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역사 전쟁 의도는 바로 '영구집권'"
"박근혜 역사 전쟁 의도는 바로 '영구집권'"
  • 편집부
  • 승인 2016.02.1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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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 5대 도시 강연 나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 전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미국을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워싱턴D.C., 뉴욕 다섯 개 도시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UCLA, USC, 조지워싱턴대학, 뉴욕대학 등 학자 및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홍구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한홍구 교수 ©<뉴스 M>

-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됐나?
"한인 시민단체 초청이 있었다. 그래서 오는 김에 대학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또한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을 위한 후원 사업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 가는 곳마다 반응이 뜨겁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에 10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의 통일 운동가들과 교류한 적이 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한국 현대사에 대해 울컥해 하는 반응들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 로스앤젤레스 강연(2월 6일) 당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선생님 제자'라면서 인사를 하더라. 자세한 이야기를 해달라.
"1990년대 초 시애틀에서 공부하면서 스탠포드 대학에 연구 차 왔을 때 버클리 한인 학생들과 스터디 모임을 했다. 그때 버클리 분위기는 마치 1980년대 신림동 분위기와 같았다. 열정들도 대단해서 직장인들 퇴근을 고려해서 오후 9시께 모이면 새벽 1~2시까지 토론하고 공부했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돼 기뻤다."

"지금 정부는 국민에게 '무기력'을 주입하고 있다"

- 역사 전쟁에 몰두하는 박근혜 정권의 의도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나는 수구 세력의 영구 집권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진보 진영으로 넘어 갔던 10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다시는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역사 전쟁에 숨어 있다. 그들은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주입하고 조직된 패배주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들도록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지 못하게, 숙명처럼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 젊은 세력들은 이런 기획을 파악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 선생님은 한국 현대사를 통해 지금 사회의 모순의 원인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모순이 노론의 기득권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학자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론에서부터 이어지는 기득권 세력을 한 번도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핵심 집권 세력을 '노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일종의 허수아비 싸움이다. 박정희도, 이명박도 오히려 남인 계열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한국 보수세력은 철저한 자기 변신으로 자기를 도려내는 한이 있어도 집권을 연장했다. 이재오와 김문수는 운동권 출신으로 그들과 섞이기 어려운 존재였지만 그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김영삼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적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어준 셈이다. 보수는 집권 연장을 위해 이렇게까지 변신한다. 그러기에 이 세력을 전체적으로 '노론'이라고 보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

- '역사 전쟁'은 현대사를 축소하고 상고사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일부 상고 사학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도 무슨 의도가 있는가?
"노론 논쟁처럼 상고사 논쟁도 허수아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회 갈등과 모순의 원인이 거기에 있지 않은데 허깨비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 신채호 선생은 '식민지배'라는 실제와 싸우지 않았는가?
"나 역시 신채호 선생을 존경하지만 주장의 내용보다 그분이 지녔던 시대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단군 할아버지 후손으로 반상의 구별이 없다는 주장은 요즘으로 치자면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주장이다. 일제 강점이 시작될 때 단군을 통해 민족의 자존감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당시로서는 저항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군의 피를 물려 받은 한민족이라는 주장은 지금 사회에서는 '폭력적'이다. 이주 노동자들을 비롯한 해외 이주민들이 이미 한국인이 된 경우가 많은데 단군의 후손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상고사나 노론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비겁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지금 역사 전쟁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 결국 현대사는 현실 세계의 모순을 찾아내자는 이야기인가?
"모든 사회 문제는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매듭이 시작된 곳을 찾아 풀거나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온다. 그것이 현대사의 중요성이다."

   
▲ 한홍구 교수가 지난 6일 LA 평화의 교회에서 130 정도가 참석한 가운데 강연하고 있다 ©<뉴스 M>

"제 살까지 도려내는 수구세력... 그들을 우습게 보지 말라"

- 선생님은 실천적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한국 정치를 전망해 달라.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보수세력의 기득권 유지 욕망을 너무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그들은 제 살을 도려내면서까지 기득권을 유지한다. 진보 세력에게는 그런 치열함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총선의 전망은 어렵다고 보지만 대선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튼 지켜 보자."

- 마지막으로 미주 한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고국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강연에 집중하는 일은 고맙다. 동시에 미주 한인으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김성 대사(전 주한 미 대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주한 대사에 임명한 일은 미국 주류 정치계의 일천한 한국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 달라.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부탁이 있다.  반헌법 행위자 열전에 올라갈 법한 인물들이 미국에 많이 숨어 있다. 그들을 색출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

정리: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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