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제에 자신을 알아야지"
"장애인 주제에 자신을 알아야지"
  • 김홍덕
  • 승인 2009.10.2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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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장애인 내쫓는 교회…그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 예수는 장애인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장애인에 대한 비호감과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장애인이 교회에 존재하여야 하는 이유는 비장애인들이 교회에 있어야 하는 이유와 똑같다. 사회에 10~20% 존재하는 장애인이 교회 안에는 그 정도에도 훨씬 못 미친다. 교회가 사회보다도 못하다는 반증이다. 왜 장애인의 복음화율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질까?

그것은 교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비호감과 편견, 그리고 바르지 못한 신앙적, 신학적 태도 때문에 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던 장애인들이 상처를 입고 다시는 교회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는 모든 열방과 민족 방언이 함께 하는 곳이다. 주님의 피값으로 사신 교회는 어떠한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교회에 나왔다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지음 어디 있을까?

계단 때문에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우리의 소아마비 친구 영철이.

큰맘 먹고 찾아간 교회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다른 교회를 가보라고 권유하며 서둘러 집어 주는 몇 푼의 돈을 얼떨결에 받아들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집에 돌아간 시각 장애인 준희는 어디 있을까?

손 떨림이 심하다는 이유로 성찬식에 참여를 거부당한 뇌성마비 보람이는 또 어디 있을까?

말 한마디 못하는 지적장애라는 이유로 세례를 받지 못한 정민이의 손을 잡고 교회 문을 나간 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정민의 부모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귀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귀신 쫓는 의식에 시달리다 더 심해진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철민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자동차 사고로 인해 한쪽 팔을 잃어버렸으나 오히려 더 큰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다시 성가대 지휘봉을 잡기 원했으나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상처로 교회를 떠나 버린 강준면 집사는 지금 어디 있을까?

교회 지하실에서 베이비 시팅을 받던 자폐 장애 아이가 한번 예배실에 뛰어들어 설교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주의를 받고 "다시는 교회를 다니지 않을 거야"라고 소리치며 교회 문을 나섰던 은철이의 아빠는 언제나 교회에 다시 돌아올까?

"죽은 나사로도 살리시는 예수님이 그까짓 장애 못 고치겠어요? 믿음이 있으면 어떤 병과 장애도 다 고칠 수 있어요" 하고 외치는 강대상 밑에서 매 주일 흐느끼며 "믿음을 주소서, 믿음을 주소서" 울부짖는 청각 장애아 혜련이 엄마의 눈에는 언제쯤 미소가 깃들까?

"하나님께 아직도 해결받지 못한 죄가 있나 봐요? 같이 기도해 줄게요. 우리 한번 매달려 봅시다. 이번 기회에 장애를 고쳐 하나님께 큰 영광 돌립시다" 하며 덥석 손을 잡고 기도를 시작하는 믿음 좋은 권사님들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다운증후군 장애아 찬수 어머니. 다음 주일에도 교회에 나올지 걱정이 된다.

장애로 인해 오히려 하나님께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감사하는 바울이 엄마에게 "제발 좀 기도하세요. 바울이의 척추 장애를 고쳐서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을 돌릴 수 있을 텐데" 하며 기도하지 않는다고 못마땅해 하며 주일마다 한마디 툭 던지는 윤동식 장로가 보기 싫어 교회 가기 싫다는 바울이 엄마.

예배가 끝나고 친교실에 들어가려면 어김없이 나타나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랑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이 똑같은 질문들. "어떡하다가 장애인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때 사고 상황은 어땠어요?", "보험 처리는 되었나요?", "그런 몸 가지고 결혼이나 부부 생활은 할 수 있나요?", 이런 똑같은 질문에 질려 다시는 교회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는 남주 형제.

신체장애를 가졌지만 장애를 의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사회에서나 교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진구 형제.

어느 날 교회에 장애우를 위한 부서가 생겼으니 이번 주부터는 장애부 예배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에 정중하게 "저는 일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라는 대답을 했다가 "장애인 주제에 자신을 알아야지"라고 말하는 봉사자의 빈정거림에 큰 상처를 입은 광래 집사.

교회 문만 들어서면 "병을 고쳐 달라고 기도해 줍시다" 하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기도의 용사들 때문에 교회 가기가 무서운 진희 자매. "우리가 기도해도 아직 낫지 않는 것을 보니 자매가 아직도 해결받지 못한 죄가 있거나 헌신이 덜 되어 그런 거예요. 진희 자매. 한번 주님께 화끈하게 바쳐 봐요"라고 당당하게 주문하는 믿음 좋은(?) 기도 특공대에게 주눅이 들어 아예 교회에 발을 끊은 윌리엄스 증후군 장애인 진희 자매.

아들의 루게릭병을 고쳐 달라는 정성으로 일천번제 제물을 드리며 신유 집회란 집회는 다 찾아다녔으나 바친 헌금 액수를 보고 "이 정도 가지고 어떻게 하나님이 감동하시겠어요?"라고 빈정대는 신통한 족집게 강사의 말에 마음이 상해 소리를 지르며 교회 문을 꽝 닫고 떠나 버린 조영선 권사. 뒤에 대고 "저러니 낫겠어?" 하며 호통을 치는 능력의 종과 "쯧쯧"을 연발하는 성도들.

실낱같은 소망을 안고 전셋돈 빼내 하나님을 감동케 하려고 큰 헌금을 들고 와 안수 차례를 기다리는 간질 장애를 가진 진준이 아빠 윤 집사님.

"왜 자꾸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나요?" 하며 핀잔을 주는 큰 종의 말. "내가 안수해도 당신이 낫지 않는 것은 아직도 당신의 믿음이 없기 때문이야. 믿음을 확실히 해 가지고 나와야지. 그냥 제일 앞자리에 앉아 계속 안수만 받기만 하면 나의 신유 능력이 의심받는단 말야"에 눈물을 흘리며 눈물이 배인 담요를 주섬주섬 챙기며 자리를 떠난 주희 성도는 지금 어디 있을까?

김홍덕 / LA 조이장애선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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