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 스위스 국기까지 바꾸려했다?"
"무슬림들, 스위스 국기까지 바꾸려했다?"
  • 김동문
  • 승인 2016.01.23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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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무슬림 왜곡 기사에 대한 유감
   
▲ 김동문 목사 © <뉴스 M>

어제 오후 저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아래와 같은 제하의 기사의 진위를 묻는 기사 링크가 걸렸다. “스위스 무슬림들, 스위스 국기까지 바꾸려 나서... 무슬림에 공격적인 십자가 없애달라” (참조 : 스위스 무슬림들 관련기사 링크)

관련 링크를 따라 접속하니, 아래와 같은 기사 내용(2016년 1월 21일자)이 담겨 있었다.

“스위스의 무슬림들이 스위스 국기를 바꾸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십자가가 무슬림에 공격적이며, 다문화 사회인 스위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무슬림들이 스위스 국기에 있는 흰색 십자가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 무슬림 출신 평화 운동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슈밧 닷컴(Shoebat.com)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사실 확인>

그래서 슈밧 닷컴을 접속해보았다. (참조 : 슈밧닷컴 기사링크)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으로, 무슬림 등 다문화 사회인 스위스에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운동은 배후에 있는 무슬림 단체는 '세콘도스(Secondos)'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스위스 국민들을 상대로 스위스 국기를 무슬림들에게 덜 공격적인 국기로 변경하자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 A 일보 기사 중.

A 일보의 기사는 슈밧 닷컴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슈밧 닷컴이라는 매체가 궁금했다. 슈밧 닷컴은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무료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매체로 보인다. 슈밧 닷컴의 기사 출처는 어디인가? 그것은 슈밧 닷컴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포까리 뉴스였다. 슈밧 닷컴은 포까리 뉴스의 2015년 12월 30일자 주장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 (참조 :포까리뉴스 기사링크/ )

   
 

A 뉴스가 전재하고 있는 슈밧 닷컴에 실린 아래의 내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뉴욕의 싱크탱크인 게이트스톤인스티튜트(Gatestone Institute)는 스위스 국기를 바꾸자는 이 제안이 스위스 정당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으며, 스위스의 반이민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포까리 뉴스가 인용한 게이트스톤 연구소의 글은, 2011년 9월 26일자 기사였다. (참조 :게이트스톤 연구소 기사링크 ) 기사 내용을 옮겨오는 과정에, 크고 작은 문구 수정 과정이 있었다. A 일보가 슈밧 닷컴에서 그대로 인용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은, 모두, 슈밧 닷컴이 인용한 게이트스톤 연구소의 2011년 9월 26일자 글에 나오는 내용과 동일하다. **... ** 부분은, 슈밧 닷컴이나 게이트스톤 연구소 사이트 글에 담겨있지 않은 내용이다. A 일보가 기사를 작성하면서 내용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인 스위스국민당(Swiss People's Party, SVP)의 실비아 플뤼키거(Sylvia Flückiger) 의원은 이 요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서 "스위스 국기에는 변경할 것이 없으며, 다음 단계는 무엇이겠는가? 무슬림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위스 헌법을 바꾸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위스국민당은 지난 2015년 10월 총선에서 득표율 29.4%로 전체 200석 중 65석을 차지하면서 스위스 총선에서 단일 정당이 거둔 성과로는 한 세기 만에 가장 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지난 2009년 이슬람 첨탑(미너렛)을 새로 건설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국민투표를 제안해 이를 통과시켰으며, 2014년에는 이민 제한에 대한 국민투표도 제안해 이를 통과시켰었다.**

기독민주당(Christian Democrats, CVP)의 마리안느 빈더(Marianne Binder) 대변인도 "스위스 국기는 스위스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민자들을 포함해 모두가 여기에 참여하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 우파인 급진자유민주당(Free Democrats, FDP)의 스테판 브루프바처(Stefan Brupbacher) 대표는 “완전히 넌센스”라면서 “스위스 십자가는 가장 성공적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성공과 품격의 상징”이라면서 “우리는 스위스에 대한 사랑으로 이를 더 굳게 붙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는 글>

2016년 1월 21일자 A 뉴스는, 2016년 1월 17일자 슈밧 닷컴의 글을, 슈밧 닷컴의 글은 2015년 12월 30일자 포까리 뉴스를, 포까리 뉴스는, 2011년 9월 26일자 게이트스톤연구소의 글을 뒤늦게 인용했다. (게이트스톤연구소의 글보다 먼저 이런 사실을 공유한 매체들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2016년 1월 21일 자 기사에 나오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스위스 국민들을 상대로 스위스 국기를 무슬림들에게 덜 공격적인 국기로 변경하자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난해 10월의 시점의 혼동이다. 지난해는 2015년이 아닌 2011년으로, 이 기사 내용을 그대로 실제 벌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여도, 2015년 9~10월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2011년 9~10월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A 뉴스의 기사 서두에 인용한 아래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스위스의 무슬림들이 스위스 국기를 바꾸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십자가가 무슬림에 공격적이며, 다문화 사회인 스위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점과 진행과정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안겨주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이와 같은 몇 단계의 인용과 재인용의 과정을 거치면서, 글쓴이의 의도와 무관할지라도, 사실이 다소 왜곡되고, 마치 지금 막 벌어지는 사건으로 오해할 여지를 안겨주는 것 같다.

김동문 목사, 인터서브 코리아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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