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도 공동체의 1/n인 교회
목사도 공동체의 1/n인 교회
  • 유영
  • 승인 2016.02.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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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구조가 교회에 더 유익하다"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교회와 운동을 뉴스 M이 찾아 소개하려고 한다. 기자가 예배나 모임에 참석하고 참관기와 공동체 인터뷰를 올리는 형식이다. 처음 찾은 교회는 뉴저지 Nutley에 있는 하늘뜻교회다. 한재경, 노용환 목사가 공동으로 목회하는 실험적 교회로 떼제와 침묵이 있는 예배로 모인다. - 편집자 주

교회는 공동체다. 많은 교회가 강조하는 가치이다. 교회 이름에서도 공동체는 흔히 볼 수 있다. 공동체 교회(Community Church)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교회가 늘었다. 예배 시간에도 공동체가 많이 강조된다. 설교자들도 교회가 공동체라는 사실을 주요하게 다룬다. 사회에서 공동체가 깨어졌다는 지적이 분분한 현실을 생각해 보면, 교회가 좋은 이슈를 잘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가 외치는 것만큼 공동체 경험이 잘되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동체를 강조하며 설교하는 목회자에게 공동체 경험이 교인들과 같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목회자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 중 한 명(one of us)이라는 경험이 가능할까 자문해야 한다. 목회자도 공동체의 1/n 경험이 가능한 교회 구조인지 모든 교인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 흔히 말하는 우리 중 한 명(one of us)이라는 교회적 경험이 목회자라는 특수한 상황의 교인에게도 가능할까. 하늘뜻교회는 목회자도 1/n이라는 공동체 경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뉴스M 유영

그런 의미에서 하늘뜻교회의 대답은 시원함을 준다. 공동목회자 한재경, 노용환 목사는 '목회자도 1/n의 공동체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목회자 생각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회에서 문서사역을 담당하는 최재성 집사(실명 공개를 거절하여 가명 사용)도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교회가 담아내고, 경험하는 모습이 이러한 대답의 이유를 보여준다. 동등한 입장에서 교회로 모이는 하늘뜻교회 사람들이 기자의 질문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하면 조금 설명이 된다.

목회자도 공동체 일원이 되기를 바라면 목회로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한재경 목사는 택배 일을 하고 있고, 노용환 목사는 현재 신학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서점에서 30시간 정도 일한다. 최 집사도 자기 일을 하는 평범한 교민이다. 이들이 하는 작은 실험, 공동체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공동목회를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 한재경 목사. 택배 일을 하고 있다. 한 목사는 "이 시대의 맘몬 신앙은 물질 반대에 있어야 할 교회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며, 약함을 인정하고 함께 맞서갈 수 있도록 구조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뉴스M 유영

한재경 (한) 목사 : 하늘뜻교회는 10년 이상 된 교회다. 오랜 기간 함께 예배하면서 우리 큰 질문이 있었다. '교회 개혁이라는 가치로 다른 교회와 비교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짜 우리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의 예배와 연합이다. '약함'에서 우리의 함께함이 시작한 것이다.
 
노용환 (노) 목사 : 공동목회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공동목회를 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목회했다. 그 기간 계속해서 공동체의 1/n이 되어 함께 교회를 이루고 싶었다. 한 명이 끌고 가는 목회, 교회 현실이 아쉬웠다. 1년 전에 부교역자 생활을 마치고, 하늘뜻교회에 참여했다. 방향을 잘 찾았다고 생각한다. 

