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공부법' 강의한 목사 이력이…
'기적의 공부법' 강의한 목사 이력이…
  • 최유리
  • 승인 2016.05.18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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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한 타임으로 '건국대 교수' 호칭 쓰고 "그건 미스였다"?

공부에 관심 없는 학생에게 비전을 심어 준다. 우뇌 학습법으로 기억력을 향상시켜 자신감을 높여 준다. 8개월 만에 상위 5% 안에 들 수 있다. '기적의 공부법 1일 세미나'에서 권병주 목사가 강조한 내용이다.

권 목사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광고를 게재해 사람들을 모집했다. "누구나 공부 1등 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 청소년들의 신앙, 성품, 공부를 잡는 노하우를 공개한다는 게 골자였다. 5월에만 10차례 세미나가 진행된다고 했다.

그는 신문 광고와 킹스교육선교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이력을 수록했다. 전 필리핀 선교사이자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교수,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 교수(교육학 박사)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신앙과 공부법을 강의하는 권 목사에게 교육학 박사이자, 교수라는 타이틀은 특별한 이력이다. 서울 중견 대학에 속하는 건국대학교, 명문 복음주의 학교로 알려진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이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강사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는 권 목사 이력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았다.

권병주 목사가 킹스교육선교회 블로그에 올린 이력. (킹스교육선교회 블로그 갈무리)

미주트리니티가 그 트리니티대학 맞나?

5월 12일(목) 권병주 목사에게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교수 경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강의 일시와 내용은 함구한 채 기자에게 '코칭'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에 교수 명단 중 권병주 목사가 있는지 물었다. 문의 결과,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이 운영하고 있는 '학점 은행제'와 '전문 교육 과정'에서 권 목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점 은행제와는 달리 전문 교육 과정에서는 강사에게 일반적으로 '교수' 호칭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가 교수로 있었다는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을 찾아봤다. 인터넷 검색 엔진과 유학 컨설팅 사이트에서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은 검색되지 않았다. 미국 신학대학교 유학 컨설팅을 하는 '박주영 유학 정보'에도 해당 학교에 대해 물었다. 박주영 원장은 권 목사가 박사 학위를 받고 강의했다는 학교 정보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박 원장은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은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설립했거나, 교회가 교인들에 신학을 가르칠 목적으로 세웠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에 있는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이 유명하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학교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소재한 신학대학교 협의체인 'The Association of Theoligical Schools(ATS)'를 소개했다. ATS에 소속된 학교는 신뢰할 만한 학교라는 인증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하버드·듀크·에모리대학 신학 분과와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 고든코웰신학교도 포함돼 있다. 권 목사가 학위를 받았다고 한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은 ATS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권 목사가 교육학 박사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논문을 검색해 봤다. 국가전자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한국학술정보, 학술연구정보서비스, 해피캠퍼스, DBpia, 총 7곳에서 검색했다. 그의 이름으로 작성된 교육학 관련된 논문 자료는 전무했다.

ATS에서 트리니티를 검색하면,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이 검색된다.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은 나오지 않는다. (ATS 사이트 갈무리)

"건국대 교수 이력은 미스였다"

5월 16일(월), 정확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권병주 목사에게 다시 전화했다. 권 목사에게 취재 내용을 설명하자, 그는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1년간 교수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미주트리니티신학대학원은 시카고에 있는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이 아닌, 한국인이 미국에 세운 학교라고 말했다. 학교 위치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주 정부가 허가한 학교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교수' 이력은 본인의 미스라고 해명했다. 정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그는 미래지식교육원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강생에게 학점을 제공하는 '학점 은행제'가 아닌 '전문 교육 과정'에서 가르쳤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기재된 권 목사의 프로필은 그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권 목사는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교수 이력에 대해 "그때 잠깐 한 타임 했던 거다. 도우면서 했다. 코칭 관련한 부분을 도와서 했던 거다. 1~2년 한 거면 상관없는데, 그건 미스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현재 권 목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전 필리핀 선교사', '교육학 박사' 이력만 남아 있는 상태다.

5월 10일(화) 권병주 목사는 기독교인들에게 신앙 교육과 우뇌 학습법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우뇌 학습법, 과대 해석된 뇌과학

권병주 목사는 부모들이 쉽게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기적의 공부법 강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가 교육하면 일반 사람들은 따라하기 어렵지만, 자신은 목회자 입장에서 공부 못하고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부모가 교육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성경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표현했다. 신앙 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적의 공부법에서 강조했던 '우뇌 학습법'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정보를 문자가 아닌 이미지로 기억하는 우뇌 학습법을 사용하면 학생들이 외우기도 쉽고, 오래 기억한다고 했다.

권 목사에게 우뇌 학습법은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여러 가지 책을 통해 좌뇌, 우뇌를 두루 쓰는 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 교육은 주로 좌뇌 학습법을 사용해 우뇌 학습법을 도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 성과들은 좌뇌와 우뇌를 나누어 교육하라는 주장이 뇌과학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대 해석해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한다. 영국 BBC와 인터뷰를 한 미국 유타대학교 제프리 앤더슨 박사는 우뇌 학습법을 전면 반박하는 주장을 내놓았다. 좌뇌와 우뇌가 각각 특별한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좌뇌는 논리적이고 우뇌는 창의적인 능력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신경과학적 측면에서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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