 이들은 770여명을 넘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8;00 이전부터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아랍계 이민자 1세와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태어나 자란 곳에 가보지 못한 1.5세, 2세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계가 많이 참석했지만, 아랍계 이민자들도 자리를 같이 했다. 아랍어보다는 영어가 편하고 익숙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행사장은 전체적으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했다.

"가자(지구)에게 자유를!" 참가자들은 공원의 5킬로 구간을 달리거나 가족들과 더불어 담소를 나누며 걸었다.격한 구호도 없었다. 언론에 노출시키기 위한, 어떤 행태의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서도 없었다. 참가자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다잡는 자리였다. 모금 목표액 75,000달러도 초과 달성했다. 총 모금액이 160,000달러로 목표액의 두 배 이상을 달성했다.

현장을 취대하던 마르벨 구즈만은 “팔레스타인 이슈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아픈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팔레스타인인입니다." 이것은 참가자들이 고백하는 또 하나의 정체성이었다. 비록 요르단 국적을 갖고 살다가 미국 땅에 이민온 이들과 그 후손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요르단인으로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인으로서 드러내고 있다. 아픈 현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눈을 돌리지 않고 주목한다'는 것은 소중한 몸짓이다.

   
   
   
   
   
 

김동문 목사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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