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성 범죄에 빛을 비춰야 할 때
목회자 성 범죄에 빛을 비춰야 할 때
  • 유영
  • 승인 2016.04.14 06: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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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본 목회자 성범죄와 교회의 은폐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성범죄와 교회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범죄 은폐를 다뤘다. 보스턴 지역 신문인 <보스턴글로브>가 2002년 실제로 보도한 사건과 취재팀의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다. 가톨릭교회가 사회 주류인 보스턴에서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범죄와 교회의 조직적 사건 은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내용은 이렇다. <보스턴글로브> 스포트라이트(탐사보도) 팀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사제 한 명이 저지른 범죄를 다룬 칼럼이 시작이었다. 9명을 거쳐 70명까지 확대되는 가해 사제들을 확인하며, 취재팀과 신문사는 충격에 휩싸인다. 법적 기록은 남기지 않고 교회와 피해자가 합의하도록 유력한 변호사들이 중재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숨겨진 이야기를 들춰내고, 범죄에 침묵했던 사람들을 깨운다. 이들이 들춰낸 이야기는 주류 사회와 손잡은 가톨릭교회가 숨기려고 했던 사제가 아동에게 저지른 성범죄와 교회가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었다.

영화는 가톨릭교회가 범죄를 은폐하는 일에 보스턴 전체가 동참했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 아이를 학대하는 일에도 마을이 필요하다." 피해자 변호사의 말이다. 심지어 <보스턴글로브>가 그동안 사건을 외면했다는 내용에서 기자들은 시쳇말로 '멘붕'을 경험한다. 피해자와 변호사가 <보스턴글로브>에 자료를 보내 취재를 요청했지만, 기자들은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한다.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성범죄는 한 사람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이뤄진 뿌리 깊은 나무였다. 주류 사회는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는 눈 밖에 두었다. 사제들의 성범죄로 정신이상을 경험하고,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아직 살아있는 피해자들은 스스로 생존자라고 불렀다.) 불안함을 늘 안고 살아야 하는 이들이 보이는 예민한 반응에 피해자들은 더 밀려났다. 이들의 주장은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목회자 성범죄를 대하는 한인 교회의 태도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성범죄와 은폐는 현재 진행형 사건이다. 미국만 아니라 세계 각 곳에서 집단적 범죄와 조직적 은폐를 두고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개신교에서도 이러한 성범죄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인 교회에서 일어나는 목회자 관련 성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인 사회가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성,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탓이다. 교회가 눈감으면 사회적으로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개신교회는 무수한 성 문제를 눈감아 왔다. 최근 일어난 E 교회 L 목사의 성 추문만 해도 그렇다. 뉴욕 교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파다한 소문이 돌았다. 오히려 왜 보도하지 않는지 물어오는 사람이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교회에서 이 사건은 조용히 지나가는 중이다. L 목사가 이전에 성폭행 혐의로 법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L 목사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고, 피해 여성은 정신이상으로 매도됐다. 

목회자가 성범죄를 일으키면 주변 사람들은 혀만 찰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 교회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E 교회의 경우,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목사 사임으로 교회와 관계를 끊었다. 피해자가 사건이 더 드러나기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해결되었다고 강조한다. '스포트라이트' 속 가톨릭교회처럼 말이다. 

교회는 사건 보도가 반기독교 정서를 부추긴다며, 취재와 기사화를 만류했다. 장로는 "다 해결되고, 조용해진 문제를 들추는 건 기독교 안티만 늘린다"고 말하면서 교회 편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교인들도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회복을 위한 노력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피해자에게 위로 연락만 할 뿐 다른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니 말이다. 한 마을이 나서서 아이들 문제에 눈을 감은 꼴이다.

E 교회의 경우,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목사 사임으로 교회와 관계를 끊었다. 피해자가 사건이 더 드러나기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해결되었다고 강조한다. '스포트라이트' 속 가톨릭교회처럼 말이다.

피해자 회복에 더 헌신해야

정신과 전문의들은 성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를 위해 문제를 덮으려는 태도가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덮으려고 하는 주변의 태도에서 오히려 2차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 지가 중요하다. 없었던 일로 하라든지 피해자를 탓하면 2차 피해가 훨씬 더 심해질 수 있다. 주변에서 피해자가 고통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해자에게 일방적인 분노를 표현할 수 없을 때, 피해자의 심리적 문제가 커진다. 흔히 '양가감정'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목회자의 성범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평소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교인일수록 목회자가 저지른 성범죄에 일방적인 분노를 표현하기 쉽지 않다. 주로 목회자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고마운 마음과 분노가 동시에 들어 혼란에 빠지기 쉽다. 

'스포트라이트'에도 양가감정을 경험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사제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영적인 부분까지 지배당하는 구조에서 성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고마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성범죄 대상으로 삼아줘서 고마움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제가 범죄에 앞서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어, 피해자가 사랑받는다고 느낀 부분에서 감사해 한다. 이러한 마음은 범죄를 당하고 나서 분노와 함께 피해자를 괴롭힌다. 

심리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올바른 대책과 심리치료,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해 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가해자가 정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교회와 한인 교회의 특성은 한국 사회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성범죄에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전병욱 목사가 일으킨 연쇄 성범죄에서도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양가감정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아버지 같다고 생각한 전병욱 목사에게 성범죄를 당한 후,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혼란함이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피해자 말처럼 목회자가 저지르는 성범죄는 영혼에도 치명상을 입히는 큰 문제다. 사회에서 인식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

한동안 미국 법조계는 회복적 정의 개념을 중요한 화두로 법체계를 정립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법이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해 피해자 회복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메노나이트 등 평화와 회복, 화해를 강조하는 기독교 전통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아쉽게도 기독교가 차별과 혐오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세상이 회복적 정의를 들고나온 상황이다. 

한인 교회가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더 헌신해야 할 때다. 교회가 안정되고 있다는 주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해지려면 말이다. 그래야 교회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있고, 세상에 소금과 빛으로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에 가해자 편에 서서 범죄를 눈감아준 사람들이 이런 말은 한다. 

"교회는 좋은 일을 많이 한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교회가 필요하다. 세상을 위한다면 더는 알려고 하지 마라." 

정말 사회에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면 가해자는 진심으로 사죄하고, 돌이키기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회는 피해자 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자정의 노력이 있다면 외부에서 반감을 살 이유가 없다. 회개는 빛(스포트라이트)이 비칠 때 해야 한다. 선지자 나단의 말에 다윗이 회개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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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힌힌 세상 2016-04-15 23:07:03
미국에서 여자 문제로 목회를 못하고, 한국 가서 교회 개쳑하는 목사도 있습니다. 그런 목사를 조심해야 합니다. 한국 가서는 안 그랬던 것처럼 복음주의 부르짖는 그런 목사도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