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람 급진세력, 기독교인 대상 폭탄 테러
파키스탄 이슬람 급진세력, 기독교인 대상 폭탄 테러
  • 경소영
  • 승인 2016.03.3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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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기독교인, 공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7일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의 라호르 공원에서 기독교인을 공격하기 위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가 일어난 공원은 6700㎡(약 2030평) 규모의 대형 공원으로 부활절 행사에 참석하려는 이들로 평소보다 더욱 붐볐다. 이번 테러로 73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 ‘자마툴아흐랄’은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 밝히고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인들을 노렸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인구 약 1억 9700만 명 가운데 97%가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인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쳐도 1.6%에 불과하다. 테러 현장에도 당연히 무슬림이 훨씬 많았다. 소수 기독교인을 제거하기 위해 무슬림을 함께 희생시키는 모순적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실 그동안 파키스탄 내 기독교 신자들은 자녀를 학교나 교회에 보내는 것조차 불안해할 만큼 공격에 자주 노출돼 왔다. 2002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에 수류탄이 떨어져 4명이 사망했다. 2009년에는 펀자브 주 동부 기독교인 밀집 지역에 방화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불에 타고 기독교인 6명이 숨진 바 있다. 지난 해 4월에는 14세의 기독교인 소년이 무슬림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불에 태워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종교를 악용한 테러 규탄

이슬람 급진 세력은 대부분 왜곡된 인식 때문에 기독교인을 공격한다. 기독교인이 이슬람의 신성을 모독한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급진적 무슬림에게 신성 모독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범죄로 기독교인을 공격하는 주된 이유가 되어왔다. 그동안 이들은 기독교인이 파키스탄 내 이슬람 기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기독교 여자 아이들을 협박해 이 같은 내용의 대화를 녹음한 뒤 유포하는 등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도 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는 기독교인을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분파끼리 싸우다가도 기독교인들을 공격할 때는 단결할 정도다. 서방에 적대적인 이들은 기독교인이 서방국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키스탄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는 것을 기독교인이 방해한다고 여긴다. 

가족이 상처 입은 어린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모습

부활절을 피로 물들인 이번 테러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여 공분을 사고 있다. 폭발로 크게 다친 딸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온 한 여성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공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를 공격할 수가 있나. 신이 테러범들을 분노로 벌하기를 바란다”며 오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어 능력도 없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비겁하고 증오에 찬 공격을 했다. 증오로 가득 찬 폭력과 살인은 고통과 파괴만 수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의 테러는 종교적 이유보다 정치적 이유가 크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은 파키스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보고 파키스탄에 이슬람주의에 입각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자마툴아흐랄은 테러 직후 “우리가 라호르에 입성했다는 사실을 나와즈 샤리프(파키스탄 총리)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정치적인 진흙탕 싸움에 종교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독교인 뿐 아니라 많은 무슬림이 희생된 이번 테러가 ‘기독교인 제거’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이슬람 테러집단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테러 경쟁’이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파키스탄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파키스탄탈레반(TTP)는 물론이고 IS와 알카에다 등이 계속 테러를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소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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