- 담임목사가 없다는 사실에 주변 사람들이 우려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재성 (최) 집사 : 평등한 관계가 공동체에 더 크게 이바지한다고 본다. 담임목사 중심의 교회에서는 목회자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주입된다. 목회자 한 명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다. 현대 교인들은 생각 폭이 넓어졌는데, 사고의 주입은 강도질하는 것과 같다. 물론 조금 앞서서 지도한다는 취지는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중요한 건 함께 신앙의 본질을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과 노력이 목회자에게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목사 : 모두가 공동체 일원으로 인식하는 교회를 함께 이뤄가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교회는 목회자가 일방적으로 말하던 수동적인 관계를 이뤄왔다. 목회자와 평신도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일반적이었던 탓이다. 우리는 인식 변화의 시기를 경험하는 시대를 산다.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동체 인식을 다르게 하는 교인이 늘고 있다. 평등한 공동체가 실제로 이뤄지는 교회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 좋은 토대를 다지기 위해 한인 교회에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 노용환 목사. 신학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으며, 한 주 30시간 정도 서점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 그는 "진정한 공동체 교회에서 목회자도 설교 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뉴스M 유영

최 집사 :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예수가 누구냐 물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조금 배웠다고 하면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기가 생활하고 부딪히는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위기가 왔을 때 자기 신앙이 제대로 작동한다. 지금 많은 교회는 이러한 고민을 할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다. 

목회자들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교인들이 고민할 공간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그냥 믿는다고 말하는 뒷면에 무엇이 있나 보지 못한다. 특히 이민 교회 교인들은 급조되고 목회자 한 명에게 심어진 신앙이 아닐까 고민해야 한다. 잘 믿기지 않는 내용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노 목사 : 목회자는 설교를 잘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담임목사든 부목사든 설교에 대해 과잉 착취당하는 경향이 있다. 매우 많은 설교를 해야 하는 시스템 문제라고 본다. 목회자도 공동체 일원으로 지내고, 삶의 현장을 지내면 이런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신학을 지닌 공동체 일원이 번갈아가며 설교한다면 설교 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동체의 일원은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느낀다. 수도자의 자세로 자기 현장을 살아가면 메시지를 쥐어짤 필요가 없다. 풍성하게 나눌 수 있다. 

한 목사 : 연합하고 연대해야 한다. 한인 교회는 토대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맘몬 신앙은 물질 반대에 있어야 할 교회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약함을 인정하고 함께 맞서갈 수 있도록 구조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합, 연대는 약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노용환 목사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 나라에 심기도록 같은 모판에 모이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찬은 우리를 하나로 모일 수 있게 한다. 신학이 달라도 성찬을 통해서는 하나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 성찬을 나누며 연합할 교회가 함께 모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 단기 목표가 있다면? 

   
▲ 최재성 집사(가명). 최 집사는 "목회자 한 명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강도질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평등한 관계가 공동체에 더 크게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뉴스M 유영

한 목사 : 작은 교회들이 하나님 나라 틀 안에서 모여서 예배하고, 성찬을 나누고, 교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같은 모판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매주 모일 수 없다면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이라도 모이면 좋겠다. 

노 목사 : 이번에 교회에서 시작한 문서 사역을 잘 세워가기를 원한다. 여러 계획이 있다. 하늘뜻교회 사역을 정형화하는 문서 작업도 포함한다. 뜻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는 교회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무엇인가 보여 주며 설명할 문서가 없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할 때 정형화된 결과물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최 집사 : 가치 재정을 사용할 곳을 잘 찾아서 선교해 나가면 좋겠다. 지금도 여러 곳에 필요한 때 나누었지만, 장기 프로젝트로 함께할 곳도 찾아가야 한다. 예배 공동체이면서 사역 공동체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해야 교회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뜻교회는 교회 헌금을 교회 재정과 가치 재정으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교회 재정은 교회를 유지해 나갈 생계비용이다. 가치 재정은 교회가 교회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재정이다.)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유지되는 목사 중심 교회 형식에서 벗어나려는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평신도에게도 설교권이 주어지는 일은 지금의 교회 인식에서 어떠한 결과가 있을지 모른다. 떼제 찬양과 성찬을 도입한 것도 1년이 조금 넘었다. 앞으로 더 많은 교회와 연합하여 이루려는 가치도 어떤 결과를 이룰지 예상만 할 뿐이다. 그래도 현대 교회가 공동체성을 유지하며, 교회다움을 모색하는 일은 계속 시도되어야 한다. 우리가 약한 존재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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