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평생소원 다단계가 풀어줄까?
기독교인의 평생소원 다단계가 풀어줄까?
  • 유영
  • 승인 2016.03.2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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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목적이 수단을 정당하게 해 주는 신앙
뉴욕에 와서 가장 먼저 접한 제보가 있었습니다. 한인 교회에서 다시 다단계가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다단계 사업의 천국 미국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취재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독자들의 제보를 요청하려고 합니다. 이번 취재 수첩은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다단계 회사와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를 설명하고 최근 미주에서 세를 확장하며 교인들이 판매업자로 많이 활동한다는 애터미의 구원파 연관 의혹을 알아본 지난 글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다단계 회사가 말하는 소득의 허와 실, 기독교 윤리에 비춰본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다루겠습니다. <편집자 주>

불로소득은 기독교인이 지양해야 할 가장 부정적인 경제 가치다. 특히 하나님 나라 확장을 이야기하는 신앙인이라면 불로소득은 성경적 가치와 어긋나는 경제 개념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예수원 대천덕 신부는 "불로소득은 성경에 어긋나는 도둑질과 같다"고 강조하며, 기독교인은 경제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다단계 판매,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은 판매자가 불로소득을 목표로 삼게 핵심 가치를 주입한다. 네트워크 마케팅 교육에 참여하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 "네게 한 달에 천만 원씩 그것도 3대에 걸쳐 상속까지 되어가면서 들어온다면 뭘 하고 싶냐?" 그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풍족한 삶을 누리는 3대를 상상한다.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시작해서 풍족한 돈을 벌려면 결국 하위 판매원을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받는 후원수당이 늘어나야 3대에 걸쳐 1000만 원씩 돈이 들어오는 꿈이 현실이 된다. 결국, 물건을 파는 행위보다 사람을 확충해 상위 계층에 올라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직급을 목표로 일하겠다는 목표로 일하게 된다. 불로소득이 다단계의 최종 목표라는 의미다. 

고숙익을 올리기 위한 다단계 구조.

물론 이러한 주장에 반론도 있다. 한 판매업자는 "하위 구조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판매자로 동참하게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동기부여에 많은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단계 회사도 잘 알아보면 어려운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판매업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보다 내 사업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점포로 일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인 판매업을 시작하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돈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든다. 문제는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설명회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반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다단계 회사가 강조하는 판매 구조와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교회에서의 다단계 사업을 다루려고 한다. 

다단계, 평생 숙원 풀어줄 사업 될까?

미국의 대표적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암웨이와 한국에서 시작해 급성장한 애터미의 1년 평균 후원 수당 금액.

많은 교인이 신앙과 성공을 모두 거머쥐기 위해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시작한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도표에도 나오듯 1% 최상위 판매자와 하위 판매자의 수당 격차가 엄청나다. 다단계가 마음에 걸려 안 하면 모를까, 부업 이상의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회사 설명회에서 잘 확인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에서 말하는 이론을 살펴볼 기본 자료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7월 발표하는 다단계 회사 정보다. 지난 2015년 7월 자료를 보면 애터미의 2014년 매출액은 5150억 원이었다. 후원수당은 1780억 원을 지급했다. 매출액 30% 이상이 수당으로 나간 것이다.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은 17만 명에 이른다. 판매회원 200만 명 중 10% 정도가 후원수당을 받는다. 

1780억 원이라는 후원수당 전체 액수가 크다 보니 판매자가 혼동하기 쉽다. 1년 동안 1780억 원을 17만 명에게 나눠주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1년에 105만 원을 받는다. 이 금액도 평균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전체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자 중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판매자는 1년에 6000만 원가량 받고, 60~100% 사이에 있는 판매자들을 연간 3만 5천 원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5년에 발표한 다단계 회사 2014년 후원수당 지급 평균 내역.

기본 정보만 본다면 시급 6000원을 받고 하루 1시간 아르바이트를 해도 평균 후원수당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모든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 설명회에 나가서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사업자가 있다면 17만 명 중 1000명 안에 들어가는 상위 판매자다. 정말 극소수만 이런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설명회에서 듣는 이야기의 맹점은 네트워크 마케팅이 무한한 성장 구조로 설명된다는 점이다. 세상에 무한한 성장 구조는 이론에만 존재한다. 실물 경제학에서 무한한 성장 구조는 인구 팽창의 한계로 존재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계속해서 하부 판매자를 확충해 내가 상부 판매자가 되는 일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무한한 팽창은 가능하지 않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업체가 경쟁한다. 무한 경쟁하는 유한한 인구 환경에서 무한한 팽창 구조 논리가 가능할지 잘 생각해 보고 판단해야 한다. 

목회자 내세우는 다단계 사기

개척 교회 목회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는 이러한 유혹에 교회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다단계 회사는 개척 교회 목회자를 사업 설명회에 내세웠고, 교인들은 목회자를 돕우면서 쉽게 평생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갔다.

