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가 찾는 영광, 다단계에 있나?
한인 교회가 찾는 영광, 다단계에 있나?
  • 유영
  • 승인 2016.03.24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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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한인 교회가 다단계 회사를 대하는 태도를 취재하며 (1)
뉴욕에 와서 가장 먼저 접한 제보가 있었습니다. 한인 교회에서 다시 다단계가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다단계 사업의 천국 미국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취재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독자들의 제보를 요청하려고 합니다. 이번 취재 수첩은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먼저 다단계 회사와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를 설명하고 최근 미주에서 세를 확장하며 교인들이 판매업자로 많이 활동한다는 애터미의 구원파 연관 의혹을 알아봅니다. 다음 글은 다단계 회사가 말하는 부와 기독교 윤리에 비춰본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다루겠습니다. <편집자 주>

"작은 목회로는 수입이 늘 불안정하잖아. 이 사업이 잘 정착하면 평생소원인 선교에만 집중하면서 사역하려고 해." 

처음에는 최 아무개 목사도 이 말을 그냥 받아들이려고 했다. 호형호제하던 절친한 사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터다. 다단계로 하나님의 영광을 구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함께 나누던 사이 아니던가.

형처럼 느껴졌던 같은 교단 박 아무개 목사와 멀어지는 일이 이 말에서 시작할 줄은 몰랐다. 만날 때마다 다단계 교육 모임에 함께 나가자고 하는 말이 목구멍 가시처럼 끝내 넘어가지 않았다. 젊은이들을 향한 열정과 영어권 설교를 할 정도로 실력 좋은 목사였던 그가 왜 그렇게 다단계에 빠져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박 아무개 목사가 권하던 다단계 회사 애터미를 인터넷에서 접했다. 구원파와 연관된 기업이라는 의혹이 많이 올라왔다. 한인들이 모이는 사이트에는 애터미와 이단이 관련했는지 질문이 넘쳤다. 확인할 길이 없어 결국 <뉴스 M>에 제보하고 확인을 요청했다. 

기자가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네트워크 마케팅 때문에 교회에 나가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다. 교회에 나가면 사모님, 장로님이 다단계 보험에 들라고 권유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한인들이 교회에 많이 모이다 보니, 교회가 자연스럽게 다단계 영업장이 되는 모습이다. 

앞으로 교회 내 다단계 피해 사례를 수집해, 심층 취재해 보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진행하기에 앞서 몇 가지를 짚고 가도록 하겠다. 먼저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를 설명하고, 한인 교회에서 거래가 활발하다고 알려진 애터미와 이단 관련 의혹을 알아보자.

   
▲ 한 네트워크 마케팅 판매자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한 자리에서 진행할 수 없어서 전국 호텔 몇 개를 빌려 생중계로 모임을 진행한다.

네트워크 마케팅과 다단계

한국에서 다단계와 피라미드로 알려진 판매 방식이 최근에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미주 한인들에게는 처음부터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로 알려져 차이점을 모르는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이가 헷갈린다. 차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다단계와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용어부터 먼저 살펴보자.

피라미드, 다단계, 네트워크 마케팅은 유사한 구조의 영업 방식이다. 전통적 방문 판매 제도 외에 인적 관계를 통한 구조적 판매 방식을 사람들은 피라미드라고 불렀다. 지난 1991년, 처음 등장한 피라미드를 설명하면서 언론은 다단계 형식의 판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다 암웨이 등 미국 유명 다단계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용어 순화를 위해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는 다단계 회사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다단계 회사는 잘 팔리지 않는 옥 장판이나 고가의 제품을 무리해서 강매하고 하위 판매원 확보를 의무적으로 규정한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는 생활용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더불어 법이 규정한 가입비, 하위 판매원 확보 의무, 재고 부담 등이 없는 합법한 기업 운영을 강조하기도 한다. 

   
▲ 대표적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암웨이와 애터미 후원수당 지급 도표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도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하부 조직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하부 조직을 만들어서 지속해서 물건을 팔면 자신이 일하지 않아도 적절한 수입이 생기는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1인당 수당 지급액을 보면 확실해진다. 상위와 하위 구조의 수당 지급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피라미드 구조로 판매망을 구축하는 일이 물건을 파는 행위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온다는 의미다.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은 보통 교회로 나오라고 전도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열리는 설명회에 먼저 사람을 초대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설명회에 참석한다. 집회의 묘미는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에 먼저 뛰어든 사람들의 간증을 듣는 것이다. 이제 막 네트워크 마케팅에 뛰어들어 큰 뜻을 펼치길 원하는 사람, 상위 등급이 되어 성공한 사람, 남녀노소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감동과 희망을 주는 사례를 쏟아낸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조금 더 다루도록 하겠다.)



