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느껴질 날을 기다리며
낯설게 느껴질 날을 기다리며
  • 유영
  • 승인 2016.01.24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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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어색하다'는 말로 한 주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길이 낯설어 어색합니다.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서울에서는 눈 감고도 다녔는데, 뉴욕에서는 아기처럼 누군가 태워주는 곳에서 타고 내려주는 곳에서 내리기만 합니다. 한 주를 보낸 사무실도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니 익숙해지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도 어색해 안타깝습니다. 한 주일 동안 한식만 먹었습니다. 분명 한식을 먹는데 한식을 먹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환경이 변해서 그렇겠지요. 햄버거만 잔뜩 먹을까 걱정하던 가족의 우려가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지리가 어색해 간식 먹으로 나가지도 못하니 당분간 살찔 일은 없겠습니다. 

교계 언론 기자로 돌아와 사건을 마주하는 일도 조금 어색합니다. 한국에서 교계 언론 기자 생활을 하다가 기독교 방송국 작가와 기독교 문화 전문지 인터뷰 기자로 살았습니다. 교회사와 선교, 문화 분야를 다루었습니다. 그렇게 교계 사건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다시 언론 기자로 지내려니 모든 것이 생소한 이등병이 된 기분이 듭니다. 

아직 어색한 날을 보내지만, 익숙한 것도 있습니다. 한인 교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내용입니다. <뉴스 M> 기자로 한 주일 동안 몇몇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는 물론 사건 당사자와 만나고 통화하며 한국에서 교계 기자로 일하면서 느꼈던 시절과 같은 심정이 들었습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일을 작게나마 도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자 생활을 다시 시작하려니 설렙니다. 더불어 미국에서의 삶과 한인 교계를 지켜보는 기자 일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어색해지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져, 교회답지 못하다 비판받는 소리가 어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지 않을 날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런 생각도 낯설게 느껴지기를 바라며 기다립니다. 

성경을 기록한 저자를 우리는 기자라고 부릅니다. 그렇기에 기자라고 밝힐 때 늘 조심스럽습니다. 역사와 신앙을 기록해야 할 임무가 무겁게 느껴지기 때입니다. 많은 분이 안 좋은 기사를 너무 많이 쓴다고 나무랍니다. 건강한 모습만 아니라 어지러운 모습도 우리 신앙이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국 한인 교회들의 역사와 신앙을 제대로 기록하고 보도하는 기자로 익숙해져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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