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신 없는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 유영
  • 승인 2016.05.07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 주커먼 [신 없는 사회]

 

미국 대선 후보를 뽑는 두 거대 정당의 경선이 끝나간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크루즈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두 후보가 대선을 치른다면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선거로 남지 않을까 우려가 높다. 각종 스캔들과 막말로 벌써부터 구설에 올랐던 두 후보 이력을 보면 불 보듯 한 대선 홍보전이 예상되는 탓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기독교인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 하는 이가 많다. 복음주의자로 불리며,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이 과연 누구를 지지할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전 대선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독교 가치를 내세워 보수파를 지지했던 시대가 저물고, 미국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적 성향도 변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가장 세속적인 나라 미국에서 신을 내세운 정치 세력화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모습일까. 신이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신의 이름이 욕설로 나올 수 있고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나라 미국은 과연 어떤 사회 모습을 추구해야 할까. 이 점을 잘 이야기해 줄 책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 2012년 한국에 소개된 필 주커먼의 책 <신 없는 사회>다.  

<신 없는 사회>를 조사한 무신론 사회학자

신 없는 사회가 과연 행복할까. 기독교 등 유신론을 믿는 종교는 당연히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존재하는 신을 부정하는 참람함을 용서하지 못할 테니. 또한 교회는 구원과 위안을 위해 신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신학자들은 사회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종교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윤리와 도덕 기준을 세우려면 종교는 필수니까. 정의로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많은 전쟁과 학살, 테러가 신의 이름으로 일어날까?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같은 무신론 학자는 종교 때문에 세상이 평화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도킨스는 교조적이라고 평가받았고, 기독교인들은 그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피하기만 한다. 다른 무신론 학자들이 펼치는 논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유신론 종교들과 논쟁만 벌이는 모습이다.

왜 많은 전쟁과 학살, 테러가 신의 이름으로 일어날까?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같은 무신론 학자는 종교 때문에 세상이 평화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사회학자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는 무신론과 유신론이 대화해 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다른 무신론 학자들과 다르게 무신론의 정당성을 이야기한다. 철학적 논쟁 대신, 신 없이 행복한 사회를 직접 보여 주는 방식으로. 주커먼은 14개월간 덴마크에 머물면서 사회를 관찰하고, 150여 명을 인터뷰했다. 덴마크는 비종교적인 사회라고 평가받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도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다.

"나는 신이 없는 사회가 단순히 가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점잖고 쾌적한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라는 건 알지만, 내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이 없는 사회는 지상의 지옥이 될 거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입에 담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가 비종교적인 나라에 대해 연구하게 된 것은 맹목적인 신앙의 폭력성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는 연구 기간 동안 25만 명 이상이 사는 덴마크에서 2번째로 큰 도시에서 지냈다. 이곳의 강력 범죄율은 미국이나 다른 종교성이 강한 나라보다 낮았다. 거리에서 순찰하는 경찰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본 덴마크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기독교인보다 훨씬 초연하다. 덴마크의 한 호스피스는 기독교인들은 오히려 죽은 후 지옥에 갈 것을 두려워해 오히려 초연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의 궁극적 의미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그렇다고 이들이 공동체에 냉담하거나 무심하지도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 시설이 말해 주듯이 덴마크와 스웨덴 사람들의 사회 참여율은 아주 높은 편이다. 다만 초월적 존재가 두려워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공동체를 잘 유지하기 위해 도덕과 윤리를 따른다.

부정되지 않는 종교

하지만 <신 없는 사회>는 종교 자체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는 종교가 공동체적 기념물이자 문화의 상징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덴마크의 국교는 루터교다. 사람들은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만, 교리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종교적 열정도 없다. 종교세를 내고, 결혼도 교회에서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 세례도 받도록 한다. 하지만 이것은 문화적 전통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주커먼은 이런 현상을 세속주의라고 설명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내세가 아닌 현세의 삶을 지향하는 사회운동이라고 세속주의를 정의한다. 덴마크와 스웨덴 사람들은 현세를 중요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는 정의롭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신 없는 사회>는 종교화가 심화하는 미국 사회를 향해 쓴 책이다. 하지만 한인 교회에도 적용할 것이 많아 보인다. 급속하게 세속화된 사회에서 한인들의 종교성은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세속화된 사회에서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마찰음도 계속 커져간다. 한인 교회의 문자주의 성경 해석은 여전히 짙은데, 세속주의가 전체적 사회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신 없는 사회>는 종교화가 심화하는 미국 사회를 향해 쓴 책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교회에도 적용할 것이 많아 보인다. 한국 사회는 급속하게 세속화되었는데, 사람들의 종교성은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안에서도 여러 대안을 이야기하지만, 세속화된 사회와 온도 차이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한인 교회의 내세관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대표한다. 기독교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밝히며 이런 내세관 전도에 많은 힘을 쏟는다. 사회 문제에서도 개신교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성소소자 혐오와 극우적 국가관에서도 여전히 목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혀를 내두르며 경멸의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들도 기독교가 없어지면 사회가 행복해 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신 없이 행복한 사회를 보여 주는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 신이 있어야 행복한 사회를 보여 주는 일, 지금의 한인 교회는 보여 줄 수 있을까. 세상에서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비기독교인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생각해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