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신학교의 선택은 ‘비지니스’?
풀러신학교의 선택은 ‘비지니스’?
  • 양재영
  • 승인 2016.03.1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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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풀러신학교 사태에 대한 한인신학교 관계자의 분석
   
▲ 풀러신학교

지난 2월 3일 두 개의 한국어 과정(한인목회학박사과정, 선교대학원 한국학부)에 대한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촉발된 풀러신학교 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풀러신학교 측은 오는 18일자로 한인목회학박사과정(KDMin)과 선교대학원 한국학부(SISKS) 교수 및 직원 6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래버튼 총장과 한국어과정 교수및 학생대표들은 수차례 해결점을 찾기 위한 만남을 가졌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학교 측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코리안 센터 출범이 “한국교회를 더 잘 섬기기 위한 일환으로 심도 있는 검토와 계획을 통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즉, 온전한 코리안 센터 운영을 위해 이번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신학대학원 조엘 그린 원장은 지난 7일 보낸 메일을 통해 해고대상 6명 중 5명에게 3개월 고용 연장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어과정, 특히 KDMin 측의 학생대표들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대표들은 “(이번 구조조정은) 한인 교수,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결정이다”라며 △‘구조조정에 대상자 6명에 대한 해고무효’, △‘코리안 센터 출범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한인커뮤니티에 대한 학교 측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풀러 사태를 바라보는 한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풀러신학교 측이 한인 커뮤니티를 무시한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풀러 졸업생임을 밝힌 한 목회자는 “한때 풀러에서 공부했음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지만, 이번 사태 진행과정을 보면서 한인커뮤니티를 바라보는 풀러의 시각이 전혀 성경적이지도, 신학적이지도 않음을 보면서 수치스러움까지 느끼게 되었다”고 밝혔다.

목회상담과 가정사역을 강의하는 엄예선 교수는 이번 구조조정이 ‘한인 커뮤니티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 교수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번 구조조정이“목회학 박사과정과 선교대학원 한국어학부 사이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많은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심한 모욕감과 상처를 입었으며, 풀러의 명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고, 심지어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전면적인 조정을 요구했다.

“한국어 과정들 간의 공조 없어”

한편, 남가주 한인신학교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풀러신학교 사태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한인 신학생 감소라는 재정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신학교 총장 등 리더십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기부금 모금 등의 재정에 대한 책임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비지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한국어 과정이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과도한 구조조정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 “비록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그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미국 신학교를 향한 사대적 보은(報恩)의식이 키워낸 부작용이다. 그동안 한인교회에 의지해왔던 많은 미국 신학교들이 최근 한인학생의 감소에 대한 책임을 한국어과정에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풀러신학교 내에 존재하는 두 개의 한국어과정 사이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이번 사태를 풀러신학교 내부의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를 포함한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피해가 덜 한 쪽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학교 측은 파이가 큰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KDMin에 대한 가혹한 구조조정을 정치적, 비지니스적으로 바라보니 같은 한인들끼리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에 한국어 박사과정 등이 필요한가?’, ‘한인신학교가 무분별하게 박사를 남발하는 것 아닌가?’라는 일부의 냉소적 시각에 대해서는 “획일적으로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가주에만 한인인구가 50만에 달한다. 서류미비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한, 캘리포니아에 1,300개에 달하는 한인교회가 있다. 매년 문제를 일으키는 무인가 신학교들의 난립 속에 목회자의 재교육을 담당할 공신력있는 한국어과정 신학교의 필요성은 분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목회자들에게 목회학석사(M.div)과정 만으론 변화하는 시대를 이끌어 가기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목회자들이 ‘학문’에서 뛰어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모두가 신학박사(Ph.D)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목회자의 실용적, 전문성 양성을 위한 목회학박사(D. Min)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병원으로 보면 목회학박사과정은 전문의 양성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교회에 레지던트들만 넘친다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풀러 사태를 '미국 내 한인 신학교에서 발생한 남의 일'이라는 냉소적 시각을 버리고 미국 신학교와 한국 교회와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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