지난 2012년, 한국에서 개척 교회의 어려운 목회자들 환경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가 드러났다. 경찰이 발표한 사기 금액은 14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사기 업체의 설명은 이렇다. 1인 기업 창업 자금 명목으로 계좌당 33만 원부터 550만 원만 투자하면 매달 평균 18만 원가량을 평생 보장한다. '인터넷 광고만 누르면 돈을 벌 수 있다'며, 4만여 명에게 1년간 14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가 노린 곳은 개척 교회였다. 투자자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교회 교인이었다. 교인들이 이 업체의 사업 설명을 믿은 건 바로 교회 목회자가 사업 설명을 한 탓이다. 생활이 어려운 개척 교회 목회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공범이 되도록 했다. 업체는 목회자들에게 사무실 임대료도 내주고,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겠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를 이야기하다가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다단계 회사는 암웨이나 애터미만 있는 게 아니다. 사기 아니면 사기에 가까운 다단계 업종도 넘쳐난다. 이들은 모두 쉽게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 계정만 만들면 돈이 들어온다는 다단계도 유행했다. 홈페이지로 다단계 사업을 하는 사람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들리는 발언도 한다. 댓글을 보면 조금 더 재미있다. 한 애터미 판매자가 '사기꾼'이라고 일침을 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본 다른 누리꾼이 '누가 누구한테 사기꾼이래'라는 답글을 남겼다. 

미국에서 유행한 홈페이지 개설로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 다단계 판매자의 유투브 영상에 달린 댓글. 애터미 판매자가 사기꾼이라고 댓글에서 평가하자 다른 누리꾼이 조롱하듯 반박한다. 유투브는 '18불의 기적'이라는 이 영상이다.

지금 이야기한 다단계 구조가 사기처럼 느껴진다면 판매하는 물건만 빼고, 자신이 속한 다단계 회사의 구조와 잘 비교해 보면 된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설명하는 수입 구조가 결국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점은 이러한 사례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목회자를 돕는다는 마음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점이 다단계 사업으로 사람들이 투자하게 하는 주요한 방법이다. 

기독교 윤리와 네트워크 마케팅

기독교에서 네트워크 마케팅, 다단계 사업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이유는 간단한다. 앞서 말한 비기독교적 경제 윤리라고 볼 수 있는 불로소득과 다단계가 깊은 관계가 있는 탓이다. 더불어 공동체를 강조하는 교회에서 과도한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이 해가 될 가능성이 너무 농후하다. 섬기고 사랑하는 관계를 돈이 주도하는 관계로 전락하게 한다. 먼저 불로소득부터 생각해 보자. 

다단계 판매는 하부 판매라인에서 일어나는 거래가 상위 판매원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게끔 설계되어 있다. 상위 판매자는 하부 판매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매출 가운데 일정 부분을 앉아서 가져간다. 이런 불로소득으로 많은 돈을 챙기는 사람들이 사업 설명회에 나가 얼마를 번다고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다시 하부 구조로 끌어들인다. 이런 행위로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설계된 수익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 구조로 돈을 번 사람에게 설명을 듣고 빠져들 수 있다. 이러한 불로소득을 꿈꾸게 하는 걸 '사행심'이라고 한다. 사행심을 도박에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뜻한다. 상위구조로 가서 불로소득으로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사행심이 심해지면 하부라인에 있는 판매자들에게 소비를 강요하고, 판매망 구축을 독촉하게 된다. 

한국에서 유행한 이동전화 개통 다단계 회사의 자료. 다단계 회사들은 보통 하부라인을 구축해 고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교인들이 이러한 사업 구조와 상하부라인으로 얽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소비를 강제하고, 판매를 강박하는 웃음과 대화가 주를 이룬다면 공동체는 어떻게 될까. 유명 한인 사이트의 질문, 상담 게시판을 검색해 보면 이런 일이 상상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권사님, 장로님의 판매 유도가 부담스러워 교회 나가기가 힘들다는 글이 의외로 많다. 

하나님 영광을 위한 다단계 사업?!

아시아경제윤리연구소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과)는 기독교윤리에 부합한 경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독교윤리는 생태계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적정 생산과 적정 소비가 거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명체 사이의 공생관계를 살리면서 경제활동을 통하여 자족의 경제를 구축하라는 성서의 가르침(창세 1:26-2:4a)은 암세포의 무한증식 같은 소비의 무한 확장을 전제하는 다단계 판매를 인정할 수 없다."

무한한 투자와 무한한 소비는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교회는 강조한다. 무한한 일은 오직 하나님만 할 수 있다.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다단계란 기독교 윤리적으로 가능한지 기독교인이라면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터넷 시대를 내세우며 다단게 판매를 무한히 넓힐 수 있다고 설명하는 한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교육 자료. 무한한 소비 경제가 가능하지도 의문이지만, 기독교이라면 무한한 소비를 부추기는 논리가 정당한지도 기독교윤리에 비추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독교인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일이란 여전히 성공과 선교로 함축되는 경우가 많다. 10여 년 전, 다단계 사업으로 성공한 한 목회자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암웨이 다이아몬드 회원인 그는 다단계 판매로 전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단계 판매를 통해 교회의 인적 네크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제적인 성공으로 타인을 돕고, 전도할 수 있어서 다단계를 추천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 교회를 시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김홍섭 교수(인천대 경영학)는 이렇게 지적한다.

"교회는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속회(구역회, 순모임) 등 다양한 공공집회가 있다. 이런 모임이 본래 목적과 달리 다단계 마케팅 교육이나 상품 설명, 사업설명회 등으로 왜곡된다는 사례가 계속 들린다. 

교회는 코이노니아를 통해 성도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서로 돕고 섬기는 공동체다.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이 등한시되고 개인의 이익과 경제적 욕구 충족이 우선한다면, 교회 공동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뉴스 M>은 교회 교인들의 다단계 사업으로 피해를 보셨거나, 공동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사이트 제보 게시판이나 neovocalist@gmail.com로 제보 내용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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