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 변호사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두려움을 투영하는 현상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이슬람포비아와 관련해서는 기독교계가 한몫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가.

나도 기독교인이다. 공익 변호사의 삶을 선택한 것도 신앙적인 배경이 컸다. 그런데 교회가 그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서 입국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아무리 팩트를 설명해도 안 믿는다.

기독교에서는 오히려 난민을 돕는 게 다른 종교보다 더 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경에도 나그네를 돌보라고 써 있지 않나.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가 난민에 관심도 없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두려움을 투영하고 있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 공항에 있는 시리아인들의 상태는 어떤가.

이들은 이미 본국에서 정신적외상을 겪은 사람들이다. 집에 있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져서 가족과 이웃이 죽어 나가는 장면을 두 눈으로 봤다. 아무 감정 없이 그런 사진들을 보여 주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사진이 많다. 그런 상태로 한국에 와서 구금되어 있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정상일 수가 없다.

2015년 9월, 시리아인 아일란 쿠르디라는 세 살배기 꼬마가 터키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시리아인들의 절박한 상태에 전 세계가 공감했고, 이를 계기로 유럽과 북미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오히려 시리아인들은 서방세계의 공감에 공감하지 못했다. 이들은 그런 일을 일상적으로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왜 쿠르디를 보고 저럴까. 우리 아이, 우리 친척들이 다 저렇게 됐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작년 11월 파리 테러가 벌어졌다. 그러자 또 전 세계가 아랍인들에 대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불과 두 달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쿠르디가 발견됐을 때에는 하루아침에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됐다가, 갑자기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됐다. 정작 시리아인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견디질 못한다. '우리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우리는 가만있었을 뿐인데'.

- 테러가 일어나는 원인을 보면, 그 기저에는 차별이 있었다. 시리아인들을 가둬 두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테러 가능성을 높이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전 세계 시리아인들이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가족, 친구들로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소식을 공유한다.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에게 정당한 난민 심사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구금하고 있으니, 한국의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앞으로 시리아인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더욱 많아지고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한국에서 살게 했으면 이 나라에 자긍심,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요새는 한국 사람도 그런 걸 못 느끼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앞으로 이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단순히 들어오게 할지 막아야 할지 가늠하는 단기적 정책만 있는 게 안타깝다. 

구권효 기자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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