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파 유대인은 시온주의자가 아니다"
"정통파 유대인은 시온주의자가 아니다"
  • 김동문
  • 승인 2016.01.20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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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 쉐아림에서 시온주의자가 아닌 유대인을 만나다
   
▲ 김동문 목사 © <뉴스 M>

"시온주의는 유대주의가 아니다."
"유대인은 시온주의자가 아니다."
"성전산에 들어가는 것은 유대교에서 금한 것이다."
"토라의 정신은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선포한다."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유를" 

이런 구호들을 외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물론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니다. 정통파 유대인들이 외치고 있다.

‘정통파 유대인들이 다 시온주의자는 아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에게도 이들에 대한 고정된 그림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4월 24일(금) 안식일 직전에는, 이 지역을 방문한 이스라엘 병사가 주민들에게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의 차량이 훼손되고, 계란과 돌 세례를 받기도 했다. 또한 메아 쉐아림 지역을 방문하다가 동네 주민들로 인해 곤경을 입었다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특히 안식일 전후하여 지역 주민들의 정서가 민감하다는 이야기는 기본이었다.

메아 쉐아림, 예루살렘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거리인 야파 거리 주변의 벤 예후다와 가장 닿아있으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1874년에 조성된 이 마을 이름의 유래는 성경에 있다. 바로 창세기 26:12절이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여기서 백배 라는 단어가 메아 쉐아림이다. 즉 메아 쉐아림 마을의 뜻은 ‘백배’이다. 예루살렘의 메아 쉐아림(Mea She'arim, 100개의 문들, מאה שערים) 지역은 이스라엘의 가장 대표적인 정통파 유대인들 밀집 거주 지역이다. 25만 여명이 이 지역 안에 살고 있다. 전체 예루살렘 주민 83만 여명의 30%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 지역에는 헤아릴 수 없는 유대교 회당과 종교학교, 유대교 정신으로 운영되는 각종 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을 학교로 이끌고 있는 정통파 복장을 한 유대인 남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곳곳에서 귀밑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꼬마들이 줄지어 모여드는 곳이 있다. 유치원과 각급 종교학교이다. 곳곳에 있는 회당에서는, 정결탕(미크베)에서 정결의식을 치르고, 기도보 탈리트를 덮어쓰고 기도하는 정통파 유대인들로 가득하다. 정말 다양한 복장의 유대인 정통파 남자들을 볼 수 있다. 모자와 겉옷, 바지, 귀밑머리의 모양, 옷술의 길이도 아주 다양했다. 아이들과 길을 걷는 유대인 여성들의 모습도 다채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메아 쉐아림 지역과 정통 유대인들

필자가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월 6일이다. 필자의 머리속에는, 정통파 유대인들은, ’대화가 안되는, 극단적인 시온주의자들‘, ’강경하고 완고한 이들‘이라는 고정된 그림 언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지역 방문에서 낯설은 풍경을 접하고 말았다. 메아 쉐아림 지역의 한 구역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자유와 독립을 지지하는 정통파 유대인들을 만난 것이다. 회당 주변의 게시판은 물론 건물 곳곳에, 탈무드, 토라 학교 앞에, 상점 주변에서 이런 류의 게시물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지난 30년 이상을 이 지역 상가에서 일하고 있는 아랍계 이스라엘인 아흐마드는 "이 지역 주민들은 팔레스타인인이나 무슬림들에게 우호적이다. 좋은 사람들이다"고 말한다.

사실 이스라엘 안팎에는 팔레스타인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인권을 위한 랍비들"(Rabbis for Human Rights) 모임 같은 인권 단체들도 존재한다. 지난 해 2월 초에는, 이스라엘 안팎의 500여명의 랍비들이, 이스라엘 베냐민 네탄야후 정부의 서안 점령지구 안에서의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 행위 등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때때로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와의 공동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토라의 정신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과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기도하고, 때로 시위를 하고, 구체적으로 인권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정통파 유대인들의 존재를 마주하는 것은 신선한 자극이고 도전이다.

   
   
이스라엘 안팎에는 팔레스타인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들 정통파 유대인들은, 반시온주의자에 속한다. 이들의 눈에는, 시온주의자들은 유대교를 믿지 않으므로 유대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득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과 시온주의를 반대하는 정통파 유대인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읽는 모세오경에서,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와 독립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 정통파 유대인들의 토라 해석에 다시 한 번 눈길을 돌려본다. 그리고 이들의 팔레스타인인인의 자유와 독립, 인권을 향한 고백과 실천에 응원의 마음을 모아본다.

김동문 목사 / 인터서브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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