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총장·실장, 학교 돈 빼돌려 법정 구속
호서대 총장·실장, 학교 돈 빼돌려 법정 구속
  • 최승현
  • 승인 2016.05.0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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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각각 징역 2년, 1년 6월 선고…학교 관계자 "총장 개인 이득 위해 한 일 아냐"
호서대 총장과 경영평가실장이 법정 구속됐다. 구멍난 벤처 연구비 50억 원을 메꾸지 못해 교육부로부터 강한 행정 제재를 받을 위기에 놓이자, 산학협력단 등 다른 기관의 돈을 전용한 것이다. 대전고등법원은 두 사람의 죄질이 무겁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모두 현직 목사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 대학 고위직 목사 두 명이 한날 한시에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4월 22일 대전고등법원에서 두 개의 판결이 있었다. 모두 호서대학교(강일구 총장)와 관련한 것이었다. 교육부 지시 사항을 이행한 것처럼 보이려 다른 기관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호서대 총장과 교수 등 5명이 기소된 사건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4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그중 3명을 법정 구속했다. 이 3명에는 현직 '목사'인 강일구 총장과 경영평가실장 이병선 교수도 포함됐다. 둘 다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강 총장은 징역 2년, 이 교수는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독실한 신자들의 '기독교 벤처 정신'

호서대학교는 별세한 강석규 명예총장이 설립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강 명예총장은 '기독교 정신'과 '벤처 정신'을 모토로 내세워 호서대학교를 중견급 대학교로 성장시켰다.

호서대가 전면에 내세운 '벤처'는 말 뜻 그대로 '특히 위험한 모험'이었다. 학교 주변에 기업을 세우고 이들에게 투자하면서 산학 협력 모델을 구상했다. '공장 짓는 대학교'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2015년 103세의 나이로 별세하기까지 강석규 명예총장은 벤처 사업을 꾸준히 챙겼다.

강 명예총장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현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벤처 정신을 상징하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대학 표지석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성경 구절을 차용한 것이다.

큰아들 강일구 현 총장은, 서울신학대학교와 뉴욕유니언대학교, 드류대학교에서 공부한 목사다. 신촌성결교회 협동목사로 있는 그는 총장이 된 후에도 매주 아침 KTX를 타고 천안에서 서울로 이동해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그의 방송 설교와 간증이 널리 퍼져 있다.

과거 그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실했던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소명을 느껴 목회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회고했다. 호서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기 위해 복귀한 그는 2004년 호서대 5대 총장으로 선임돼 지금까지 총장직을 수행해 왔다.

이병선 목사는 호서대학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나오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박사과정도 호서대에서 밟았다. 호서대 교수가 된 그는 경영평가실장, 비서실장, 생활관장, 호서대학교회 교목 등 학교 주요 보직들을 역임했다. 이 목사는 10년 전 예장통합으로 이명해 지금은 충남 지역 한 노회에 소속돼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다가 덜미

기독교 벤처 정신으로 성공하는 듯했던 호서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뉴스앤조이>는 강일구 총장과 이병선 목사가 연루된 사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해 보았다.

벤처로 유명해진 호서대를 위기에 빠뜨린 것 역시 벤처였다. 교육부는 2007년 호서대를 감사한 후, '벤처 연구비' 명목으로 지출한 54억 원의 관리가 불투명하고 부실하니, 벤처 기업들로부터 이 돈을 회수하라는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2010년 2월까지 돈을 메꾸지 않으면 대학 정원을 감축하고 국책 사업 수주를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돈을 돌려받아야 할 대상 기업 중 상당수가 부실하거나 폐업한 상태였다. 벤처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기한은 다가오는데 돈을 만들기 어려워지자, 강일구 총장과 이병선 목사는 다른 돈에 손을 댔다. 학교법인 호서학원의 돈을 호서대 통장에 넣어, 교육부에 벤처 연구비를 회수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강일구 총장은 호서대학교 산학협력단 자금 20억 8,000만 원을 빼서 호서대학교 계좌로 입금했다. 산학협력단은 대학교와 별개의 단체로 운영비 중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받는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 돈을 가져다 썼다. 법원은 법률상 사용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산학협력단 돈을 옮겨, 산학협력단에 피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횡령을 인정했다.

경영평가실장으로 있던 이병선 목사는 증거 위조 교사와 위조 증거 사용 교사 혐의가 인정됐다. 이 목사는 강 총장과 별도로 학교법인 호서학원 소유 자금 9억 700만 원을 호서대학교로 옮기는 과정에 연루됐다. 부하 직원들에게 거짓 사실 확인서를 쓰게 하고, 그것을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또 이 목사는 호서학원 산하 다른 대학에 있는 친구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사실을 알아내고, 비리를 눈감아 줄 테니 조용히 사직하라고 종용했다. 이 목사는 그 친구로부터 3억 원을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았고, 이 돈을 '벤처 연구비' 회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 법원은 이 목사에게 이미 학교 돈이 된 3억을 무단으로 썼다며 '업무상 횡령'을 적용했다.

2014년, 상황을 파악한 검찰은 이들을 기소했다. 현직 대학 총장이 구속 기소되자 세간이 떠들썩했다. 2015년 1심 판결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횡령 금액 대부분을 공탁했고,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

그러나 2016년 4월 22일, 대전고등법원이 두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들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됐다. 재판부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불성실한 태도와 국가기관까지 속이려 든 사실, 사립학교 지도자 지위에 있는 이들이 비리를 저지른 점 등을 종합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강일구 총장에게 "산학협력단 자금 유용이라는 또 다른 불법으로 교육부의 시정 명령을 이행했다고 보고해, 당초 예정돼 있던 제재를 차단하고 오히려 그 이후 지원도 받은 것은 국가기관까지 위계로 기망한 것이어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이병선 목사에 대해서는 "사학 오너 일가의 최측근으로서 그 일가를 향한 충성심에 사로잡혀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학교 재정과 예산의 운영 실태를 기망적인 수법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호서대는 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호서대 관계자는 강 총장이 개인을 위해 횡령한 것이 아니라며, 법원도 이 점을 인정했는데 법정 구속까지 한 것은 너무 가혹한 조치라고 봤다. 법원이 강일구 총장에게 대학 총장으로서 책임을 지운 것이지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강일구 총장이 학교 사정으로 월급을 못 받게 된 적이 있었는데 '아들 교육비 줄 돈이 없다'며 생활 걱정하실 정도로 청렴하셨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현 기자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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