애터미, 구원파 논란

애터미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대표적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다. 짧은 시간 LA, 뉴욕 등 주요 도시들에 뿌리내려 많은 한인 교회 교인이 애터미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애터미 사업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교인도 많다. 앞서 이야기한 한 목사도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애터미로 재정에서 자유로워지고, 이 재정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사역을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많은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 중 애터미를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9년 애터미를 설립한 박한길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유병언의 구원파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애터미와 구원파 관련 문제로 큰 파장이 있었다. 이단 전문지 <현대종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애터미가 구원파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문의하는 비율이 신천지 다음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애터미와 구원파의 의혹은 말씀사랑선교회라는 단체와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말씀사랑선교회는 오대양 사건에서부터 이름을 알린 손영수 목사가 대표로 있는 유병언 계열 구원파 단체다. 현재는 분당 아하바침례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박한길 회장이 출석했던 교회가 바로 말씀사랑선교회다. 손영수 목사와 박 회장은 구원파에서부터 알던 사이였다. 박 회장은 유병언 계열 구원파 교회에서 20여 년간 신앙생활을 했고, 구원파가 운영한 다단계 회사 SL에서 칫솔, 시티폰, 콜마가 제조한 화장품을 판매했다. 

구원파와의 관계, 잘 정리되었나?

애터미 판매자들이 말씀사랑선교회에 출석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구원파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더불어 세월호 사고로 구원파 관련 기업들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애터미도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애터미는 공식적 관계를 부정했다. 그저 정황만 있을 뿐이다. 

한국의 기독교 매체 <기독교포털뉴스>에 애터미 상위 판매자가 말씀사랑선교회에서 여는 사경회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인 지난 2013년에 진행한 말씀사랑선교회 사경회에는 애터미 사업자와 가족들 1500명이 참여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런 자리에 항상 함께했다.

   
▲ 박한길 회장이 애터미 판매자들과 말씀사랑선교회 사경회에 참석했다며 감사함을 표시한 한 애터미 판매자의 블로그. (<기독교포탈뉴스> 갈무리)

현재 박한길 회장과 관련한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박 회장은 구원파 교리와 지도자들의 잘못된 신앙을 지적하며 관계를 부정했고, 지금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합 측에 속한 교회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말씀사랑선교회 손 목사가 다른 구원파 지도자들과 다를 바 없는 교리를 펼쳐서 더는 함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몇 부분에서 남았다. 애터미 관계자는 "말씀사랑선교회에서 운영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박 회장과 많은 리더가 말씀사랑선교회에 출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터미 대주주들이 말씀사랑선교회 출신 인사들이고, 손 목사도 그중 한 명이라는 의혹이 있다. 구원파 유병언 회장은 '회사가 곧 교회'라고 강조했다. 애터미도 이런 가르침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의문이다. 

애터미 박한길 회장

박 회장은 20여 년간 구원파에 속해 있었고, 탈퇴 후에도 말씀사랑선교회에 속해 계속 구원파와 관계를 맺어왔다. 구원파를 나와 잠시 김진홍 목사의 두레교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 시기 김 목사는 다단계 판매 사업을 시작했고, 교계와 언론은 개신교 주요 인사가 다단계 사업을 한다며 비판했다. 

사업은 잘 이뤄지지 않았고, 박 회장은 두레교회가 다단계 사업을 종료하면서 교회를 나왔다. 이후 말씀사랑선교회로 들어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원파와의 관계가 얼마나 정리되었고, 사업과 교회가 얼마나 분리되었는지 조금 더 밝혀져야 한다. 

현재 출석하는 교회가 속한 교단도 많은 확인이 필요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합 측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교단 연혁에 2014년 2월, 예수교한국복음침례회와 통합했다고 나온다. 침례회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인정하는 정통 침례교단은 기독교한국침례회 외에는 없다. 더불어 복음침례회라는 교단명은 구원파에서 주로 사용하는 교단명이다. 교단 관계자가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다. 추가 취재 후 이 부분도 설명해 나갈 예정이다. 

<뉴스 M>은 교회 교인들의 다단계 사업으로 피해를 보셨거나, 공동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사이트 제보 게시판이나 neovocalist@gmail.com로 제보 내용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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