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살기 교육 의무화하자
장애인과 함께 살기 교육 의무화하자
  • 이재서
  • 승인 2016.01.1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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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서 총재 © <뉴스 M>

저는 1급 시각장애인이자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36년 전부터 제가 창립한 ‘밀알’이라는 단체를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의 장애인복지 및 권익신장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발달장애학생 직업훈련센터’를 세우기 위해 공사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100여 명의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학생 부모들은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까지 꿇으며 호소했습니다. 그래도 반대를 멈추지 않자 한 어머니가 “내 자식이 당신 자식에게 대체 무슨 해코지를 했느냐”고 소리치며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몇 년 전 경기도 어떤 지역에서 제가 관여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를 개설하고자 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공간을 임대하려고 물어보니 한결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장애인’의 ‘장’자만 나와도 건물주들이 반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밀리고 밀려 민가가 뜸한‘민간인통제선’안에 있는 빈 집을 1억500만원에 매입을 했습니다. 7,000만원을 더 들여 리모델링까지 마치고 개원하려고 하자 그때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던 인근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센터는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리모델링비만 날리고 1억500만원에 다시 팔아야 했습니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불과 10명 이내의 장애인을 주간에 보호해주는 작은 시설입니다.

저는 사회복지 공부를 하기 위해 1984년부터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어느 날 큰 딸이 제게 보는 점자책을 학교에 갖고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수업을 하기로 했는데, 큰 딸이 ‘우리 아빠가 바로 시각장애인’이라며 ‘우리 집에 점자책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란 사실을 스스럼없이 말한 딸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딸의 얘기가 끝나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합니다.

저는 학사부터 박사까지 미국의 세 군데 대학을 다녔습니다. 어느 대학에서도 저에 대한 동료들의 환대는 과분할 정도였습니다. 열 살은 더 먹은 늦깎이 시각장애인 대학생에게 그들은 먼저 다가와 제가 부탁하기도 전에 제게 필요한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동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큰 딸이 시각장애인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해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로 모아집니다.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자녀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편견일 뿐입니다. 지난해 11월 한 방송 취재팀이 10년 내 전국에 들어선 특수학교 주변 아파트 가운데 시세 분석이 가능한 8곳의 집값을 조사해보니 6곳이 올랐고 1곳은 변화가 없었으며 1곳만 떨어졌습니다. 장애인 시설에 근접한 아이들이 다른 지역 아이들보다 더 학습성취도가 높고 탈선율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장애인 통합교육을 실시하면 장애인 친구를 돕는 과정을 통해 비장애인 학생의 학습성취도와 사회성이 함께 높아집니다.

과거엔 동네마다 장애인이 있었고 그를 마을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품어 안았습니다. 이제 그런 공동체가 사라진 마당에 장애인 시설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장애인 시설 기피에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학교와 공공기관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해소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모든 직장, 단체, 조직에서 최소한 1년에 한번 이상 장애인과 함께 살기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입법화하는 것입니다. 양성평등교육,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말입니다. 국민소득의 증가만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사회의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야말로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입니다.

이재서 / 총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계밀알연합 총재
이 글은 <한국일보>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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